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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대통령 사과와 국가안전처

이 기사는 19~20일 전 사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해경 해체 등 5월 19일 대통령 담화 내용은 반영돼 있지 않습니다.



중앙일보<2014년 5월 1일자 26면>

박 대통령의 국가안전처, 과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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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16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 대처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정부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제 국무회의에서 “국가 차원의 대형사고 때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리실이 관장하면서 부처 간 업무를 총괄조정하고 지휘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이다. 세월호 조난 사건을 수습하면서 정부 각 기관이 따로 놀아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고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국가개조론이 나올 정도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한 이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해법이 참사 발생 13일 만에 너무 졸속으로 나온 건 아닐까. 물에 잠긴 세월호 안엔 아직도 정부가 총력을 다해 구해내야 할 실종자가 90여 명 남아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부처의 신설 같은 정부조직 개편은 4·16 참사에 대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이며 치밀한 사태 파악이 진행된 뒤 최종 단계에서 제시되어야 한다.



 청와대를 포함해 모든 정부 부서가 허둥대는 기색이 역력한데 박 대통령의 국가안전처 신설안은 어떤 과정과 절차, 준비를 거쳐 마련됐는지 궁금하다. 4·16 참사를 통해 우리는 정부의 재난 대처 능력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유감스러운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재난에 대비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짜는 과정도 정부에만 맡길 수 없다는 민심을 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역사는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900여 명이 사망한 이 재난에 대해 당시 부시 대통령 정부는 1년6개월간 전문가 조사와 의회의 논의, 국민적 여론을 수렴한 뒤 국토안보부란 새로운 정부 조직을 신설했다. 국토안보부는 연방과 지방정부, 공공기관에 흩어졌던 숱한 테러·재난·안전 조직을 통합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해 미 정부에서 국방부 다음으로 강력한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예산이 370억 달러, 직원이 18만 명에 이른다. 의회는 의회대로 초당적인 9·11위원회를 만들어 뉴욕 소방관에서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관계자에 대한 공식·비공식 청문회를 열어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미처 피지 못한 고교생 250명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희생된 4·16 참사를 겪으면서 한국의 역사도 4·16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4·16 참사의 상황파악과 원인규명, 대처방안은 정부뿐 아니라 야당을 포함한 국회, 민간의 전문가, 언론,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광범위한 민관 거버넌스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국민적 합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만나기를 꺼려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가 아니라 국가원수의 입장에서 정치권과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대통령의 고뇌 어린 홀로 결단의 방식은 4·16 재난 문제에 관한 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나홀로 결단 방식으로 제시된 국가안전처 신설안이 과연 안전한지를 묻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겨레 <2014년 4월 30일자 31면>

시늉뿐인 사과에 ‘과거 타령’만 한 대통령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4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국가안전처 신설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과의 형식이나 내용을 보면 사과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민망하다. 박 대통령은 예상대로 국민에 대한 직접 사과 대신 국무회의를 통한 간접 사과 방식을 택했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고가 수습된 뒤 박 대통령이 다시 정식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런 발상 자체부터 이해하기 힘들다. 미증유의 국가적 대참사에 대해 대통령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면 안 되는가. 죄책감이나 책임의식 등의 단어는 아직도 박 대통령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사고의 원인을 “과거의 잘못된 적폐” 탓으로 돌린 대목에 이르면 더욱 어안이 벙벙해진다. 박 대통령이 ‘죄송’하다고 말한 것도 실제로는 현 정부의 실책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과거의 적폐를 바로잡지 못해서”라는 이유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내 탓’은커녕 사건의 책임을 철저히 과거 탓으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눈앞의 배를 뻔히 바라보면서도 제대로 초동대응을 하지 못해 그 많은 아까운 생명을 잃은 것이 과거 적폐 탓인가.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이 순간까지도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 과거 탓인가. 정부가 국정과제 추진상황 평가에서 재난관리체계에 대해 ‘우수’ 판정을 내리고 스스로 대견해한 것은 과거 적폐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박 대통령은 과거 적폐를 말하기 전에 현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사과했어야 했다. 과거의 적폐를 도려내겠다고 큰소리치기 전에 청와대를 비롯한 현 정부 안에 도사린 적폐부터 도려내겠다고 다짐했어야 옳았다. 박 대통령의 사과에서 아무런 울림이 전해오지 않는 것도 박 대통령의 이런 엉뚱한 현실인식 때문이다.



 총리실 직속으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것도 병의 정확한 원인이 나오기 전에 처방전부터 내놓은 격이다. 미국은 9·11 테러 후 초당적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20개월 동안이나 사건과 관련한 모든 사실관계와 정황, 원인, 대책을 포괄하는 종합보고서를 만들었다. 미국 정부가 마련한 각종 사후대책도 이 위원회에서 내놓은 41가지 권고사항에 기초한 것이었다. 지금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번 사고의 근인과 원인, 시간대별 조처의 문제점, 부처 간 혼선의 원인 등을 광범위하면서도 꼼꼼하게 진단하는 일이다. 이런 과정은 건너뛴 채 무턱대고 새로운 부처 하나 만들면 안전한 나라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땜질 처방이요, 보여주기 행정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말했으나 이런 식으로 국가 개조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안이한 현실인식, 책임회피식 미봉책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과거 유산이다. 국가 개조가 제대로 시동을 걸려면 우선 국정운영에 임하는 박 대통령 자세부터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 바로 ‘대통령의 개조’다. 박 대통령은 이 핵심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논리 vs 논리] 국가안전처 … 중앙 “민간도 참여를” 한겨레 “원인 진단 먼저”



4월 16일 세월호 여객선 침몰 참사는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온 국민에게 형언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준 이번 사건의 원인과 책임, 그리고 대책은 무엇인가.



 아이들이 끝까지 불렀을 ‘엄마’들이 “사고의 책임은 진도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청해진해운에 있지만 참사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신문 광고를 냈다. 한 줄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애타게 아이들을 기다리던 어머니들이 지켜본 대한민국의 재난구조시스템은 재앙에 가까웠다. 군경과 정부, 기업과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이번 참사도 금세 잊힐지 모른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청해진해운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지만, 사고 이후 302명의 실종자 중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현실은 참담하다. 이에 대한 책임은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에게만 있다고 볼 수 없다. 우리는 그 책임 소재를 따지고 정부의 대책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34조 6항을 실천하고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사고 발생 14일 만에 내놓은 ‘국가안전처’ 신설에 주목하는 이유다.



 먼저 한겨레는 이번 참사의 원인을 “과거의 잘못된 적폐” 때문이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지적한다.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사죄하고 그 슬픔을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책임을 철저히 과거 탓으로 돌리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과거 적폐를 말하기 전에 현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사고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대통령의 관점이 국민과 다르다면 그 대책도 부실할 수 있으며, 결국 ‘국가안전처’의 신설은 졸속이라는 의미다.



 이에 비해 중앙일보는 ‘세월호 조난 사건을 수습하면서 정부 각 기관이 따로 놀아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고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며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지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안전처’라는 해법은 ‘너무 졸속’으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한다.



 두 사설은 ‘국가안전처’ 신설이 매우 성급했다는 면에서는 견해가 일치한다. 한겨레는 ‘병의 정확한 원인이 나오기 전에 처방전부터 내놓은 격’이라며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번 사고의 근인과 원인, 시간대별 조처의 문제점, 부처 간 혼선의 원인 등을 광범위하면서도 꼼꼼하게 진단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부처 하나를 만들면 안전한 나라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땜질 처방이요, 보여주기 행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국가개조론이 나올 정도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한 이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해법이 참사 발생 13일 만에 너무 졸속으로 나온 건 아닐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새로운 부처의 신설 같은 정부 조직 개편은 4·16 참사에 대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이며 치밀한 사태 파악이 진행된 뒤 최종 단계에서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보다 원인과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4·16 참사의 상황파악과 원인규명, 대처 방안은 정부뿐 아니라 야당을 포함한 국회, 민간의 전문가, 언론,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광범위한 민관 거버넌스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한겨레는 박 대통령의 ‘안이한 현실인식, 책임회피식 미봉책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과거 유산’이라고 꼬집으며 국가 개조 이전에 대통령의 개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가 아니라 국가 원수의 입장에서 정치권과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나홀로 결단 방식으로 제시된 국가안전처 신설안’이 과연 안전한지 묻고 있다.



 이미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소재를 묻는다고 해서 죽은 아이들이 살아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을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고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은 불가능할까.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대통령부터 선장에 이르기까지 통렬한 자기반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2의 세월호 참사는 다시 벌어진다. 부디 생때같은 아이들의 죽음과 그 부모들의 피눈물과 국민들의 슬픔을 헛되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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