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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패닉 “해체까지 될 줄은 … ” 오늘 채용시험 연기

19일 오전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이 TV로 생중계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TV 화면에 박 대통령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오종택 기자]
“아침에 담화문 발표를 본 뒤 다들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



안행부 "조직 3등분 해체 위기 … 부관참시 당한 느낌"
고참 공무원 "낙하산 금지 … 퇴직 후 바라볼 게 없다"
NYT "이날 담화는 국민 위한 분명한 사죄 표현"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를 지켜본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의외의 초강수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조직이 크게 축소되거나 해체되는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공무원들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습이었다.



안행부 간부는 “안행부에서 안전관리본부가 떨어져나가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이관되는 정도로만 다들 예상했다. 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라고 말했다. 한 직원은 “세월호 참사 초기 대응 잘못으로 이미 국민으로부터 원성이 자자해 그간 자숙하고 있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조직이 3등분 되면서 사실상 해체 위기에 놓이다 보니 말 그대로 부관참시(剖棺斬屍)당한 느낌”이라며 허탈해했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안행부가 공직사회 ‘갑(甲) 중의 갑’으로 군림하다 이번에 철퇴를 맞은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세종청사의 한 공직자는 “국무총리 산하로 편제되는 행정혁신처와 국가안전처 근무자들은 서울 세종로를 떠나 총리비서실과 국무조정실이 있는 세종청사로 근무지를 옮겨야 공무원들의 고충을 제대로 이해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수부는 소속기관인 해양경찰의 해체 결정을 가장 아쉬워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경이 우리 부 소속기관이지만 장관이 해경에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없다”며 “이에 관련 규정을 정비해 해경에 대한 지휘·인사·예산권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왔지만 소용없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해수부 자체 기능에 대한 축소폭이 크지 않은 것은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처로 넘기겠다고 한 해상교통관제센터 운영 기능은 항해지원과에서 맡고 있다. 이에 1개 과 기능만 이전하고, 각 지방청 기능 중 해상관제 기능이 일부 축소되는 선에서 정리될 것으로 해수부는 보고 있다.



 조직 해체가 결정된 해경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 간부는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느냐”면서도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해체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전국의 해경 업무는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했다. 20일부터 예정됐던 함정운용·항공전탐 분야의 신규 채용 실기시험은 무기 연기됐다. 올 상반기 경찰관 316명과 선박 관련 일반직 336명을 채용하기로 한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중앙정부 공무원 1만1000명이 근무하는 세종청사 공무원들도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이들은 앞으로 몰아칠 공직생활의 변화를 걱정했다. 올해 20년차 기획재정부 고참 과장은 “솔직히 선배들은 퇴직하면 연봉 많이 받는 산하기관에 몇 번씩 옮겨다니고 좋았는데 이제는 퇴직 후 바라볼 게 없다. 남은 공직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차분히 생각해봐야겠다”고 했다. 같은 부처에서 25년간 근무한 국장급 공무원은 “공공기관 재취업 자체가 막힌 것은 아니지만 유관 업무를 하는 곳에는 3년간 재취업을 금지하고 10년간 취업이력공시제를 하면 지금 같은 산하기관 낙하산 갈아타기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규제와 이권으로 연결되는 안전 문제 및 인허가 업무가 많은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의 충격은 크다. 국토부는 산하기관으로 옮기는 4급 이상 출신 ‘국피아’(국토부 마피아)가 해마다 20여 명에 달하고 ‘산피아’(산업부 마피아) 역시 인증과 관련된 100개 핵심 유관단체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산자부의 한 공무원은 “퇴직하면 유관단체에 재취업한다는 꿈은 이제 접어야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 맞춰 발 빠른 적응력을 보이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정년을 5~10년 남겨두고 밖으로 내보내는 관행만 없어진다면 정년 60세까지 공직생활을 해야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공무원 인사 시스템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요구도 쏟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국장은 “일부러 내보내지만 않는다면 동기 차관·장관 밑에서 국장으로 일할 수 있는 공무원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도 보인다. 앞으로 밖으로 나가는 게 어려워지면 승진인사가 늦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정년을 채울 때까지 근무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전직 관료들은 대책을 환영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정부조직 개편 실무자였던 배국환 전 기재부 2차관은 “정부조직 개편과 공무원 조직 혁신은 공무원들의 반발 때문에 정권 초기가 아니면 어려운 일인데 이번에는 꼼짝없이 하게 됐다”며 “청탁이나 부탁을 금지하는,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민관 유착 문제까지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NN·BBC·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박 대통령의 담화를 속보로 전했다. 특히 NYT는 “세월호 침몰이 박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위기로 번졌다. 세월호 침몰에 대해 박 대통령이 여러 번 사과했지만 전국에 생중계된 이날 담화야말로 국민을 위한 분명한 사죄의 표현”이라고 보도했다.



세종=김동호·최선욱 기자, 장세정·최모란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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