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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나눌 수 없는 슬픔

나이가 들수록 결혼식보다 장례식 가는 일이 더 많아진다. 좀 이상한 말이지만 나는 결혼식보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쪽이 익숙하고 편하다. 문상 갈 때마다 느끼지만 그곳 정경들이 낯설지 않다. 영정도, 상주들의 표정도, 창백한 형광등 불빛과 인테리어 없는 공간도, 그리고 향냄새까지 익숙하다. 서너 명이 둘러앉아 있는 상에 놓인 음식 구색도 그렇게 친숙하고 편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심지어 상가 음식이 맛있다.

나는 옛날부터 거기 앉아 있던 사람, 직업이 문상객인 사람 같다. 장례식에 갈 때면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언젠가 자신도 저렇게 상주가 되어 꺼이꺼이 울겠지. 하룻밤 사이에 상한 얼굴과 부은 눈으로 어색하게 웃으며 친구와 동료를, 친지와 지인들을 맞이하겠지. 간혹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마음 여린 후배를 보면 오히려 담담하게 그 아이를 다독이겠지.

옛날 블로그에서 알았던 어느 분은 이런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지상에는 제 순서를 기다리는 슬픔들이 있다.” 그 글은 글쓴이의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고 차분한 심경과 한참 세월이 지난 후 가게에서 물건을 산 봉지를 들고 집으로 오던 길에 문득 폭풍처럼 찾아온 슬픔에 대한 글이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왜 그런 제목이었을까? 그것은 아마 자식이라면 누구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언젠가는 겪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슬픔은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바보같이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살았을 거라고. 지금의 인구보다 천 배, 만 배 많았을 거라고. 지금 나 한 사람이 있으려면 부모 두 사람이 있어야 하고, 부모에게는 또 그들을 낳은 각각의 부모 네 사람이 있어야 하고, 이렇게 올라가면 금세 수천, 수만 명의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나는 그렇게 나를 향해 줄 서 있는 수천, 수만 번의 슬픔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지난달 지인이 자녀상을 당했다. 어떤 슬픔은 자신의 차례를 지키지 않고 찾아온다. 그 슬픔을 나는 알 수 없다. 부모를 잃은 자식의 슬픔도 가늠하기 어렵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그 심연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나는 문상을 가려 했다. 그러나 지인은 “어떤 사람의 문상도 받지 않는다”는 말씀을 전해왔다. 그러면 조의금을 보내겠다고 했더니 조의금도 받지 않는다고 정중한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다만 그 마음만 감사하게 받겠다며.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참척’이라고 한다. 그 슬픔은 참혹한 슬픔이다. 세상에는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슬픔이 있다. 혼자 감당하도록 두는 것만이 오직 그 슬픔에 대한 합당한 예의인 슬픔이 있다. 나는 아무런 인사도 하지 못했다.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좋아질 거라고, 아무렇지도 않아질 거라고, 그러니 부디 힘내시라고, 지나친 슬픔으로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지 말라고. 그런 말씀은 끝내 드리지 못했다. 선의와 동정을 담아 전하는 위로가 어떤 슬픔에는 상처가 되고 모욕이 될 수도 있으니까.

자주 비가 내렸다. 땅에도 내리고 바다에도 내렸다. 그렇게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번 주에 밥 한 번 먹자고.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내를 탐하다』 『슈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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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