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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산하 공기업 간부 심사 … “기관장 인사권 침해” 거센 반발

산업통상자원부가 산하 주요 공기업 간부를 대상으로 자격심사를 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능력 있는 간부를 뽑아 공기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간부 승진 대상자를 중심으로 한 공기업 직원들은 “관피아(관료 마피아) 낙하산 길이 막히니 인사에 개입해 관치를 강화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부는 21일 산하 공기업의 주요 본부장직(본부 소속 직원 500명 이상) 후보자에 대한 역량평가제도를 오는 10월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전력·가스공사·석유공사를 비롯한 11개 에너지 공기업의 46개 본부장직이 평가 대상이다.

 역량평가는 산업부가 2012년부터 본부장보다 한 단계 높은 직급인 상임이사를 대상으로 실시해왔다. 산하 공기업 간부를 대상으로 역량평가를 하는 부처는 산업부가 유일하다. 2011년 9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을 계기로 에너지 공기업 임원들의 자질 논란이 커지자 “실력과 도덕성이 검증된 임원을 선발하겠다”며 이 제도를 도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2년간 역량평가를 해본 결과 성과가 좋다고 판단해 대상을 본부장급으로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역량평가는 기관장이 3배수 이상의 후보자를 정해 산업부에 제출하면 외부 평가위원들이 면접을 통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후보자들은 5점 만점의 평가에서 평균 2.5점을 넘어야 본부장이 될 수 있다. 평가항목은 ▶성과 지향 ▶이해관계 조정 ▶의사소통 ▶위기대응 ▶전략적 사고로 이뤄져 있다.

 논란의 핵심은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다. 상당수 공기업 직원들은 기관장이 자율적인 인사를 못하고 산업부 눈치를 보게 될 거라고 주장한다. 한 공기업 부장급 인사는 “본부장 임명은 기관장이 산업부에 보고할 필요가 없는 건데, 후보자 명단을 산업부에 제출하라는 것은 사실상 재가를 받으라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평가위원은 산업부 장관이 선정한다’라는 역량평가제도 규정도 공기업 직원들이 문제 삼는 대목이다. “산업부가 평가위원을 통해 당락을 좌우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높은 역량평가 통과율(67%)을 감안하면 기관장의 인사 자율성은 충분히 보장된다는 논리다. 산업부 관계자는 “본부장 후보자 3명 중 2명은 역량평가를 통과할 정도로 문턱이 낮기 때문에 기관장이 얼마든지 원하는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가위원 선정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규정상으로는 산업부 장관이 정한다고 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외부 역량평가 컨설팅업체가 자체적으로 하도록 할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스로는 외부 평가를 받지 않는 산업부가 공기업의 본부장급 인사까지 챙기는 건 지나친 간섭이라고 지적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운영법은 인사와 경영은 공기업 기관장이 소신껏 하도록 맡겨둔 뒤에 실적을 놓고 공기업을 평가하도록 정해 놨다”며 “산업부가 임원이 아닌 실무 간부 인사까지 역량평가라는 수단을 통해 통제하는 것은 공공기관운영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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