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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세월호, 연꽃을 올리는 진흙이라면 …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아들이 죽었습니다. 여인의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장례도 치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들의 주검을 안고 미친 듯이 찾아다녔습니다. 용하고 뛰어나다는 이들을 찾아가 “아들을 살려달라. 그런 약을 달라”고 매달렸습니다. 아무도 그러질 못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붓다를 찾아갔습니다. 그라면 살려내겠지. 아들의 주검을 붓다 앞에 내려놓고 슬픔을 토했습니다. “아들을 살려주세요, 제발.” 붓다는 말했습니다. “알았다. 그렇다면 사람이 한 번도 죽어나간 적이 없는 집에 가서 겨자씨 세 개를 얻어오너라.”

 여인은 마을로 달려가 집집마다 물었습니다. 그런 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빈손으로 돌아온 여인에게 붓다는 말했습니다. “그대는 오직 자신만이 아들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죽음이란 모든 존재에게 오는 것이다. 그들의 욕망이 채워지기 전에 죽음은 그들을 데려간다.” 그걸 깊이 이해한 뒤에 여인은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삶의 무상함을 깨친 여인은 출가해 수행자가 됐고, 깨달음을 성취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대한민국은 ‘자식 잃은 여인’이 됐습니다. 장례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죽음을 껴안고 저마다 외쳤습니다. 해경을 향해, 관료를 향해, 대통령을 향해서 말입니다. 죽은 아이들을 살려내라고. 이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게 제대로 된 국가냐고. 그래서 세월호는 진흙입니다. 그 질퍽한 슬픔의 강도에 우리의 발목이 푹푹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왠지 죄스럽다”고 말합니다.

 저는 ‘자식 잃은 여인의 일화’를 다시 읽습니다. 궁금하더군요. 바닥까지 침몰했던 절망, 그걸 어떻게 희망으로 바꾸었을까. 죽어서도 놓지 않을 것 같던 자식의 주검을 여인은 어떻게 내려놓았을까. 또 수행자가 돼 깨달음을 얻었을까. 2500년 전의 여인에게 묻고 세월호에 물었습니다. 세월호에 묻고, 또 여인에게 물었습니다.

 그제야 알겠더군요. 세월호는 진흙입니다. 절망과 분노로 질척대는 진흙입니다. 그런데 한 꺼풀만 껍질을 벗겨 보세요. ‘세월호 참사’라는 진흙의 이면에 무엇이 있을까요. 거대한 에너지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포장지만 보면 분노의 에너지입니다. 자세히 보면 다릅니다. ‘무엇을 향한 분노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면 에너지의 정체가 보입니다. 그건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입니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여인에게는 삶과 죽음의 이치를 터득하는 큰 에너지로 작용했듯이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거대한 절망이고, 동시에 거대한 희망입니다. 세월호는 가라앉으며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 올렸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신한국창조’, 김대중 대통령이 ‘제2의 건국’을 외칠 때도 이만큼 에너지가 모였던가요. 그런 엄청난 에너지가 우리 앞에서 넘실댑니다. 대한민국의 개혁과 업그레이드를 열망하는, 아래로부터 올라온 힘 말입니다.

 세월호의 에너지를 장착하고, 이제 대한민국호가 나아갈 차례입니다. 자칫하면 배가 다시 좌초합니다. 세월호를 정파적 목적으로 쓰려는 이들이 꽤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대로 된 방향타가 중요합니다. 그게 대한민국호 선장의 몫입니다. 이 거대한 에너지를 운항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항해술이 역사적 시험대에 오른 겁니다. 국가 개조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시대적 요청입니다. 그걸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요. 관료가, 아니면 야당이, 아니면 언론이 그걸 거부할 수 있을까요. 거대한 위기가 거대한 기회입니다. 늘 진흙에서 연꽃이 올라옵니다. 제 눈에는 세월호가 그런 진흙입니다.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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