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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일상으로의 워밍업

어제부터 아침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독서대 위에 펼쳐진 채 방치됐던 책도 다시 읽고 있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워밍업에 들어갔다. 내 일상은 한 달 동안 멈춰 있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온 국민이 그런 것처럼. 게다가 일 자체가 세월호 소식을 좇는 것이어서 생각도 말도 글도 세월호에 매몰돼 있었다. 우울하고 힘들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부터 ‘정신 차리라’는 사인이 들어왔다.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확 꽂힌 건 세월호 가족들과 자원봉사자의 자살 시도 및 자살 소식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를 짓누르는 좌절과 우울이 산 사람들마저 죽음으로 내모는 지경에 이른 건 아닌지 두려웠다.



식당 하는 지인은 “지난달 매출이 전달보다 40% 줄었다”고 했다. 그도 세월호 아이들 때문에 넋 놓고 가슴 치고 있다가 이 결과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들더란다. 이에 우리 모두 ‘파국’을 면하려면 이젠 일상으로 복귀할 때가 된 게 아닌지 생각했다.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트라우마(상처)마저 떨쳐지는 건 아니다. 몇 년 전 뉴욕에 잠깐 살 때, 매주 만났던 일레인 할머니는 남편 걱정을 했다. 변호사인 그의 사무실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보이는 건물 32층에 있었는데, 9·11 테러 당시 자기 사무실에서 테러를 목격한 데다 그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았단다. 그 후 그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치료를 받고, 자신도 그 우울에 전염돼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말했다. “네가 2년 전에만 왔어도 잿빛 먼지 때문에 숨쉬기도 힘들었을 거야. 그 먼지가 계속 맨해튼을 뒤덮고 있었거든.” 그 말에 2년 전이라면 9·11테러 3년 후인데 무슨 먼지가 남았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테러 후유증으로 그 오랜 기간 심리적으로 잿빛 먼지를 느끼며 살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딱했다. 그렇게 뉴욕 사람들은 5년이 지나서도 사고의 트라우마를 되뇌곤 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뉴요커들이 9·11때 느꼈던 것 이상의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자식 키우는 사람들은 아이를 어딘가 보낼 때마다 뒷골 당기는 이 증상을 얼마나 오래 겪을지 모른다. 이미 우리 사회의 건강과 서민 경제는 손상을 입었다. 하나 산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애도만으론 부족하다. 우리 아이들을 위기로 몰아넣은 ‘적폐(積弊)’와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건강을 회복해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 이런 ‘핑계’를 붙잡고라도 이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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