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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15회] 대한민국 '허리'의 선택…40대 표심

[앵커]

탐사플러스의 전진배입니다. 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세대간 표 쏠림 현상은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2030과 5060의 표심이 크게 다른 것인데요. 때문에 40대 유권자가 어느 쪽에 서느냐가 이번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40대. 그들은 누구고 표심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유한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2년 한국.

[박근혜 대통령 (2012년 12월) :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 그 약속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미국.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 (2012년 11월) : 국민 여러분 덕분에 이 나라는 전진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으로 흥망성쇠를 함께 할 것입니다.]

당선과 재선에 성공한 두 대통령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통합이었습니다.

50대 이상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박 대통령, 또 18살에서 29살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의 표를 끌어간 오바마 대통령. 그러나 그들은 모두 세대 투표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던 것입니다.

나이에 따라 지지 성향이 뚜렷이 갈리는 세대 투표의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2년 당시 노무현 열린우리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층은 2030세대와 5060세대로 확연히 나뉘었습니다.

[박원호/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 (우리나라가)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잖아요. 특정한 세대들이 특정 위치를 점거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아래 세대로 이양되는 이런 과정들이 없었던 것 같아요.]

2007년 17대 대선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주도한 것은 50세 이상의 투표자였습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세대 간의 대결 구도.

미국 역시 2000년을 기점으로 세대 투표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박원호/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소통 방식들을 만들어냈는데 (거기에) 2, 30대가 먼저 적극적으로 결합하게 됨으로써 세대 간 대화의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세대 투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힘을 발휘할까.

먼저 20대의 표심을 들여다봤습니다.

며칠 전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가장 큰 화제였습니다.

[김민관/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6살) : 상처 받은 마음을 구조하는 게 나라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흘린 눈물은 솔직히 눈물의 무게감도, 진정성도 약간은 떨어지는 것 같아서 좀 아쉽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정치권과 기성세대에 대한 신뢰도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이형규/성균관대 경제학과 (25살) : 여야가 한 목소리로 '라면 먹었던 서남수 장관부터 시작해서 안행부 장관 사퇴하세요' 소리 지르고…. 정치권이나 행정부나 다 똑같은 사람들인데 왜 그러고 있냐는 말이 많더라고.]

[서미정/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24살) : 무급 인턴도 하고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데도 취업은 되기 어렵고…. 이번 세월호 등등 안전사고 이런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보면서 반감이 더 생겼어.]

거기에 부족한 정책 정보에 대한 불만이 나옵니다.

[임지수/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25살) : 정당을 떠나서 우리가 좀 쿨해질 필요가 있는데 우리가 개개인에 대해 알 힘이 없어요. 정보력도 떨어지고. 거기에 대해 언론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다 보니 또 정당 투표로 가니까….]

50대 이상에서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익훈/서울 양재동 (75살) : 유병언이 대출받은 게 3033억이야. 어떻게 자기 돈은 하나도 없는데 3033억이야. 얼마나 우리나라가 썩었냐는 이 얘기지.]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는 반감을 보였습니다.

[이재구/서울 구산동 (84살) : 대통령이 뭐를 잘못했다는 말입니까? 5000만을 다스릴 수 있어요? 대통령이 눈물을 흘려가면서 사과를 했으면 '과연 훌륭하다, 백성을 위해 눈물까지 흘렸구나' 이런 생각하고….]

젊은 세대가 표출해내는 분노도 걱정스럽습니다.

[신지우/서울 성산동 (81살) : 촛불집회 나가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나쁘네, 좋네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JT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 수행 능력을 묻는 질문에 서울의 20대 유권자들은 박한 평가를 내린 반면 50대 이상은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도 조사에서도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2030세대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는 5060세대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세대 간의 표심이 명확히 갈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박상병/정치평론가 : 정부·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젊은 층의 표심을 집결하는 것이고 또 반대로 중장년층 이상은 젊은 층의 그런 반대에 대한 급부로서 오히려 더 지지율이 공고해질 수가 있는 것이죠.]

6·4 지방선거도 2030과 5060의 세대 투표 현상은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승부는 40대 표심이 가를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40대,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특히 한가운데 있는 45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습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생생히 기억하며,

[김선엽/서울 논현동 (42살) : 상당히 트라우마였죠. 그때는 인명을 구조하는 것도 텔레비전에서 생중계를 해줬고, 500여명이 한꺼번에 거기서 그렇게 숨졌다는 사실 자체가 전 국민들한테 굉장히 큰 충격이었죠.]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사회 초년생 시절 좌절을 맛본 세대.

[전영수/한양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 임금이 매년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적으로 처음 느낀 세대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 데에서 오는 기본적인 저항감이라 그럴까요? 박탈감들이 사실은 지금의 40대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배경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자기애가 누구보다 강한 'X세대'이기도 합니다.

[이나미/심리분석가 : 10대 초반까지 굉장히 편안하게 자란 세대예요. 그래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강조해요. 내가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전능감을 주장하는….]

이러한 40대가 이제는 부모와 자녀를 부양하는 우리사회의 중심이 됐습니다.

47살 유태호씨와 43살 전영숙씨.

이 40대 맞벌이 부부의 일상도 10대 자녀들을 챙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새벽 6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이 늦지 않게 등교 준비를 시킵니다.

네 식구가 모여앉은 자리에서도 대화 주제는 고3 딸과 중3 아들의 학교 생활입니다.

[(학교 수업을 안 해.) 왜? (오늘 봉사활동 있어서.)]

[(일요일은 또 원석이 생일 있어.) 원석이 전학 갔잖아?]

그만큼 40대에게 가족, 특히 자녀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옵니다.

[전영숙/회사원 (43살) : 에너지의 근원이죠. 밖에서 지쳐서 들어와도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난다든지 해서….]

그러기에 선거에서는 지금의 화목한 가정을 지켜줄 수 있는 쪽으로 마음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태호/회사원 (47살) : 누가 되든 간에 서민 중산층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

[전영숙/회사원 (43살) : 정말 편안하게 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 내가 살 수 있는 곳. 그게 정부에서 해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이유로 40대는 지난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와 기초연금을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에게 46%의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윤종빈/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 경제 민주화, 거기다 복지 변수까지 중첩돼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원래 야권 성향을 가졌던 40대 유권자들이 여당 후보를 지지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만들어졌던 것이죠.]

4월 둘째 주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도 61%의 40대 유권자는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40대 민심은 급변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많아졌습니다.

[김윤주/경기 파주시 야당동 (40살) :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 많아졌죠. 다들 이민 이야기 많이 해요. 더 이상 희망이 없어서 다들 떠나자는 분위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급기야 40대가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청계광장 한복판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성세미/경기 안양시 관양동 (44살) : 말을 하면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해서…. 정말 이건 진실이 밝혀져야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더 잘 살지 않겠나.]

손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합니다.

[김현준/서울 상암동 (42살) 볼수록 못 구한 게 아니고 안 구한 거예요. 이게 제일 화가 나요. 그동안 내가 너무 정치에 무심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고….]

[조대엽/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 대단히 고장난 정부, 고장난 국가에 의해 개인의 삶 자체가 위협받고 위기에 몰리는 이런 상황에 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생활상의 과제가 가장 극대화된 40대 부모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세대라는 요인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그 이전 세대의 민주화 운동과도 확연히 구별됩니다.

[조대엽/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 (80년대 운동권 세대는) 거대한 가치관에 의해 가지고 정치 이념을 갖고 싸워온 세대들이죠. (지금은) 생활의 정치화, 일상의 정치화, 이런 모양들이 세월호를 통해서 주부들에게서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부끄러운 부모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 역시 40대를 움직였습니다.

[김봉철/경기 김포시 감정동 (44살) : 우리 자녀들한테 정직하라 그러고 불의에 맞서 싸워라, 올바르게 살아라 하는데 우리 부모들이 그렇게 살고 있나 바라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X세대의 각성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나미/심리분석가 : 조금 퇴행적이고 소비 지향적인 삶을 살다가 '내 아이한테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문제다' 생각을 해서 일종의 자성의 계기가 돼서 40대가 훨씬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일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40대의 분노는 이번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칠까.

[이정미/서울 부암동 (44살) : 켜켜이 쌓아왔던 안전 불감증이라든지 관피아 그런 게 이제 올 때까지 온 것 같아요. 정부 자체의 각성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하지만 정부 여당에 등 돌린 40대 표심이 야당으로 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이찬혁/울산 달천동 (40살) : 야당도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기는 들죠.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보다는 대책을 많이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이 들어요.]

실제 이번 선거를 앞두고 JT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차례 모두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서울 지역 40대가 50%를 넘습니다.

[이택수/리얼미터 대표 : 기성 정치권에 대해서 회의를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의 표심을 유보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40대가 선택하는 정당 또는 후보가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40대 지지율이 60%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오는 6월 4일 선거 당일에 40대가 얼마나 투표소에 나타날지도 관건입니다.

실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서울 지역 40대는 69%.

2030세대보다는 높지만 5060세대에 비해 10%p 가량 낮습니다.

경기·인천·부산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입니다.

[김윤주/경기 파주시 야당동 (40) : 별로 희망적이지 않아요. 열심히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게 없어서…. 아마 투표 많이 안 할 것 같아요.]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앞으로 남은 열흘 정치권이 성난 40대 표심을 어떻게 달랠지, 또 거리로 나선 40대의 발걸음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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