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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칼럼] 나는 선생, 학생, 지친 아내이자 엄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진화
서울대 박사과정
제주대·인천가톨릭대 강사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해 결혼하고, 임신해 출산하고, 자녀를 키운다. 이삼십대 평범한 여성들이라면 대부분 겪는 이 한 문장을 살아내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 문장 속에 등장하는 6개의 동사 하나하나를 갓 겪은 30대 여성으로서 문장을 천천히 되새기고 있노라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치열했던 나날들이 코끝에 찡하게 맺혀온다. 나는 디자이너이자 선생이며, 학생이자 아내이고, 엄마이며 딸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정신없는 디자이너이자 피곤에 찌든 선생이며, 연구에 진척이 없는 학생인 동시에 지친 아내이자, 항상 미안한 엄마이며, 손주를 돌봐주시는 엄마께 짜증 내는 불효한 딸이다.

 ‘내 삶에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스스로에 대한 긍정이야말로 행복의 필요조건이며 건강한 자아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삶 속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이틀이나 굶어가며 맞은 촉진제, 8시간이나 겪은 마지막 진통(일명 밀어내기) 끝에 제왕절개 수술 예정 시각 10분 전 자연분만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은 감히 대학에 합격했을 때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하지만 34년 인생을 사는 동안 줄곧 성취감을 추구하며 살아온 나의 삶, 자신감 충만했던 태도는 출산과 동시에 무너져내렸다. 모유수유 실패와 영아산통으로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산후 곧바로 복귀한 강단에서는 매일 쪼그라드는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박사과정생과 시간강사를 겸하고 있는 나는 일주일에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맞벌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내가 받은 혜택이라면 강의를 잃지 않도록 방학에 태어난 ‘효녀 딸’과 손녀 양육에 애쓰시는 ‘아직은 건강하신 친정엄마’뿐이다. 이 사회는 막다른 골목에서 마지막 한 조각의 자존감을 지켜내려 힘겨운 삶을 살아내고 있는 여성들에게 과연 무슨 보탬이 되고 있는가?

 산후 50일 만에 출강하면서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는 “지금껏 치열하게 살아온 내 삶에 예의를 갖추고자,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다 같이 잘 살아보고자”라 대답하고, 또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높은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나 박사까지 시킨 딸이 ‘경단녀(경력 단절녀)’가 되는 것이 싫어 손주 양육을 자처하시는 엄마께 양육비를 드리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생활은 스터딩맘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팍팍한 현실에서 모성과 자존감을 함께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에게는 제도적 뒷받침, 주위의 관심과 배려는 물론이고 나아가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 엄마들이 자신감을 회복할수록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나는 모든 기혼 여성이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이진화 서울대 박사과정, 제주대·인천가톨릭대 강사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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