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삼국지 흔적 따라 물길 탐험 천하 비경 앞에선 세상사 잊고 …

양쯔강 싼샤(三峽) 중 가장 긴 협곡(75㎞)인 시링샤를 크루즈가 지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인 양쯔(揚子)강.

전체 길이가 6300㎞로 지류만 700여 개에 달해 길다는 뜻으로 ‘창장(長江)’으로 불린다. 2006년 하류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三峽)댐이 준공된 후 수심이 한층 깊어지면서 크루즈 유람선을 타고 강줄기를 오르내리는 선상 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천하 비경의 협곡으로 꼽히는 싼샤에서 삼국지의 일화들이 전해 내려오는 유적지까지 강변을 끼고 어우러지는 경치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사 시름과 고민을 어느덧 모두 잊을 수 있는 ‘힐링’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1 귀신의 도시 펑두 구이청(鬼城) 입구에는 최후의 심판에 나선 듯한 옥황상제의 거대한 조각상(오른쪽 위)이 관광객들을 맞는다. 2 바이디청(白帝城) 전경 3 바이디청에 전시된 유비의 최후 장면. 두 아들이 무릎 꿇고 슬퍼하는 가운데 임종이 임박한 유비가 제갈공명(유비 왼쪽)에게 후사를 부탁하는 ‘탁고유명(託孤遺命)’을 하고 있다. 4 중국 위안화 지폐에 실릴 정도로 싼샤(三峽) 제1의 천하 절경으로 꼽히는 취탕샤.
첫째 날: 배에 오르기 전 충칭 한 바퀴
4시간 가까이 비행한 끝에 충칭국제공항에 내리자 중국 남서부 특유의 후끈한 공기가 코끝을 스민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3300만 명)가 모여 사는 충칭(重慶)시는 양쯔강 크루즈 관광의 출발지다. 현재 충칭과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 간의 640㎞ 구간 항로가 가장 인기다. 충칭에는 현재 8개의 크루즈 회사가 이 노선에 매일 1회 이상 운항하고 있다. 충칭에서 하류로 내려가는 여정은 3박4일, 이창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오는 여정은 4박5일 코스다.

저녁 9시에 배가 출발하기 때문에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볼 시간이 남는다. 항일 전쟁 시기에는 한때 국민당 정부의 수도였던 충칭에는 한국 임시정부 청사가 잘 보존돼 있다. 규모가 상해 임시정부 청사보다 훨씬 큰 데다 김구 주석 침실도 원형 그대로 복원해 놓아 한국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인민대회당 광장 인근의 싼샤 박물관은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받는 오리엔테이션 격으로 양쯔강 일대의 유적과 역사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

선착장에 가보니 충칭 시내를 관통하는 양쯔강이 과연 대형 선박이 지나갈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말라 있다. “지금이 농사철이어서 인근 농경지에 물을 대줬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강 가운데를 파서 조성된 수로를 따라 느릿느릿 조심스레 출항한 배는 밤새 강물 위를 달린다. 배에서의 첫날 밤이지만 물길이 호수 같아 배의 흔들림이 거의 없어 멀미 걱정은 없었다.

둘째 날: 강물 앞에서 넋을 잃다
배는 어느덧 양쪽 너비가 1㎞는 족히 되어 보이는 넓은 강으로 들어섰다. 예전에는 수심이 10∼20m의 평범한 강줄기였지만 싼샤댐 준공 이후 최고 수심이 150m를 훌쩍 넘는단다. 강물이 높아지면서 예전의 계곡 절경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배 양편으로 여전히 거대한 절벽과 협곡들이 도열해 있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란 옛말이 저절로 떠오르며 인생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첫 기착지는 펑두(豊都)의 구이청(鬼城·사진1). 유교와 도교 문화를 한 곳에 모은 중국 민속문화의 보고다. ‘사람이 죽은 뒤 영혼이 모이는 곳’이라고 해서 ‘중국 신곡(神曲)의 고향’으로 불린다. 신비스러운 분위기 속에 ‘최후의 심판장’ 지옥을 형상화한 갖가지 조형물이 볼만하다. “저승에서 세상을 웃고 영혼은 펑두에 내려앉네(下笑世上土, 沈魂北豊都)”라는 이태백의 시가 귀신의 도시인 이곳을 더 유명하게 했다.

5 싼샤의 미니판으로 불리는 샤오싼샤(小三峽)에 유람선이 지나고 있다. 6 우샤 전경. 7 항상 안개 구름이 휘돌아 ‘운우지정’의 전설이 서려 있는 우샤 신녀봉 주변 풍경. 8 싼샤댐 갑문 도크를 통과 중인 크루즈.
셋째 날: 백제성에서 유비의 최후를 보다
배는 여전히 끝없는 강을 따라가고 있다. 쓰촨(四川)성 펑제(奉節)를 지나 5㎞의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바이디청(白帝城·사진2)과 만난다. 옛날 왕국의 우물에서 흰 안개가 피어올라 이를 좋은 징조로 여긴 왕이 스스로 이름을 ‘백제’라 칭했다는 데서 유래된 곳이란다. 특히 이곳은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오나라 정벌에 나선 유비가 대패한 뒤 후퇴해 머물다가 쓸쓸하게 임종을 맞이한 곳이다. 유비의 최후를 재연해 놓은 성 안의 모형 전시실(사진3)에 가보니 울화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며 제갈공명에게 아들을 부탁하는 아버지 유비의 표정이 처연하다.

바이디청 너머로 양쯔강의 최고 절경인 ‘장강 삼협’이 시작된다. 강렬한 조산운동에 의해 형성된 총 길이 193㎞의 싼샤는 취탕샤(瞿塘峽)·우샤(巫峽)·시링샤(西陵峽) 등 세 개의 협곡으로 이뤄져 있다. 이 협곡들을 지나며 마주치는 웅장함과 기묘함 덕분에 이곳은 죽기 전에 와봐야 할 ‘버킷 리스트’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먼저 마주치는 취탕샤(사진4)는 삼협 중 제일 짧고(8㎞) 좁아 ‘막내’라 불리지만 가장 세차게 흐르는 강물과 깎아 지른 듯한 험준한 절벽으로 이어지는 협곡이다. 10위안 지폐에 실릴 정도로 중국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오후에 찾은 샤오싼샤(小三峽·사진5)는 양쯔강의 지류다. 삼협의 경치를 축소시켜 놓은 듯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관광객들은 별도의 작은 배로 옮겨 타서 6시간 정도 협곡을 지나면서 오밀조밀한 경치를 감상한다. 높은 산과 좁은 골에 흐르는 급류 위에서의 관광은 웅장한 싼샤와는 또 다른 맛이다. 크루즈 매니저 쾅잉제(況英杰·33)는 “옛날엔 배 위에서 계곡 건너편의 새와 원숭이 울음 소리가 똑똑하게 들릴 정도였다”고 설명해 준다. 크루즈 선상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어지는 자연의 절경을 즐기며 석양주 한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덧 세상 시름이 다 잊혀지는 듯하다.

넷째 날: 세계 최대 싼샤댐을 넘어 이창으로
아침이 밝자 배는 어느덧 우샤(사진6)로 들어섰다. 삼협 중 가장 깊고 정연한 협곡으로 깊고 그윽한 경치로 유명하다. 무협 주변엔 무산 12봉이 유명한데 이 중 신녀봉(神女峰·사진7)은 무협의 가장 높고 잘 알려진 관광지로 봉우리가 항상 구름에 싸여 있다. 그 옛날 선녀 요희가 홍수에 지친 백성들의 피해를 도와주다가 바위로 변해 삼협항로의 평안을 기원해 주는 전설로 남았다는 곳이다. 초나라 양왕이 그녀를 사모해 이곳까지 왔으나 만나지 못하고 꿈속에서만 뜻을 이뤘다고 하는 말이 전해진다. ‘운우지정(雲雨之情)’의 유래가 거기서 나왔다.

높이 185m, 길이 2309m의 싼샤댐과 마주치자 배가 댐 인근의 5단으로 이뤄진 갑문 도크(ship lock)에 들어선다(사진8). 4시간여 동안 5개의 갑문을 열고 닫으며 위 아래 물 높이를 서서히 맞춰서 강 아래쪽으로 배를 내려가게 하는 장면이 장관이다.

종착지 이창에 닿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나는 곳이 시링샤(p 20 메인사진)다. 삼협 중 가장 긴 협곡(75㎞)으로 곳곳이 안개 속에 가려져 있어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로 신비스럽다. 마치 봄에 가면 먼저 오는 여름을, 가을에 가면 아쉬운 여름을 더 즐기게 해주는 듯 하다. 협곡이 끝나면서 여행은 이제 마무리되지만 이 강물은 저 멀리 상하이 황포강을 지나 푸른 창해로 계속 흘러가리라.
충칭장강황금유한공사가 운영하는 ‘양자강 골드 크루즈’는 5성급 호텔 수준의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는 1만7000t급 유람선이다. 최대 570명의 승객과 200명의 승무원을 태울 수 있는 이 배에는 카지노를 빼놓곤 웬만한 편의 시설이 다 있다. 객실은 일반 호텔보다 다소 좁은 편이지만 방마다 외부 전망 발코니가 달려 있어 문을 열고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게 별미다. 단 망원경은 꼭 지참하시라. 최고 시속 26㎞로 운항하는 배 옆을 흘러 지나가는 강변 풍경은 지켜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배에서 제공되는 훠궈(火鍋·중국식 샤브샤브)와 같은 사천식 요리는 우리 입맛에 맞는 편이다. 국내 대행사인 베스트래블의 주영욱 대표는 “그동안 한국 관광객들이 쉽게 찾아오기 힘든 곳이었지만 배를 타고 편안하게 여정을 보내면서 역사와 스토리속에 중국을 다시 느끼기엔 적격인 곳”이라고 소개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