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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아, 세월호 … 잊지 않아야 바뀐다

39일째다. 잔인한 봄날에 시작된 참사는 어느덧 여름을 맞고 있다. TV 카메라에 잡힌 진도 실내체육관 내부는 휑하다. 실종자가 20명 아래로 줄면서 가족들이 하나 둘 떠난 탓이다. 기자는 “처음 내려왔을 때는 빈자리를 찾기 어렵더니 이제는 채워진 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 뒤로 펼쳐진 썰렁한 체육관 풍경이, 마치 울다 지쳐 눈물마저 바싹 말라버렸을 가족들 마음 풍경 같다. 상상조차 싫겠지만 마지막 혹은 영원한 실종자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끔찍한 공포가, 남은 이들의 피를 말리게 하지 않을까.



 떠나간 이들의 빈 이부자리를 치우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의 배려가 돋보이지만 그것도 잠시의 위안일 뿐이다. 빽빽이 이부자리가 깔려 난민수용소 같은 체육관 풍경도 우리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2014년 한국 사회의 초상이다.



 가족들이 하나 둘 진도를 떠나듯 우리의 일상도 점점 세월호를 떠나고 있다. 어느덧 TV에선 웃음이 자연스럽고 SNS를 물들이던 노란 리본 물결도 잦아들었다. 아직도 20명 가까이 바다에 잠겨 참사가 진행 중이란 걸 깜빡 한다. 이젠 마음의 침몰에서 벗어나 일상을 되찾을 때란 목소리도 높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우리가 언제 일상에서 벗어난 적이 있던가?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있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엄청난 폭발력의 시한폭탄으로 가득한 매우 위험하고 불안한 시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며 전율했을 뿐”이라고 썼다. “우리에게 돌아갈 편안하고 안전한 일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그저 하루빨리 잊어버리라는 말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낄낄거리든 재잘거리든, 또 무엇을 하든 잊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김창남)



 단원고 희생자의 아버지인 유경근(유가족 대변인)씨도 한 추모 미사에서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일이 아니라 국민의 일이 됐고, 정권을 지킬까 끌어내릴까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침몰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됐다”며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다. 다만 평생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모든 권력에 대한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라고 했던가(밀란 쿤데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는 주홍글씨처럼 가슴 깊이 노란 리본을 새겼다. 함부로 떼낼 수도 지울 수도 없다. 오직 잊지 않겠노라는 다짐과 스스로 바뀌어서 세상을 바꾸는 일, 그것만이 허락돼 있을 뿐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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