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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는 고은맘] 영유아의 3대 책무 … 잘 먹고, 자고, 싸고

엄마 아빠가 안아줘야 잠드네. 고은양, 실눈 뜨고 아빠 감시 중.

잘 먹고, 잘 자고, 그리고 잘 싸고.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영유아의 3대 책무입니다. 고은양은 잘 먹는 건 상위 10%(?)인 덕에 키는 살짝, 몸무게는 훌쩍, 평균을 넘었습니다. 머리 둘레는 상위 4분의 1에 속하고요. 아, 출산 전 병원에서 연 산모교실에서 들은 건데, 머리둘레는 산모의 영양상태와는 큰 관련이 없답니다. 머리가 크면 그냥 남편과 자신의 머리둘레를 보면 된다고. 머리 둘레는 살이 아니라 두개골, 곧 뼈 크기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요. 도대체 고은양은 누구를 닮아 머리가 큰지 모르겠습니다^^.

잘 자는 건, 고은양은 특히 지진아입니다. 6개월이 다 돼가는 지금도 고은양은 밤중에도 쭈쭈를 두어 번은 잡수셔야 만족해 잠이 듭니다. 밤중수유 습관을 고치려고 해 봤지만, 쭈쭈를 안 주면 한밤중에 나라를 잃은 듯 통곡하는 탓에 주거 생활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포기했습니다. 모유를 먹어 소화가 LTE 급으로 돼 배가 고파 그려러니 합니다. 이유식을 시작하고 나면 천천히 밤중수유를 끊어야겠지요.

이번에 얘기하고 싶은 건 ‘잘 싸는’ 문제입니다. 모유를 먹는 아기라면 매일 응가를 안 해도, 5일에 한 번 응가를 해도 괜찮다고 하네요. 모유가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버릴 것이 없어 응가를 안 하는 거니까, 배에 가스가 차서 보채거나 아기가 힘들어 하지 않으면 굳이 약을 처방하거나 관장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고은양은 모유를 파워제습 모드 마냥 흡수하나 봅니다. 평소에도 3~4일에 한 번만 응가를 합니다. 다른 아기들은 하루에도 두세 번씩 엄마에게 응가를 안긴다는데 말이죠. (전진은 못하고 후진만 하기는 하지만) 고은양이 눈에 띄게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2주전 쯤에는 하루에 응가를 두 번이나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고은양 응가를 치울 일이 많아지겠구나 싶었습니다.

응가 못해 떼쟁이 된 고은양. 울다 지쳐 무념무상 상태로.
그런데, 그 응가를 마지막으로 고은양이 일주일째 응가가 없었습니다.

이전에 봤던 <신생아의 속사정>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하면 쉽게 전문을 찾아보실 수 있을 텐데요, 그 글에서 유독 인상에 남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엄마! 저보고 왜 오늘 똥을 안 놓냐고 뭐라하지 마세요. 몸에서 필요한 영양분이 많아서 흡수하는 게 더 많아서 그래요. 제가 잘 알아서할 테니 제발 성급히 병원 가서 관장하지 마세요. 아프단말이예요...”

고은양의 속사정이 이런 것이려나 싶어 웬만하면 병원에 안 가려는데 일주일째 그러니 걱정이 됐습니다. 응가를 일주일째 못했다는 게 신경쓰여 그런지 요즘 들어 고은양 떼가 더 는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병원만 가면 다 해결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두 달 전쯤인가 병원에 감기약 처방받으러 간 김에 고은양이 5일째 응가를 안 했다고 의사에게 얘기했더니 의사는 망설임 없이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응가하는 데 도움되라고 감기약 먹을 때 유산균 타 먹이라며 처방해 줬습니다. 약효는 LTE-A급이었습니다. 약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은양은 응가 폭탄을 안겼습니다. 아주 찰진 황금색 응가 폭탄.

이번에도 의사는 “응가를 안 하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아기가 힘들어 하면 그때 관장하면 되고. 다만, 아기가 반복적으로 응가를 안 하고 관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때 장에 문제가 있는지를 검사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약과 유산균을 처방해 줬습니다.

약만 먹으면 고은양이 시원하게 응가할 줄 알았습니다. 5일 묵은 응가가 폭탄 수준이었다면 일주일 숙성된 응가는 도대체 얼마나 많을지...응가하기 전에 살짝 걱정부터 했더랍니다.

집에 와 약을 먹이고 고은양 응가를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습니다. 소식 없이 하루를 넘기고 약 먹은 지 이틀째 응가를 하긴 했는데 대장에 기별도 안 간 수준입니다. 폭탄이 아니라 콩알탄 수준으로. 기저귀에 살짝 응가가 묻은 정도랄까.

응가 해서 행복해요. 시원한(?) 웃음 짓는 고은양.
폭풍 전의 고요였을까요. 점심을 먹으면서 고은양을 의자에 앉혔는데 엄마 아빠만 밥 먹는 게 시샘이 났던지 너무 칭얼댑니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 남편이 고은양을 안아주는데 냄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밑을 보니 고은양 응가가 새어 나와 남편 옷에까지 묻었습니다. 고은양이 앉았던 의자에는 이미 응가가 묻어 있더군요. 고요하던 일요일 점심, 집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싫다는데 옷을 벗기려 하자 고은양이 발버둥을 칩니다. 응가는 고은양 손에, 발에, 머리카락에 묻습니다. 엉덩이만 씻기기엔 공사가 커졌습니다. 아예 목욕을 시켰습니다.

한바탕 난리를 폈건만, 좌절스러운 건 응가 양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겁니다. 느슨하게 채운 기저귀 사이로 응가가 새서 그런 거였죠. 열흘 가까이 묵은 응가치고는 양이 너무 적었습니다. 아직도 뱃속엔 많은 응가가 남았는지, 그날 밤 고은양은 거의 한 시간 단위로 잠에서 깼습니다. 자는가 싶으면 우렁찬 목청을 자랑하며 울어줘 엄마 아빠를 놀래키고...월요일, 남편은 좀비 상태로 출근했습니다.

응가가 뱃속을 채운 탓인지 잘 먹지도 않고 짜증만 내고...고은양이 참 미워질 때쯤, 고은양이 드디어 제대로 된 응가를 했습니다. 찐득한 황금색 응가. 누군가의 응가가 이렇게 반가울 수 있다니….

그간 고은양 응가 치우는 거 힘들다고 투덜댔는데, 깊이 반성합니다.

고은아, 엄마는 고은이 응가까지도 사랑해요.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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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