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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직종' 된 청와대 비서관


‘문고리 권력’이란 말이 있다. 권력의 크기는 ‘거리’에서 나온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한국 정치에서 청와대 비서관은 오랫동안 ‘문고리 권력’으로 통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관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자리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 수 있단 얘기다. 그래서 비서관은 직급(1급)을 넘어 그 자체로 ‘권력’으로 불렸다.

 청와대 비서관은 크게 두 부류다. 대선 때 공을 세워 인정받은 측근·공신 등 여의도 출신과 정부의 각 부처에서 파견한 공무원들이다. 그들 사이에 전자는 ‘어공’(어쩌다 된 공무원)으로, 후자는 ‘늘공’(늘 공무원)으로 통한다. 어공과 늘공, 출신은 다르지만 그 자리에 가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특히 늘공의 경우 각 부처에서 능력 있는 에이스를 뽑아 파견해온 게 오랜 관행이었다. 비서관으로 있는 동안은 청와대와 소속 부처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임무를 마치고 복귀할 땐 요직에 중용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공무원들 사이에선 인기 있는 자리였다.

 그런 청와대 비서관이 최근에는 인기가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우선 자진해서 부처로 돌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었던 이혜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 입성 10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학교로 돌아가겠다”며 사직서를 냈다. 정영순 전 여성가족비서관도 같은 이유로 비슷한 시기에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돌아갔다. 주변에선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교수 생활을 하다 휴일도 거의 없다시피 하며 매일 14시간이 넘는 ‘빡센’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비서관 업무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두 사람이 청와대를 떠나자 내부에선 “청와대 비서관이 정말 별 볼일 없는가 보다”라는 푸념이 나왔다. 공석을 채우는 일도 쉽지 않다. 청와대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낙점하고도 고사하는 사람이 많아 인선이 몇 개월씩 늦어지기도 한다. ‘박근혜 청와대’ 초기 멤버 40명을 기준(현재는 41개 자리)으로 보면 출범 1년2개월여 만에 자의든 타의든 18명(45%)이 청와대를 떠났다.

 비서관의 수명은 풍전등화와도 같다. 정치적 외풍을 많이 탄다는 얘기다. 대형 사고가 나거나 선거에서 여당이 패하면 흉흉해진 민심을 수습하는 카드로 내각과 함께 청와대 개편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청와대 수석이 바뀌면 통상적으로 그 밑에서 일하는 비서관들이 동반 퇴진하는 경우가 많다.

 ◆끊임 없는 일일일=청와대 비서관들은 “일은 원 없이 해본다”는 말을 종종 한다. 보통 오전 7시에 출근하지만 귀가시간은 따로 정해진 게 없다. ‘얼리 버드’로 유명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새벽 5시 출근보다는 여건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고단한 삶이다. 일요일 출근은 물론이고 토요일에도 마음 놓고 쉬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과 가까운 A비서관에 관한 일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 가보면 항상 A비서관이 보이지 않아 ‘일부러 회의를 피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알고 보니 새벽에 출근해 회의자료를 준비하고 나면 실제 수석회의시간이 돼서야 겨우 한숨 돌리고 씻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쪼들리는 활동비=전직 의원 출신의 C비서관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만나면 내가 밥을 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얻어먹었다”고 사정을 털어놨다. 비서관의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의원은 “여러 사람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나도 같이 불러라. 그래야 내가 대신 계산이라도 해줄 게 아니냐”며 도움을 자처하곤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나마 사정을 아는 여당 의원이니까 밥값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야당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결제를 대신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칫 “청와대 아무개 비서관이 접대를 받고 다닌다”는 잘못된 소문이 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봉급을 털어 밥값으로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비서관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건 정치자금법이 강화되면서 과거처럼 정치권에 돈이 풍족하게 돌지 않으면서부터다. 과거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옛날엔 당에서 한 달에 수천만원씩 돈을 가져다 쓰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돈줄은 아예 막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되는 예산을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살림은 더 팍팍해졌다고 한다. 특수활동비에서 지출되는 법인카드 한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 비서관급의 카드 한도는 매월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명박 청와대 시절 적게는 120만원, 많게는 180만원 정도가 한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허리띠를 많이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올해 예산 중 각종 정보수집·식사·간담회 등에 쓰는 특수활동비는 146억920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9억원 올랐지만 자세히 보면 쓸 돈이 늘어난 건 아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신설되면서 국가안보실 정원은 새 정부 출범 당시 13명의 두 배 가까운 22명이 됐다. 늘어난 9명에는 차관급인 국가안보실 1차장과 안보전략비서관이 포함됐다.

 ◆삼엄한 청와대 분위기=D비서관은 얼마 전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점심 식사 후 복귀 시간이 늦으니 주의를 바란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청와대는 공직사회의 모범이 돼야 하는 만큼 공직기강이 가장 삼엄하다. 청와대 직원들은 연풍문으로 불리는 동쪽 출구로 주로 드나든다. 여기에 출입증을 대면 누가 언제 나가서 언제 들어왔는지가 전자기록으로 남는다. 점심 시간은 1시30분이 넘어서는 안 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선 무작위로 혹은 특정 대상을 정해 출입기록을 본 뒤 근태가 불량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직원에게는 경고 메일을 보낸다고 한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떠났을 때는 이런 분위기가 한층 강화된다.

허진 기자

비서관 연봉, 대기업 부장 수준

청와대 비서관은 ‘고위공무원 가급’으로 통한다. 흔히 말하는 1급 공무원이다. 직업공무원이면 그 앞에 ‘일반직’, 원래 민간에서 일하던 사람이면 ‘별정직’이라는 수식이 붙는다. 비서관의 상급자인 수석비서관은 차관급이기 때문에 모두 정무직 공무원이 된다.

비서관이 한 달에 받는 돈은 직급에 따라 다르다. 고위 공무원단 에 속하기 때문에 연봉제가 적용된 다. 올해 비서관이 받는 기본연봉(기준급+직무급)은 기준급이 5539만∼8246만원, 직무급은 1080만원이다. 성과급은 별도로 주어진다. 대략 대기업 부장 수준의 연봉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일반직 공무원은 퇴직 후 공무원연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민간 기업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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