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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군부, 잉락 전 총리 구금

태국 군부의 쿠데타 선언 이틀째인 23일 밤 방콕 도심에서 군인들이 시위대를 강제 연행하고 있다. 권력을 장악한 쿠데타 군은 이날 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구금하고 정치권 인사를 포함해 모두 114명에게 소환 통보를 내렸다. 군부는 ‘반(反)쿠데타’ 시위에 나선 수백 명의 시위대에 대한 강제해산에 나섰다. [방콕 AP=뉴시스]

잉락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전날 쿠데타를 선언한 군부에 의해 구금됐다. 외신에 따르면 잉락 전 총리는 군부의 소환에 응해 이날 정오쯤 가족과 함께 방콕의 군사시설에 출두했다. 지난 7일 헌법재판소의 해임 판결에 따라 실각한 이후 잉락 전 총리가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임시 총리 역시 소환에 응했다. 이 자리에는 쁘라윳 짠오차 육군참모총장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밤 태국 군부의 고위 장교가 “잉락을 그녀의 누이·시동생과 함께 구금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잉락 정부의 고위 관료였다.

 태국 군부는 이날 오전 국영TV 방송을 통해 잉락 전 총리와 그 일가족, 정치권 인사 등 100여 명을 소환했다. 또 정치인 등 155명에 대해 출국을 금지했다. 군부는 성명을 통해 “(이런 조치는) 국가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21~22일 쁘라윳 총장 주재로 열린 회담에 참석했던 여야 정치 지도자 일부는 여전히 군부에 의해 억류 중이다. 태국 군부는 방송 뉴스를 검열하고 CNN·BBC 등 일부 채널을 차단하는 등 언론도 통제하고 있다.

 쁘라윳 총장은 23일 방콕 남쪽 후아힌에 있는 왕궁에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만나 군부의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국민의 절대적 존경을 받는 국왕의 입장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쁘라윳 총장의 국왕 알현은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푸미폰 국왕은 탁신 전 총리를 몰아낸 2006년의 쿠데타를 사후 승인한 바 있다. 이번에도 국왕이 쿠데타를 추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쁘라윳 총장이 왕비 근위병 부대 출신의 대표적 왕당파 인사인 데다 국왕이 2010년 친(親)탁신 진영의 시위를 진압한 공로를 인정해 참모총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정권을 장악해 총리 역할을 대행 중인 쁘라윳 총장이 민정 이양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가운데 태국 군부의 쿠데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고조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헌법에 의한 민주적 민간 정부로의 즉각적 복귀와 모든 세력의 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성명을 통해 “쿠데타에 정당성은 없다”며 “국민 의사가 반영된 조기선거를 통해 민간 정부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쿠데타로 인해 1000만 달러(약 102억원)의 원조가 유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쿠데타의 영향으로 태국 경제는 휘청거렸다. 쿠데타 선언 다음 날인 23일 태국 증시(SET 지수)는 개장하자마자 급락했다. 이날 오전 한때 전날보다 2.1% 낮은 1384.46까지 미끄러졌다. 장중에 소폭 다시 오르긴 했지만 1만4000 선을 회복하진 못했다.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한 20일 이후 나흘간 태국 주식시장에서 4억800만 달러(약 4180억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가 빠져나갔다. 태국에 진출해 있거나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외국기업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군부가 쿠데타를 벌였던 2006년 해외 기업이 공장 건설 등 투자를 무더기로 취소하면서 그해 6~9월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이 3억5900만 달러 줄어든 전례가 있다.

 정부는 23일 태국 전역의 여행경보를 2단계(여행 자제)로 상향 조정했다.

홍주희·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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