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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는 고은맘] '도치 엄마'의 착각

엄마 미소, 아빠 미소 짓게 만드는 ‘머리 큰’ 고은양의 웃음

돌 맞을 각오하고 말하겠습니다. 충분히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고은양은 못해도 상위 10%에 들 정도로 예쁜 것 같습니다. 백 번 양보해 예쁘지는 않아도 고은양이 천재, 최소한 수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또래 아기들이 보여주기 힘든 ‘발달 신공’을 보여주거든요.

예, 그렇습니다. 저는 ‘(고슴)도치 엄마’ 입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제가 “객관적으로 고은이 예쁘지 않아?”라고 물었더니 한 친구는 묻는 말에 답은 않고 “엄마가 되는 순간 ‘객관적’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정말 ‘객관적’ 입니다. 고은양을 신생아실에서 첫 대면하곤 든 생각은 ‘헬보이 닮았다’ 였거든요. 양수에 불은 얼굴이 기괴해 보여서요. 물론 그게 엄마 때문에 고은양이 고생해서 그런 거였지만.)

그래서 고은양의 외모와 발달 상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점검해 봤습니다.

1) 고은양은 모델?

고은양을 데리고 나가면 항상 “몇 개월이에요?”라고 묻습니다. 제가 고은양의 개월수를 말하면 다들 놀랩니다. 아기가 커 보인다고요. 병원에 예방주사를 맞으러 가선 간호사가 고은양에게 “우리 고은이가 키가 크네”라고 말하는 소리를 두 번이나 들었습니다(정말입니다!).

주변 아기들과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고은이가 또래보다는 큰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다리도 돌도 안 된 아기답지 않게 길고요. 이 추세라면 고은양은 엄마의 바람처럼 자랄 수 있을 듯합니다. 공부 열심히 안 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인생. 키도 큰 데 예쁘기까지…. 모델로 대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영유아 신체검사를 하곤 충격에 빠졌습니다. 고은양의 키는 58%인데 비해, 머리둘레는 무려 72%를 기록했습니다. 키가 58%라는 건 고은양 또래의 아이들을 키 순서대로 일렬로 세웠을 때 고은양은 58번째에 해당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델을 바랬는데 평균보다 약간 큰 키에 불과했습니다.

충격적인 건 머리둘레. 또래 아이들 가운데 머리가 월등히 큰 겁니다. 키는 보통인데 머리는 큰, 이래가지고 무슨 모델을 할까요. 왜 이렇게 머리 둘레가 큰 거냐고 물었더니 의사는 “머리숱이 많아서 그런 거에요”라고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합니다.

그날 집에 와서 남편과 제 머리둘레를 재 봤습니다. 남편은 줄자를 느슨하게 잡아 쟀는데도 한국 남성 평균보다 1cm 가량 작았습니다. 저는 줄자를 팽팽하게 당겨 쟀는데도 평균보다 0.2cm 작은 데 그쳤습니다.

이로써 아등바등 공부할 필요 없이 예쁘게만 자라다오, 했던 제 꿈은 물 건너갔습니다.

배밀이로 수유 쿠션을 들어올리는 ‘역도산’ 고은양

2) 고은양은 발달 신동?

고은양이 첫 뒤집기를 한 건 120일 전후였던 것 같습니다. 다른 엄마들이 쓴 인터넷 육아일기를 보면 ‘***일째 첫 뒤집기 성공’ 이런 식으로 정확한 날짜를 써 놨던데…. 사실 저는 정확한 날짜가 기억이 안 납니다.ㅠ

120일 언저리쯤, 화장실에 간 사이였나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나... 아무튼 고은양에게서 잠시 눈을 뗐다가 고은양을 봤더니 어느새 뒤집어져 있는 겁니다. 며칠 전부터 몸을 반쪽 정도 뒤집는 퍼포먼스는 하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뒤집지는 못하고 거의 뒤집을 뻔하다가 팔이 걸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런 걸 몇 번 반복하면 짜증이 나는지 칭얼칭얼. 제가 안아줘야 성질을 가라앉혔습니다.

이번에는 제 힘으로, 온전히 뒤집었습니다. 자기가 뒤집고는 뭔가 달라진 시야에 자기가 놀랐는지 두리번거리다 입을 삐쭉삐쭉거리더니 울어버렸습니다.

저는 제가 못 본 건 무효라고, 고은양을 다시 눕히곤 뒤집어 보라고 종용했지만 고은양은 힘든지 낑낑거리기만 하더라고요.

그날 저녁에 조리원 밴드를 보는데 한 엄마가 자기 아이가 140일이 돼서 뒤집었다고 좋아하는 글을 올렸더군요. 고은양이 그 아이보다 무려 20일이나 빠른 거였습니다. 어른에게 20일은 별거 아니지만 고은양에게는 인생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시간입니다. 환갑을 맞은 어른에게 10년과 같은 시간. 고은양은 엄마에게 ‘영유아 발달 신공’을 보여주고 있던 겁니다.

130일 전후해서는 방향 전환이 가능해 졌고, 140일 전후해서는 뒤로 배밀기가 가능해졌습니다. 요즘(160일 전후)에는 다리와 팔에 힘을 꽉 주고 마치 기는 듯한 모양을 취합니다. 자유롭게 기지는 못하지만, 내일 모레면 제대로 길 것 같습니다. 심지어 몸통을 잡고 들어올려 세우면 발바닥에 힘을 꽉 주고, 머지않아 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유아 발달 상황 안내표를 보곤 좌절했습니다. 100일 전후로 뒤집기를 하고, 4~5개월이면 배밀이를 한다는 겁니다. 고은양이 빠른 게 아니라 그 아이가 좀 늦은 거였습니다.

‘발달 신동’이라 착각했으나 또래 ‘구강기’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고은양. 발가락이 맛있어요.

3) 고은양은 촘스키?

뒤집기를 한다고 좋아했는데, 이제는 기저귀를 갈려고 해도 자꾸 뒤집어서 고생입니다. 축축한 기저귀를 뽀송 하게 갈아주겠다는데도 뭐가 싫은지 뒤집어 달아나려 합니다. 기저귀 갈기도 한바탕 씨름이죠. 그럴 때면 “기저귀 가는데 뒤집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면 그때뿐이긴 하지만 잠시 가만히 있습니다.

한 번은 밤에 자다 우는 고은양을 안아 달래주다가 지친 남편이 “얘가 자꾸 안아주니깐 우는 것 같다. 안아주지 말아야겠다”고 했더니 말을 알아들은 듯 아빠 보란 듯이 온 아파트가 떠나갈 듯 울어제낍니다. 1분도 안 돼 다시 안아 달래줬죠.

고은양이 진짜 말을 알아듣는 걸 넘어, 이제는 말을 합니다. 뒤집기를 하고 나서 낑낑거릴 때였나, 하여간 언제쯤부터 고은양이 “엄~마”라고 말합니다. ‘어~음마’라고 하는 것도 같은데 가끔은 정확히 ‘엄마’라고 합니다. 6개월도 안 된 아기가 말을 하다니…. 두 돌이 지난 조카는 첫 돌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부정확한 발음으로 엄마를 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고은양은 언어 천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미음’(ㅁ) 같은 순음(脣音)은 문화권을 막론하고 아기가 가장 먼저 배우는 소리라네요. 그래서 모든 언어권에서 엄마를 뜻하는 단어에 순음이 들어가 있고요. 어쩐지 고은양이 힘들어도 엄~마, 배고파도 엄~마, 짜증나도 엄~마, 무서워도 엄~마…, 무조건 ‘엄마’를 찾은 건 그냥 처음 배운 소리여서 그랬던가 봅니다.

ps. 지난 주말 남편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 이제는 두 딸 아이의 아빠가 된 다른 남편 친구를 만났습니다. 둘째 딸이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됐다는데 둘째 딸을 가리켜 “우주에서 이렇게 예쁜 아기는 처음”이라고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곤 첫째 딸이 피아노 건반을 치는(말 그대로 손으로 치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우리 애가 천재가 아닌가 싶다”고 자랑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는 ‘도치 부모’입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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