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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 속에, 저 사람들 사이에 … 우리네 삶 있었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코리안 뷰티’전은 백자를 닮은 유백색 추상화로 시작, 우리네 평범한 이웃 10명을 실물 크기로 그린 김상우(42)의 ‘세대’(2003)로 끝난다. [사진 서울미술관, 뉴시스]

서울미술관의 ‘백자예찬’전에는 김환기의 초기작 ‘섬 스케치’(1940년대)가 처음 공개된다. [사진 서울미술관, 뉴시스]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 대나무는 그 인고의 세월을 기록하지 않고,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나이테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관장 정형민)의 ‘코리안 뷰티 : 두 개의 자연’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 벽에 적힌 소설가 김훈의 글이다. 또 ‘백자예찬 : 미술, 백자를 품다’전이 한창인 서울 창의문로 서울미술관(이사장 서유진)엔 서정주(1915~2000) 시인의 ‘기도일’이란 시가 걸려 있다. 백자 그림들 사이에 적힌 시는 이 시대 사람들의 허탈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하늘이여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던지, 날르는 몇 마리의 나븨를 두시던지, 반쯤 물이 담긴 도가니와 같이 하시던지 마음대로 하소서. 시방 제 속은 꼭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븨여진 항아리와 같습니다.”

 한국미의 특징은 무엇일까. 시각 예술에 나타난 한국적 정체성은 무엇일까. 전통 예술뿐 아니라 많은 현대 미술가들이, 기획자들이 던졌을 법한 오래된 질문이다. 두 개의 전시는 이 질문에 대한 이들 미술관의 답변이다. 대나무에, 항아리에 문인들이 감정이입했듯 우리 자연을, 우리 백자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은 근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코리안 뷰티’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17점으로 꾸린 전시다. 함축과 은유, 비움의 여백, 울림과 어울림을 추구하며 자연과 교감한 회화·조각이 출품됐다. 곽인식·김주현·박노수·배병우·송현숙·이우환·최병소 등 56명의 작품이다. 이강소의 천연스러운 붓질이 돋보이는 흰 그림으로 시작해, 양복 입은 아저씨, 교복 입은 소녀, 지팡이 짚은 할아버지 등 우리네 군상을 실물 크기로 그린 김상우의 ‘세대’(2003)로 끝나는 전시다.

 전시장 한가운데 전통 정자를 닮은 공간을 만들어 관객을 사유로 이끌고, 2개층을 잇는 13m 벽면에 하늘·땅·바다를 담은 사진들을 걸었다. 이추영 학예연구사는 “‘아메리칸 뷰티’라는 단어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하니 샘 멘데스 감독의 1999년작 영화 사진들이 나왔다. ‘코리안 뷰티’의 경우 한국의 성형·화장·미인 사진들이 보였다. 한 편의 영화가 그러했듯 한국 현대미술이 ‘코리안 뷰티’의 대표 이미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백자예찬’은 백자를 소재로 한 근현대 미술 작품, 오늘날의 백자 등 56점을 전시했다. 청회색 화폭에 백자를 담은 김환기(1913∼74)부터 호를 도천(陶泉·도자기의 샘)이라 지을 만큼 백자를 사랑한 도상봉(1902∼77), 4개국 16개 박물관의 백자를 사진에 담은 구본창, 조선 백자의 명맥을 이은 도예가 한익환(1921∼2006)에 이른다. 미술관이 지난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구입한 김환기의 초기작 ‘섬 스케치’(1940년대)도 처음 공개했다. 미술관 뒤편 석파정 창가에 백자를 둬 옛 사람들의 멋을 되살렸다.

  권근영 기자

▶‘코리안 뷰티 : 두 개의 자연’=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9월 28일까지, 서울관 통합관람권 4000원, 18세 이하 무료. 02-3701-9500.

▶‘백자예찬 : 미술, 백자를 품다’=서울미술관, 8월 31일까지, 성인 9000원 . 02-39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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