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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6일, 실망스러운 정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이틀째 긴급 현안 질의가 열린 국회 본회의장. 의원들이 지방선거 일정 등으로 참석하지 않아 21일 오전·오후 회의 시작이 잇따라 지연됐다. 개의 시간(2시30분)에서 10여 분 지난 국회 본회의장은 대부분 빈자리였다. 이날 오후 회의는 2시43분쯤에야 겨우 정족수를 채웠다. [뉴시스]

세월호 침몰 같은 국가적 대참사 앞에서도 국회의원들의 구태는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오전 국회는 세월호 관련 대정부 긴급 현안질의에 앞서 전날 여야가 합의한 방송통신위원장 출석요구안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사회를 맡은 이병석(새누리당) 국회 부의장은 “의결 정족수가 145명인데 현재 출석인원이 114명뿐”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부랴부랴 의원들을 끌어 모은 끝에 30여 분 뒤에야 질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오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개회 정족수(50명)가 채워지지 않자 박병석(새정치민주연합) 부의장은 “국가란 무엇이고 정부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를, 어제 오늘 모두 늦게 개회하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내일부터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오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하는 곳이 많다. 의원들이 대거 본회의에 불참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이처럼 ‘세월호’보다 선거를 챙기는 국회의원들의 태도야말로 개혁 대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선거를 통해 자기 자리를 유지하고 힘을 모으는 것이니 선거 때문에 바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며 “이런 국회의 모습 때문에 국민의 신뢰는 떨어지고 정치 지도자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좋은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가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정치권의 행태가 40년 전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7대 국회였던 1970년 12월 326명이 숨진 남영호 사건 때 국회 진상조사위원회 급파 등을 주도했었는데, 결국엔 흐지부지됐다. 그 경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한·일 협정 비준 반대 때만 해도 국회의원 9명이 의원직을 던지는 등 책임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도리어 그때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는 세월호와 해양안전 관련 법안 8건을 통과 시킨 게 전부다. 진작에 통과돼 세월호 참사를 막았어야 하는 것들을 뒤늦게 통과시킨 것에 불과했다. 유족과 국민 앞에 속 시원히 진상을 규명하거나 획기적인 국가개조 방안을 제안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야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쟁을 자제하며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정쟁의 모습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전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박 대통령이 언급한 해경 해체는 포퓰리즘”이란 내용의 특별 성명을 낸 걸 놓고 새누리당은 “대통령 후보까지 하신 분이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은 유감” “국가적 재난을 지방선거에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9·11 테러가 발생한 2011년 9월 11일 미 의회의 여야 지도자들은 워싱턴 의사당에 집결해 국가 재난 앞에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공화당·가운데)과 토머스 대슐 상원 원내총무(민주당·앞줄 왼쪽) 등 민주·공화 의원 100여 명은 이날 의사당 계단에 모여 위기 극복 의지를 표했다. [게티이미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리 국회의 이 같은 대응은 9·11 테러 직후 미국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라고 선언하며 단합을 강조했다. 테러 발생 3일 만에 대통령에게 사실상의 전쟁 권한을 부여하는 결의안을 상원은 98대 0, 하원은 420대 1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또 불과 한 달 보름이 지난 10월 26일에는 기본권 제약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국법’을 발효시켜 테러 예방과 대책 마련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정권 교체 이후 오바마 대통령도 이 같은 법안들의 핵심 내용을 연장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처럼 실망스러운 우리 국회의 모습에 대해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우리나라 정당이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 아니라 이익만 추구하는 이익집단이라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지금은 선거보다 세월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여야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열을 올려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장관한테 호통치는 것도 독재정권 시절에나 하던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순형 전 의원은 “과거 국정조사를 21번 했는데 결과 보고서 채택은 8번밖에 안 됐다. 나머지는 모두 정쟁으로 얼룩졌다”며 “세월호 참사의 국정조사는 정치적 중립에 있는 국회의장이 위원장을 맡아 철저한 예비조사를 통해 철저히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우·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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