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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 11명 복작대는데 어떻게 여유작작 생활하는지

“혼자서는 살아도 누구랑은 같이 못 살지. 가족이라도 귀찮아지는데.” 중년의 친구들이 모이면 결론은 꼭 이렇게 난다. “늙어서 자식들 다 떠나고 하면 우리 같아 살아 볼까?”라고 시작된 이야기더라도 말이다.

외로움을 견디는 것과 같이 사는 불편을 견디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힘들까.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모여 살면 재미있지 않을까. 한 번쯤 누구나 머릿속에 떠올려본 생각일 거다.

그런데 사실 ‘1인 가구’가 대한민국 전 가구의 20%가 넘는다는 사실은 알았어도 이렇게 집을 같이 나누어 사는 형태의 주거가 최근 젊은이들의 트렌드라는 건 솔직히 잘 몰랐다. 대학 시절 하숙 생활도 해본 적 없고 외국에서도 하우스 셰어 같은 걸 못 해봐서 그럴까. 그보다는 누구랑 같이 살기 힘든 까칠한 성격과 누구랑 같이 살 용기가 없는, 늙어버린 마음의 세대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젊고 어여쁜 남녀가 같이 사는 일이라면 또 다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새로 시작한 ‘룸메이트’(SBS-TV)나 ‘셰어 하우스’(올리브 채널) 같은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 예능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이 프로그램들은 실제 거주지 위주로 독거남들의 애환을 다룬 다큐멘터리 성격의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이 프로그램들은 마치 오랜 MT나 여행을 하기 위해 모여든 많은 수의 선남선녀들이 새로운 집에서 관계를 맺어 나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보거나, 혹은 관계를 엮어내는 과정을 쇼처럼 엮어낸다. ‘커플이 되는 사람들에게 해외 여행권을 준다’거나 룸메이트끼리 친해지기 위해 이런저런 과정을 겪는 에피소드들이 엮이면서 이전의 ‘우리 지금 결혼했어요’보다는 덜 강박적이지만 ‘짝’의 연예인 버전이라고 할 만한 연애라는 목표를 향해 느슨히 달려간다. 이를테면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썸타는’ 과정과 함께, 각자 방에서 동성의 룸메이트 간에도 주고 받는 ‘케미스트리’에서 재미를 이끌어 내겠다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남녀 할 것 없이 그렇게 젊고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모였는데 무슨 일이 안 생기면 이상할 거고 그 미묘한 감정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롭다. 꼭 남녀 관계만이 아니더라도 중년의 신성우와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 엑소의 찬용이 음악이라는 공통주제로 가까워지는 과정 같은 것은 확실히 매력이 있다.

그렇지만 주말 황금시간대의 예능에서 다큐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의 ‘한집 살이’에 대한 현실감은 아직 많이 실망스럽다. 열한 명이 모여서 한 집에 북적거리고 살면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일단 이들의 집은 공간적으로도 그렇고 살림살이도 그렇고 너무나 여유롭고 아쉬운 게 하나도 없다. 하숙집에서라도 살아본 사람들이 뼈저리게 느낄 공동주거의 애환 같은 것은 담길 여지가 없고 기껏해야 요리 못 하는 사람들이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것, 스케줄이 안 맞아서 룸메이트의 밤잠을 방해한다는 정도?

물론 잠에서 깬 맨 얼굴의 부스스한 모습을 보고 헐렁한 트레이닝 바지나 티셔츠를 걸친 연예인들의 수수한 모습을 보는 재미에서 생활의 모습을 엿보긴 하지만, 그뿐이다. 이 쇼들은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공동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일상’을 파고들기보다는 집 밖을 벗어나 외국인 집에 원하지도 않는 떡을 돌린다거나, 몇 년 잘 기른 중년 남 신성우의 수염을 깎는다거나 하는 ‘비일상’적인 특별한 이벤트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최근 몇 년 사이 예능의 트렌드가 된 구성원들의 ‘캐릭터화’를 위해 애쓰고 ‘관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서로간의 개인적인 아픔을 폭로하는 것으로 ‘치유’를 강조하는 것 역시 편하게 와닿지 않는다. ‘셰어 하우스’에서는 출연자들이 성적 소수자이거나 이복 남매가 있다는 고백 등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이 또한 그런 예능의 트렌드가 강요하는 감정적인 폭력 같아 보여 불편하다. 여럿이 모인 이들 만남에서 어느 누군가는 ‘4차원 캐릭터’ ‘남자답지 않은, 혹은 여자답지 않은 캐릭터’ ‘은근히 왕따로 몰리는 캐릭터’, 그러다 오해가 풀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몇몇은 이성 간의 매력으로 맺어질 것이 훤히 보이는데 그 과정이 그리 신선하거나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위적인 감정의 치유나 관계 맺기, 흥미로운 이벤트 같은 것 대신 ‘가정’ 혹은 ‘집’에 대한 일상적이고 근본적인 고민과 구성원들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가 좀 더 있어야 이들의 ‘한집 살이’는 특별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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