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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구속시켰던 인사들 실세로 복귀 … 청문회 변수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23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들어서며 입을 굳게 닫았다. 취재진의 어떤 질문에도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한 뒤 3층 집무실로 사라졌다. 잠시 집무실을 나올 때도 “할 말이 없다”고만 했고, 오후 2시30분쯤 서울 용산의 개인 사무실로 떠날 때도 함구했다.

 정치권은 안 후보자가 조용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와 국회의 악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003∼2004년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안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열린우리당·민주당·자민련을 전방위로 넘나들며 거물들을 구속시켰다.

박지원·박주선·이인제 무죄선고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23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입구에서 일정과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한 뒤 집무실로 올라갔다. 이날 안 후보자는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뉴스1]
 대검 중수부장 시절 안 후보자는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하며 한나라당에 ‘차떼기당’이란 딱지가 붙게 만들었고,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 쪽은 측근 비리로 파헤쳤다.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은 현대비자금 수수 혐의로 찔렀다. 그 결과 한나라당 서청원·신경식·김영일·최돈웅 의원(불법 대선자금 사건), 동교동계의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현대비자금 사건), 노 전 대통령 최측근 안희정 충남지사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나라종금 및 SK 뇌물수수 사건) 등이 구속돼 박지원 의원을 제외하곤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자민련 이인제 의원(불법 대선자금 사건), 민주당 박주선 의원(나라종금 사건)도 구속했으나 이들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새정치연합 인사는 “안 후보자는 고집이 대단해 검사로 재직할 때 자신의 수사에 대한 상급자의 조언과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러니 검찰 내부에선 안 검사가 아니라 ‘안 형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청와대 제1부속실 이진 전 행정관이 2005년 쓴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노무현 왜 그러는 걸까』에는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10월 초 안 후보자의 정치자금 수사가 확대됐다는 보고를 받고 “검사가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높게 평가했다는 대목이 있다. 이후 사시 동기생들과의 모임에서 노 전 대통령은 “안대희씨가 원칙대로 파헤치는 검사라고 들었는데 이번엔 내가 아주 제대로 걸렸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과거 그가 구속했던 인사들 가운데 현재 여야의 실세 위치로 복귀한 인사들이 적잖아 안 후보자는 이젠 그들로부터 직간접적인 검증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너무 잘 드는 칼’(안 후보자의 별명)과의 10년 전 악연이 청문회 변수가 된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검사 안대희’와 ‘총리 안대희’를 분리해 접근하면서 혹독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신의 한 인사는 “안 후보자가 검사로선 훌륭했지만 정치는 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리는 검사가 아닌 행정의 2인자 자리인데, 총리가 자기 고집대로만 하면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되겠느냐”면서다.

 안 후보자와 악연을 맺었던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안 후보자는 남의 잘못을 평가하고 범죄를 찾는 일엔 탁월해도 정국의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혹평했다.

사시 동기 진영 … 검찰 후배 박민식

 새정치민주연합은 안 후보자의 발탁이 6·4 지방선거 이후 사정(司正) 정국을 주도하려는 ‘사정 총리’ 구상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 안 후보자가 등장한 건 박근혜 정부가 비리 척결을 구호로 내세워 사정 통치를 하려는 사정 총리를 내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자가 검사 시절 악연이 있는 것은 야당과 비슷하지만 새누리당은 임명동의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2012년 대선 과정에 안 후보자는 새누리당과 한배를 탄 상황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에는 상대적으로 법조 출신 인사들이 많아 안 후보자도 적잖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복지부 장관을 지낸 진영 의원이다. 안 후보자와 사시 17회 동기이면서 경기고·서울대 선배로, 친밀한 사이다.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박민식 의원은 안 후보자가 아끼는 검찰 후배다. 박 의원이 부산시장에 출마하려 하자 안 후보자가 후원회장을 맡아 준 일도 있다. 김회선 의원과는 경기고 동창이자 같은 검사 출신이다.

5개월간 수입 16억 … 4억여원 기부

  청문회 준비단에 따르면 안 후보자는 지난해 5개월 동안 서울 용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사업소득으로 16억여원을 벌었다. 고용한 변호사 4명의 급여와 사무실 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16억원 중 6억원 정도는 소득세로 냈다. 4억5000만원 정도는 유니세프·학교·보호시설 등에, 2000만원은 정치자금으로 기부했다. 나머지 6억여원은 지난해 10월 구입한 서울 회현동의 78평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준비단 관계자는 “변호사 연평균 수임이 5억원 정도인 걸 고려하면 안 후보자까지 5명이 함께 근무했기 때문에 수임액이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16억여원으로 알려진 아파트와 관련해선 “미분양 등으로 할인이 돼 12억5000만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2억5000만원의 출처와 관련해선 “지난해 소득과 원래 살던 홍은동 아파트 매각대금 3억4500만원, 부인 명의의 예금 등으로 마련했다”고 했다.

채병건·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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