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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이선재의 상식, 젊은이의 상식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엊그제 드라마 ‘밀회’(JTBC)의 마지막 회를 보면서 잠시 엉뚱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드라마는 스무 살 연상연하 커플의 불륜 로맨스다. 이와 동시에 예술재단과 그 소유주 가문을 무대로 돈과 권력의 치열한 다툼을 그리는 일종의 정치 드라마다.



개인적으론 후자의 측면에 훨씬 감흥을 느꼈다. 재단 기획실장으로 일하던 주인공 오혜원(김희애)이 소유주 가문의 이전투구 상황에서 어찌나 영리하고 완벽하게 처신하는지, 안쓰럽고도 감탄스러웠다.



게다가 그녀는 궁지에 몰린 소유주들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할 때, 판세를 뒤집는 결정적 패를 내미는 영악함까지 발휘한다. 덕분에 오혜원은 지금까지 모셔왔던 이들로부터 대접을 받으며 지금까지 누려온 것 이상의 권력과 부를 누릴 수도 있는 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는 이 모든 걸 뒤로 하는 선택을 내린다.



 여기에는 그녀의 행보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한 청년의 역할이 컸다. 젊은 음악도 이선재(유아인), 바로 오혜원의 연하 애인이다. 재능과 열정은 뛰어나되,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안다고는 할 수 없는 청년이다. 하지만 자신의 연상 연인이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을 앞으로도 이어가는 것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는 안다.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오혜원의 능수능란한 처세술보다는 이선재의 순진하고도 상식적인 시선에 힘을 실어주는 듯 보인다.



 엉뚱한 생각이 시작된 건 지금부터다. 오혜원이 드라마에서처럼 이선재의 연인이나 스승이 아니었어도, 예컨대 그저 스무 살 나이 차의 직장 상사와 신입 사원으로 만났어도 그의 우려에 귀를 기울였을지는 의문스럽다. 어떤 직장이든 고참은 신입에게 실무적인 지식만이 아니라 처세의 요령을 전수하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사회생활 초기에 들은 말 중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가 기억난다. 조직을 바꾸는 건 나중이고, 조직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였다. 제 딴에는 제법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이견을 말했다가 ‘개념 없다’ ‘분위기 파악 못한다’는 소리도 들어본 기억이 난다. 사회생활 이전의 상식과 이후의 상식은 어딘가 좀 달랐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선재보다는 오혜원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 한 후배 기자가 말했다. 자기도 이번 취재 현장에 갔으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아 속상하다고. 생존자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심경을 헤아리지 못하는 몇몇 보도 태도가 문제시되고 있던 참이었다. 그의 말에 스스로를 돌아봤다. 원칙이나 상식보다 당장 성과를 내는 요령을 전수하는 데 급급한 고참이 된 건 아닌지. 선장을 비롯해 세월호의 고참 선원들이 승객을 남겨두고 배를 탈출하는 사이, ‘승객 우선’의 상식적 원칙을 지킨 이들이 20대 젊은 승무원들이라는 게 의미심장하다.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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