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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만 52조 '교육 소통령' … 이념보다 공약·정책 따져야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이 열린 지난 19일 서울시선관위에서 고승덕·이상면·조희연·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들(왼쪽부터)이 손을 잡고 정책선거를 치르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뉴스1]

6·4 지방선거에선 지자체장과 함께 17개 시·도 교육감도 뽑는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에 유권자의 관심이 낮아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광역단체장 후보에 비해 교육감 후보 인지도는 매우 낮았다. 본지가 지난 14일 발표한 서울 거주 성인 800명 대상 교육감 선거 여론조사 결과 ‘지지 후보 없음·무응답’ 비율이 절반(52.9%) 이상이었다. 서울시장 조사에선 ‘지지 후보 없음·무응답’이 14.5%에 그쳤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 추천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과거엔 후보들이 추첨한 순서대로 투표 용지에 이름이 기재됐고, 유권자들이 번호만 보고 고르는 경향이 나타나 ‘로또 선거’란 비판이 나왔다. 이번 선거부터는 투표 용지에 후보 이름을 선거구마다 가로로 번갈아 표기하는 ‘교호순번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유권자의 관심이 낮다.

 하지만 교육감은 전국 유치원·초·중·고 학생 650만 명을 위한 교육정책을 총괄해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자리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학교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의 조직·인사·예산에 대한 최종 권한은 교육부 장관이 아니라 교육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교육자치법은 교육감에게 예산 편성, 학교 설립·폐지, 인사 등 17가지 권한을 부여한다.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의 설립이나 지정 취소는 물론이고 고교 신입생을 학교별로 뽑을지(비평준화), 추첨으로 배정할지(평준화)를 정하는 것도 교육감이다. 서울교육감만 봐도 장학사·장학관, 공립 유치원·초·중·고 교원 5만4000여 명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한 해 예산 7조4000억원을 집행한다. 17개 시·도 교육감이 다루는 예산만 올해 52조원에 달한다. 정진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광역시장·도지사는 주민이 뽑는 구청장·군수 등 기초자치단체장과 권한을 나눠 갖지만 교육감은 지역 교육장의 임명권까지 쥐고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가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더 큰 이유는 후보자별로 교육철학과 공약이 판이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해당 지역 학생들이 받는 교육이 실제로 달라질 수 있어서다. 본지가 19~21일 서울·경기·인천지역 교육감 후보들에게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후보에 따라 큰 시각 차를 드러냈다.

 서울만 봐도 조희연 후보는 당선되면 자사고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했다. 반면 고승덕·문용린·이상면 후보는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추진했던 혁신학교는 문용린 후보가 재선되면 폐지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 예산을 중단해 자동 해제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고 후보는 현행 유지, 조 후보는 확대 입장이다. 고교선택제도 조 후보가 교육감이 되면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는 “선지원 제도는 유지하되 성적 분포를 고려해 새 배정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비리에 연루된 국제중은 일반중으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경기에서도 고교 평준화 지역과 관련해 조전혁·김광래 후보는 현행 유지 입장이지만, 이재정·한만용 후보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에선 안경수 후보가 “외국어고·국제중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반면 이본수 후보는 현행 유지, 진보 성향 이청연 후보는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계 인사들은 이처럼 교육감 선거가 학생 교육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념 성향 대신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을 따져보고 적극 투표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막대한 세금을 집행하는 교육청이 책무성을 발휘할 수 있게 교육 소비자, 학부모의 입장에서 따져보자”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대표는 “교육의 질과 학교의 안전은 교육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에 달려 있다”며 “교육계의 관료주의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후보를 고르자”고 제안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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