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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소득 2만 달러 시대, 행복하신가요

헝가리 출신 미국 경제학자 티보르 스키토프스키(1910~2002). 그는 물리적 만족을 넘어 행복을 찾는 방법으로 여행과 취미, 봉사활동 등을 추천했다. [사진 중앙북스]

기쁨 없는 경제
티보르 스키토프스키 지음
김종수 옮김, 중앙북스
324쪽, 1만8000원


이스터린의 역설(The Easterlin Paradox). 1974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리처드 이스터린 교수가 주장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내용은 단순하다. ‘돈이 많을수록 행복한 건 아니다.’

 70년대 미국 경제는 최고의 번영을 구가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어서 유럽을 압도했다. 생산성도 높아져 산업혁명 때처럼 주당 72시간 일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불행하다고 외쳤고 무의미한 중독에 빠져들었다.

 ‘돈을 벌어라. 그러면 기쁨은 커질 것이다’를 외쳤던 주류 경제학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서비스와 상품의 효용·가치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린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이스터린의 역설은 학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지금까지도 후생경제학에선 이 명제를 두고 ‘맞다, 아니다’ 논쟁을 벌일 정도다.

 이스터린의 역설이 나오고 2년 후인 76년. 정년 퇴직을 앞둔 노(老)경제학자가 책 하나를 출간한다. 미 스탠퍼드대 티보르 스키토프스키 교수의 『기쁨 없는 경제(The Joyless Economy)』다.

 스키토프스키는 이 모두를 뒤집는 주장을 한다. ‘돈과 행복은 상관없다.’ 그는 “만족은 대부분 경제학의 영역 밖에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의 행복과 만족을 좌지우지하는 건 새로움과 자극이다. 그는 돈으로 새로움과 자극을 사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한다. 새로움과 자극의 낙차가 클수록 불행은 거대해지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돈과 행복을 놓고 우리는 오랫동안 의미 없는 추격전을 벌인 셈이다.

 그는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디스토피아를 이렇게 표현한다. “기술이 더 발전해 경제 활동에서 모든 육체적·정신적 노력이 배제된다면 자극을 찾는 일은 인류 문명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간절히 적었다.

 92년 개정판을 번역한 책이지만 76년 초판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38년 전에 나온 책이란 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신선하고 발칙한 시선이 넘쳐난다. 지금 한국 상황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책이 처음 나온 70년대 미국과 비슷하게 1인당 국민소득 2만4000달러 고지에 올랐지만 너무나도 불행한 한국 사회를 되돌아 보게 한다.

 아쉬움은 남는다. 돈과 행복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고 여러 주장을 열거했지만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만족을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명쾌하게 내놓지 못했다. 그런 물음에 스키토프스키는 “결론은 열려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결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어떤 독자가 나의 주장을 확장하거나, 검증하거나, 반박하거나, 적어도 한 번쯤 생각해보도록 자극했다면 나로선 충분히 잘한 셈이다. 만일 이 책이 독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영리하게 빠져나갔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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