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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황제노역 방지법’ 속 들여다보니 법리 모순

이른바 ‘황제노역’ 판결을 막기 위해 지난달 국회가 통과시킨 형법 일부개정안이 졸속 입법 논란을 빚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시행된 형법 일부개정안이 기본법(Fundamental Law)으로서 갖춰야 할 법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형법 개정안은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 판결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개정안은 70조(노역장유치) 2항을 신설해 벌금액이나 과료액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때에는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때에는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인 때에는 1000일 이상으로 환형유치(벌금을 내지 못했을 때 구속돼 노역을 하는 것) 기간을 선고하도록 했다.

문제는 우리 형법 조항 어디를 찾아봐도 억대 벌금액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병과할 수 있게 한 인신매매죄 조항(295조)이 형법에 규정된 벌금 최고액이다. 억대 벌금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가중처벌법이나 특별형법에 따로 규정돼 있다.

형법 조문상 억대 벌금이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개정안의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형법총칙 규정(8조)에 따라 형법 규정이 다른 법령에서 정한 죄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법인 형법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개정해 앞뒤가 맞지 않은 조항을 둘 것이 아니라 별도 법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판사 출신인 황정근 김앤장 변호사는 “형법으로 해결하려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원론적 규정만 신설하거나 별도 특례법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기본법인 대한민국 형법은 외국에서도 많이 연구되고 있는데 모순된 조항을 만든 것은 명백한 졸속 입법”이라며 “가중처벌 규정을 만들 때 특별법이나 특례법에 넣는 것은 기본법의 일관성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사실 고액 벌금은 가벼운 범죄에서 단기자유형을 대체하게 하는 형법상 벌금형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형법의 근간을 흔들지 않기 위해선 특례법을 만들어 고액 벌금의 환형유치기간을 규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승환 교수도 “법체계의 정합성(整合性)을 따져보면 뜬금없는 조항”이라며 “특례법을 만들거나 단서조항을 둬야지, 비판 여론이 많다고 해서 졸속으로 법을 고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황당한 개정안”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하지만 법무부·검찰 차원에서 공식적인 의견을 내는 것은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사위안으로 국회의원들이 만든 개정안에 대해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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