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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결국 인사다

이정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한국민에게) 실례되는 말씀이지만 세월호 애도와 반성만 많았지, 그 뒤 달라진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S대학 외국인 강사 A의 얘기다. 그는 세월호 후에도 여전한 무단 횡단과 난폭 운전, 새치기와 욕설 같은 것을 예로 들었다. 나라가 바뀌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보인다는 거였다.



 A의 얘기는 내게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개조론’을 떠올리게 했다. 세월호 침몰 얼마 후 대통령이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갸우뚱했다. 이런 큰 화두를 들고 나온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 할 바 아니나 왠지 정답 같지 않아서였다. 국가개조란 게 선(禪)문답 같아서 말로는 그럴듯하고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무엇을’ ‘어떻게’란 질문과 만나면 금세 대답이 궁해지게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청와대는 취임 후 처음 휴일에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머리를 맞대면서까지 고민 중이라지만 아직 손에 잡히는 묘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안전 시스템을 만들고 관료 마피아를 척결한다는 큰 틀만 부여잡고 끙끙 앓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A는 “나부터 바꾸라”가 답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지금 당장 할 일도 그것이다. 솔선수범, 대통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이때의 ‘무엇을’과 ‘어떻게’는 비교적 쉽다. ‘무엇을’은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면 된다. 세월호로 터져나온 국민 불만은 ‘불통 대통령’에 모아졌다. 그러다 보니 나라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할 때 되레 분열의 간극만 커졌다. 소통은 그런 간극을 좁혀줄 것이다.



 ‘어떻게’는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 국민 불만의 핵심이 ‘불통 인사’다. 이걸 ‘소통인사’로 바꾸는 것이다. 소통 인사는 그럼 어떻게 하나. 이거야말로 대통령 마음먹기에 달렸다. 누구나 아는 상식에 따라 하면 된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안다. 이미 대통령 자신의 어록에도 다 나와 있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100% 대한민국”을 말했으며 당선 직후엔 “낙하산 근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자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며 권한 위임과 적재적소 배치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말 중 하나라도 지켜졌다면 불통 논란은 애초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어땠나. 말과 행동이 따로였다. 세 부류의 특정 직군·인맥만 즐겨 썼다. 군인·법조인·관료다. 오죽하면 대통령 인사 스타일을 두고 ‘좌(左) 군인 우(右) 율사(律士) 중(中) 관료’란 얘기까지 나왔겠나. 그뿐이랴. 과거 정권에서 흔했던 지역 안배조차 잘 안 보였다. ‘100% 대한민국’은 그렇게 공염불이 됐다. 낙하산은 비난 여론이 쏟아질 때만 주춤했다. 연말연시 같이 언론의 관심이 소홀해질 때를 틈타 무더기로 내려보냈다. 과거 정권에 비해 교묘해졌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책임 총리, 책임 장관 약속도 마찬가지. 권한 위임은커녕 국장급 인사까지 직접 챙기는 통에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장관만 늘어났다. 불통 인사, 불통 대통령이 안 되면 이상할 판이다. 



 소통 인사의 시작은 ‘반박(反朴) 껴안기’부터다. 성공 사례는 수없이 많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인사의 달인’이라 불린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좋은 예다. 그는 1963년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의 남로당 연루 사실을 보도하며 괴롭혔던 동아일보 최두선 사장을 총리로 기용해 국회의 ‘레드 공세’를 피해 갔다. 김대중 대통령도 비슷했다.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에 우파 인사를 기용, 햇볕정책의 전도사 역할을 맡겼다. DJ는 이를 통해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가. 원조 친박(親朴) 유정복·최경환을 각각 농림수산식품부·지식경제부 장관에 중히 썼다. 고소영·강부자·S라인에 무더기 낙하산…. 인사에 관한 한 낙제점 평가를 받는 MB다. 그런 MB도 했는데 박 대통령이 못할 게 뭔가. 이왕 한다면 화끈할수록 좋다. 야당 출신 장관, 야권 인사 총리, 좌파 청와대 비서실장을 생각해 볼 때다.



이정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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