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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시추카' 높이 쌓은 고명 … 초여름 후지산을 후루룩

『미식 예찬』을 쓴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야 샤바랭은 “새로운 음식의 발견은 인류의 행복이며 천체의 발견 이상 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맛있는 월요일] 음식만화 속 일본의 발견

미처 몰랐던 이국 음식을 먹을 때의 행복 또한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망가(漫畵) 왕국’인 일본에는 『미스터 초밥왕』 같은 고전을 비롯해 최근작 『심야식당』 『술 한 잔 인생 한 입』까지 음식만화 계보가 방대하다. ‘맛있는 월요일’에선 만화 속에 등장한 초여름 별미와 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국내 일식집을 소개한다.



만화와 음식, 식당 선정은 음식만화 매니어인 요리연구가 메이(44)씨가 맡았다. 재일동포인 아버지 와 미국, 한국에서의 생활 덕분에 다양한 음식문화를 섭렵했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상선·김성룡 기자



『어시장 삼대째』 10권 히쓰마부시(나고야식 전통 장어덮밥)





만화 『어시장 삼대째』는 도쿄에 있는 일본 최대의 수산시장 쓰키지가 무대다. 엘리트 회사원이 쓰키지 시장에서 대를 이어 장사하는 처가의 가업을 삼대째 이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로 수산시장의 독특한 생리와 각종 수산물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펼쳐진다.



 10권에 소개되는 식재료는 장어다. 일본 남자들에게 장어는 여름이 되면 일단 먹어줘야 하는 보양식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히쓰마부시’는 나고야스타일의 장어덮밥 요리다. 첫 번째 특징은 밥 위에 장어를 올릴 때 잘게 토막 내서 올린다는 점이다. 두 번째 특징은 먹는 방식이 독특하다는 것이다. 일단 그릇 안의 밥과 장어를 네 등분한 다음 첫 번째 덩어리는 일반적인 덮밥 형식으로 먹는다. 두 번째 덩어리는 김 가루와 함께 장어를 잘게 부숴서 비벼 먹는다. 세 번째 덩어리는 작은 공기에 따로 담아 녹차 또는 육수를 붓고 ‘오차즈케’ 형식으로 먹는다. 나머지 4분의 1은 세 가지 중 본인이 생각하기에 제일 맛있었던 방법으로 먹는다.



 똑같은 장어덮밥이지만 ‘세 가지 다른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재밌고 실제로



각각의 방법마다 맛이 다르게 느껴져 장어의 풍미를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맛보려면: 갓포 후루야(서울 중학동)에선 히쓰마부시 외에도 고급 일식 단품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빠는 요리사』 4권

히야시추카(중국식 냉면)






평범한 직장인인 줄 알았던 아빠가 숨은 요리 고수였다는 내용의 『아빠는 요리사』는 일본 음식만화의 바이블과 같은 책이다. 전 세계 요리 종류가 다 등장하고 에피소드마다 마지막에 레시피까지 자세히 나오기 때문이다.



 이 만화 4권에는 중국식 냉면 ‘히야시추카’가 소개돼 있다. 일본어로 ‘히야시’는 차갑다, ‘추카’는 중국이라는 뜻이다. 이름을 그대로 풀이하자면 ‘차가운 중국’인데 중국에는 없는 일본만의 음식이다. 라면을 더운 여름에도 먹기 좋게 차갑게 만든 냉라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쓰오부시 국물이 자작한 게 특징인데 그릇 바닥에 면을 깔고 미역, 달걀, 토마토, 중국식 햄 등의 고명을 면이 보이지 않게 듬뿍 얹어서 비벼 먹는다. 고명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쌓을 때 후지산이 연상되도록 가운데가 솟아오르게 담는 게 일종의 법칙처럼 인식돼 있다. 예전에 한국에선 여름철이면 냉면집 앞에 ‘냉면 개시’라고 쓴 빨간 깃발이 나부끼던 때가 있었다. 일본에선 6월 말~7월 초가 되면 ‘히야시추카 개시’라는 깃발이 라면집 앞에 등장한다. 이걸 보고서야 사람들은 ‘아, 드디어 여름이 시작되는구나’라고 인정할 만큼 유명한 계절 별미다.



맛보려면: 일본식 선술집인 미타니야(서울 동부이촌동)에선 히야시추카를 비롯해 사케·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 요리들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심야식당』 3권 치킨 가라아게(닭튀김)+하이볼



예전의 일본 음식만화들이 식재료와 레시피에 집중한 것과 달리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은 음식을 통한 인간관계와 치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늘 조금은 독특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3권에 나온 ‘치킨 가라아게’ 에피소드에도 식당에 와서 계속 잠만 자는 여자가 등장한다.



 이 스토리가 드라마로 옮겨졌을 때 만화에는 없는 세트메뉴가 하나 등장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그게 바로 ‘치킨 가라아게와 하이볼’이다. 하이볼이란 위스키에 진토닉 또는 소다수를 섞은 칵테일로 센 술을 싫어하는 일본인들에겐 ‘국민 칵테일’과 같은 존재다. 일본의 유명 주류회사인 산토리에선 아예 하이볼 전용 위스키 ‘가쿠빈’과 전용 잔을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하이볼에는 여러 가지 가벼운 안주가 잘 어울리는데 드라마 ‘심야식당’에 치킨 가라아게와 함께 소개되면서 전지현의 “눈 오는 날에는 치맥” 같은 환상의 세트 메뉴가 됐다. 치킨 가라아게는 튀김옷을 입히지 않는 닭튀김이다. 보통 튀김옷이라고 하면 물기가 많아 끈적이는 반죽을 사용하지만 가라아게는 녹말 등의 가루만 뿌려서 튀기기 때문에 식감이 훨씬 바삭하다.



맛보려면: 치킨 가라아게와 하이볼을 맛볼 수 있는 이꼬이(서울 동부이촌동)에선 서울에서 유일하게 하이볼 전용 위스키인 산토리 가쿠빈과 전용 잔을 사용한다. 또 매월 셋째 주 금요일마다 새벽 4시까지 ‘심야식당’ 메뉴들로 구성된 ‘심야식당 데이’ 이벤트를 연다.



『술 한 잔 인생 한 입』 14권 소바가키(메밀 수제비)





『술 한 잔 인생 한 입』은 평범한 회사의 영업담당인 이와마 소다쓰가 퇴근길에 마시는 가벼운 술 한 잔, 기분 좋은 안주를 중심으로 일본의 사계절 진미와 일상의 작은 행복을 소개하는 책이다. 14권에 소개된 ‘소바가키’는 햇메밀의 풍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음식으로 일본인들에겐 메밀 요리의 정수라고 불린다. 메밀가루를 반죽해 덩어리째 끓는 물에 익힌 다음 그릇에 담고 가쓰오부시(다랑어포) 육수를 부어내면 손님들은 사케 한 잔과 더불어 이 메밀 덩어리를 젓가락으로 조금씩 뜯어서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다.



 조리법만 보면 우리의 수제비처럼 엄청 단순한 요리지만 일본에선 메밀 요리사들의 자존심이자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불리는 음식이다. 만화 속에서도 주인공이 소바가키를 주문하자 식당 요리사의 얼굴이 흑빛으로 변한다. 가장 좋은 메밀이 아니면 풍미를 충분히 끌어 올리지 못하는 데다 삶아내는 정도와 반죽 정도만으로 가장 먹기 좋은 상태를 만들어야 할 만큼 상당한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이가 추천한 음식만화 5



『에키벤』 부제가 ‘철도 도시락 여행기’인 에키벤은 일본 철도여행과 열차용 도시락 에키벤을 소개하는 만화다. 도시락집 주인 다이스케가 일본 전국을 기차로 일주하며 각지의 유명한 에키벤을 먹는 얘기다. 일본 전국에서 시판되는 2500종의 다양한 에키벤과 함께 일본철도 여행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현미선생의 도시락』 대학에서 식문화사를 강의하는 현미(겐마이) 선생이 주인공이다. 요리 레시피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먹거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끼게 하는 만화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슬로푸드’ ‘로컬푸드’ 같은 먹거리 운동에 대한 얘기부터 ‘이모니지루’ 같은 일본의 향토음식에 관한 얘기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후쿠야당 딸들』 일본 교토의 유서 깊은 전통화과자(와가시)점 후쿠야당의 세 딸들에 관한 이야기다. 여느 순정만화처럼 세 딸들의 연애 스토리가 주를 이루지만 만화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교토 특유의 분위기나 전통과자집 풍경 등이 굉장히 흥미롭다. 무심히 지나치게 되는 과자 그림 하나까지 전통 문양을 그대로 살린 점도 놀랍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실감케 해준 책이다. 글=메이(요리연구가)



『어제 뭐 먹었어?』 유명한 『서양골동양과자점』의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새 요리만화다. 서양골동양과자점에 마성의 파티시에가 등장했던 것처럼 여기서도 꽃중년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게다가 이 주인공은 요리도 잘해서 그가 매일 저녁 해 먹는 일상요리가 주요 내용이다. 덕분에 이 만화 속에는 누구나 해 먹는 가장 평범한 요리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직장인 남성이라는 것 때문에 허점도 있다. 요리만화 중 천연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조미료로 국물을 내는 유일한 책이 아닐까.



『여자의 식탁』 한 가지 요리 또는 식재료를 주제로 엮은 단편집이다. 제목을 ‘여자의 식탁’이라고 한 이유는 단편마다 등장하는 주인공이 여자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감성 자체가 소녀 감성이기 때문이다. 유익한 주제도 자세한 레시피도 안 나오는 잔잔한 수필 같은 만화책인데 한 장 한 장 넘기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다뤄지는 요리들도 대중적인 요리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보리차에 설탕을 타느냐 마느냐’ 같은 사소한 주제들이라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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