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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국가개조? 위선부터 벗어던지자

조윤제
서강대학교 교수·경제학
국가개조론이 힘을 얻고 있다. 국가개조란 나라를 뜯어고친다는 말이다. 국가는 결국 국민과 제도로 이뤄져 있다. 국가가 바뀌려면 이 둘이 다 바뀌어야 한다. 바른 제도가 있어도 국민이 지키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 같은 것이 수시로 일어나게 되고, 또한 제도가 잘 못되어 있으면 국민들의 바른 행동을 유인해낼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한 첫걸음은 우리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지난 66년의 대한민국 역사는 자랑스러운 역사다. 세계가 놀라워하는 경제도약을 이뤘고 민주화도 이뤄냈다. 그런데 왜 국가개조인가? 그것은 현재의 국가사회 전반적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깊은 불신과 불만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깊이 퍼져 있는 불공정, 부패, 반칙, 비합리성, 비효율성, 이런 것들이 정부와 지도자들 그리고 사회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낳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분노와 좌절감이 대립과 갈등, 반목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이를 고쳐나가기 위해서는 결국 전반적 국가제도와 운영체계의 개편, 관행의 변화, 그리고 국민들 스스로의 행동양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지도층과 엘리트들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도층과 엘리트들은 필자를 비롯해 실력과 미래세대에 대한 의무감, 도덕적 진지성이 부족하다. 선진 외국에 가보면 계산대에서 거스름돈 계산을 제대로 못하는 국민들이 수두룩하지만 회사와 시장, 국가기관은 매우 합리적·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스템과 운영방식이 잘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을 여기까지 끌어올린 힘은 우수하고 근면한 근로자, 기술자, 기업인, 군인, 관료들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더 나아가 진정한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인, 언론인, 학자, 관료들이 이제 선진국과 같은 식견과 역량,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지 못하면 음지가 자라 제도를 덮는다. 관피아를 개혁하려면 징벌도 필요하지만 먼저 관료들에게 바른 보상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 우리 공무원들은 하는 일의 성격이나 그 일에 필요한 자격요건에 상관없이 급에 따라 똑같은 보수를 받고 있다. 가령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개인적 자질과 능력은 어느 재벌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임직원에 뒤지지 않는다. 그들과 가족들의 비교대상은 이들이지 우체국이나 동회 직원은 아닐 것이다. 외국에서는 같은 공직자라도 맡은 자리의 성격에 따라 연봉이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공정과 형평을 기한다며 중앙경제부처나 지방민원부서나 일률적인 봉급체계를 갖고 있다. 하는 일의 중요성이나 귀천이 다르다는 얘기가 아니다. 모든 직업은 숭고한 것이다. 하지만 그 똑똑한 관료들이, 검사·판사들이 그런 보수를 받으며 평생을 보내고 말겠는가? 고위직에 오른 후 낙하산 타고 유관기관으로 혹은 로펌으로 가서 민관유착의 채널이 되고 전관예우를 누리는 고리를 만들게 된다. 유착이나 전관예우는 바로 우리 사회에서 제도와 법이 공정하게 시행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공정을 기한다는 것이 공정을 허무는 결과를 낳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사회는 그것을 고치지 못하고 공무원들에게 희생과 헌신만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기회의 평등을 기한다며 평준화를 경직적으로 추진한 결과 공교육이 무너지고 부모와 아이들은 사교육과 조기유학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교육의 기회는 평등해진 것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오히려 더 불평등해졌다.

 국가개조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가 위선을 벗어던지고 보다 현실적이며 합리적인 제도와 보상유인체계를 도입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지도자와 국민이 우리가 바꾸기를 바라는 바가 무엇이며 이를 위해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를 진솔하고 깊이 있게 토의해 하나하나 함께 실행에 옮겨나가야 한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으며 긴 시간을 요할 것이다. 작은 집 하나를 제대로 짓는 데에도 건축가와 집주인은 수없는 토의를 거쳐 집의 설계도를 그리고 자재를 마련해 추운 겨울을 나며 집을 짓는다. 하물며 국가개조이겠는가? 현실과 괴리된 급조된 설계도는 국가개조를 또 하나의 구호로만 그치게 할 뿐이다. 국민들의 공감과 국민 모두의 참여를 얻지 않고는 한 발짝의 진전도 보기 어렵게 된다. ‘신한국 창조’ ‘제2건국’을 외쳐댄 것이 불과 20년도 안 된 일들이다.

 지금 국민들은 대통령과 지도자들에게 눈물을 보이라고 요구하지 말고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하고 냉혹하리만치 차갑게 국가의 운영체계를 고쳐나가기를 요구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 스스로가 그렇게 되어야 세월호 참사를 국가개조를 위한 소중한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조윤제 서강대학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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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