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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맛집'과 '오래되다'의 끈끈한 함수관계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지난 주말 식구들과 함께 집 근처에서 외식을 했습니다. 식구라는 말은 먹을 식(食), 입구(口)로 풀이됩니다. 말 그대로 늘 함께 밥을 먹어야 하는 사이지만 각자의 일상이 바쁘니 한 끼 온전히 함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외식 장소는 예전에 해산물 뷔페 레스토랑이 있던 곳이었지만 최근 10여 개의 전문적인 식당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바뀌었습니다. 한 식당이 수십 종의 메뉴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날이 갈수록 전문화되는 사람들의 입맛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던 듯합니다. 이렇듯 요식업의 편집숍들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한 가지 일을 오래한 집들이 더욱 각광받는다는 점입니다. 최근 빅데이터에서도 ‘맛집’과 ‘오래되다’는 서술어의 연관 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관찰됩니다. 요리도 그렇지만 맛집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입맛은 가장 늦게 변하는 취향이라고 합니다. 다른 미적 기준과 다르게 직접 체득되는 것이라 자란 환경을 보고 싶으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보라는 말도 있다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먹는 것에 대해서라면 ‘대충’이 통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백화점들도 예전만큼 손님이 늘지 않으니 팔도 미각 모음같이 지방의 유명 맛집을 모아서 행사를 하거나 아예 식당가를 그들의 분점으로 채웁니다. 먹는 것만큼은 인터넷을 통한 유통의 단순화로 해결될 수 없으니 먹거리의 명성을 빌려 사람을 모으는 것이지요.



 일본의 경우엔 가업으로 내려오는 식당의 분점을 내려면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요리에 이르기까지 십수년간의 수련을 빈틈없이 치러낸 후에야 그 가게의 이름이 적힌 포렴(布簾)을 내어준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준다는 것은 그 결과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과 같습니다. 같은 이름으로 만들어진 분점의 품질이 나쁘다면 본점까지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임은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10년의 세월을 오롯이 보내야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짧은 시간에 얻어낸 기술이나 노하우는 결코 전문성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하나하나 손으로 해내고 많은 일을 겪어내며 고민하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더 높은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고, 똑똑한 대중은 그 결과를 체험하고 감탄합니다. 결국 대중은 우리가 보낸 시간과 고민의 총량에 비례해 사랑을 되돌려주는 것이지요.



 그러니 더 오래, 더 천천히, 그리고 더 깊게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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