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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스마트카 시장, 삼성·LG에 등 돌린 현대차

현대차가 다음달부터 미주 시장에서 판매하는 신형 쏘나타의 내부. 차량용 소프트웨어 ‘애플 카플레이’가 장착돼 전화 통화, 문자 송수신, 지도 검색, 음악 듣기는 물론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도 운전 중에 쓸 수 있다. [사진 애플]

‘스마트카(smart car)’를 기점으로 자동차 시장의 판이 달라지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 결합한 미래형 스마트카 시장을 놓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부터 IT 기업들까지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표적인 IT 기업인 삼성·LG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와도 연합전선을 구축하지 못해 글로벌 스마트카 경쟁에서 한발 뒤처진 모습이다. 이들이 뒤처진 이유는 바로 선진국 업체와의 ‘소프트웨어(SW) 기술 격차’ 때문이다.

 특히 SW 기술에서 앞서 있는 구글·애플은 도요타·제너럴모터스(GM)·포드·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경쟁적으로 기술 제휴를 하고 있다. 구글이 도요타를 영입하자 이에 질세라 애플은 BMW·메르세데스-벤츠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며 맞서는 양상이다. 다른 선두권 자동차 업체들도 스마트카 관련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글로벌 IT 업체와의 기술 제휴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5위 메이커인 현대자동차에도 이러한 흐름은 예외가 아니다. 우선 현대차는 올 3월 애플과 기술 제휴를 하고 스마트카의 전 단계인 ‘커넥티드 카(다른 기기와 통신으로 연결된 차)’를 출시하기로 했다.


 다음달 1일 차량용 소프트웨어인 ‘애플 카플레이’를 장착해 미주 시장에 출시하는 신형 LF 쏘나타가 그 첫 작품이다. 카플레이는 아이폰을 통해 전화 통화·문자 송수신·지도 검색·음악 듣기는 물론이고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까지 차량 내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통해 운전 중에도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페라리, 볼보 등도 카플레이를 도입한 차량을 속속들이 발표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구글 운영체제(OS)로 달리는 자동차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이 올 1월 현대차, 일본 혼다, 독일 아우디, 미국 GM 등 4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공동으로 ‘열린자동차연합(OAA)’을 결성했기 때문이다. OAA는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사람의 음성만으로 e메일과 지도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동차용 IT 서비스를 올 연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2015년형 모델에 안드로이드 기반 자동차 소프트웨어 ‘GPM(Google Projected Mode)’을 탑재하기로 했다.

 이처럼 미래 스마트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모바일 OS 기업 간의 합종연횡은 앞으로도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카 시장 규모는 올해 2180억 달러(약 225조원) 규모에서 3년 후인 2017년에는 2740억 달러(약 28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자동차의 성격이 단순한 ‘운송수단’에서 온갖 SW 기술이 축약된 ‘전자기기’로 바뀌는 셈이다.

소비자, 차 안에서도 IT 활용 원해

 정규원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 차장은 “소비자들도 스마트폰이나 갤럭시노트처럼 자동차 밖에서 경험했던 IT 기반 기술을 차 속에서도 활용하길 원한다”며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해 이 분야에서 기술을 발전시킬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과 LG 등 국내 대표 IT 기업들은 아직 스마트카 분야에서 갈 길이 멀다. 같은 대한민국 국적인 현대차가 애플과 구글을 선택할 정도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IT업체들이 추격전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이 분야를 선점한 구글 등 미국계 업체들이 앞서는 게 현실”이라며 “텔레매틱스 시스템 등 고도의 SW 개발 능력이 필요한 분야에선 아직 미국 업체들에 비해서는 기술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 안에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스마트카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삼성은 전사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電裝) 부품 등 스마트카 분야 사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아직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인 ‘드라이브 링크(Drive Link)’는 인도 업체인 타타자동차 정도만 사용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5년 전 현대차와 ‘차량용 전자부품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스마트카 전자부품 개발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듬해 프로젝트가 폐지되면서 성과를 보지는 못했다.

 LG전자도 지난해 7월 차량용 첨단 제품을 전담할 VC(차량용 부품) 사업본부를 신설해 전장 부품과 스마트카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본격적인 성과를 내긴 역시 이르다. SW 분야는 실적이 거의 없는 실정이고, 부품계열사인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 부품과 소형 모터를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올 1월 발표한 자동차 원격제어 서비스 ‘T카’도 마찬가지다. T카는 차량에 통신 모듈을 장착해 스마트폰으로 시동과 선루프 개폐를 조정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연료량·주행기록 등 자동차 상태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출시 직후 사후서비스(AS)를 놓고 논란이 발생했다. 현대·기아차 측에서 “T카가 제품 결함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T카로 인해 유발되는 고장과 사고 발생 시 보증 수리를 받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출시 5개월이 지나도록 T카는 제대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W 격차’는 스마트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장 대한민국 대표 스마트폰인 ‘갤럭시S5’도 운영체제·음성검색·지도 등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제3의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국내 중소·중견 SW 기업 중 상당수는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세계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IT업체 임원은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일어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국내 IT 업계는 아직도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HW)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며 “삼성SDS나 LG CNS 등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들만이 근근이 글로벌 SW 시장에 진출해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기업 뒤늦게 SW 육성·개발 박차

 다만 다행스러운 건 SW 격차를 인식한 국내 IT 기업들과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캐치업(선진국 따라잡기)’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민간 기업들은 프로그래밍의 기초가 되는 코딩 교육에 직접 나서고 있다. SW 저변 확대가 개별 기업의 성패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영국·미국·이스라엘 등 IT 강국뿐만 아니라 에스토니아·핀란드·중국·인도 등에서도 초·중·고등학교에서 SW 코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개발하며 SW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3월부터 초·중·고 학생들에게 방과후 코딩을 가르쳐주는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교재와 교육용 기기, 프로그램, 강사를 전부 삼성이 무료로 제공한다. 사회공헌활동 차원이다. 지난해 45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아카데미는 올해 121개 초·중·고 3300명으로 확대했다. 각 학교에서 신청이 쏟아져 경쟁이 치열했다고 삼성 측은 전했다. 삼성은 2017년까지 4만 명 이상의 학생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게임업체 넥슨도 마찬가지다. 넥슨은 서울대·광운대·한동대 등과 산학협력을 맺고 넥슨 개발자가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을 개설했다.

 미래부도 소프트웨어 R&D 생태계 조성 목적으로 2017년까지 글로벌 SW 전문기업 10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2017년까지 R&D 자금 2조8000억원이 차질 없이 투입될 경우 생산유발효과 4조4000억원, 부가가치 2조원, 고용창출효과 6만4000명 등이 예상된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정책실장은 “산업체와 대학·개발자·정부 사이 역할 분담과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는 선순환적 SW R&D 생태계를 만드는 게 정부의 목표”라며 “향후 민간 SW 기업과 함께 개방형 포럼을 출범시켜 국내 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활성화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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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