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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논산을 무대로 조선의 유림 역사소설 준비하고 있다"

박범신 작가가 집필실에서 고향 논산과 디지털문학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박범신, “소설은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겠지만 독자와의 소통 방법은 다양할수록 좋다. 후배 작가들에게도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앱을 통한 독자와의 소통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논산서 디지털문학관 앱 낸 와초 박범신

3년 전 그는 고향 논산으로 내려왔다. 가야곡면 탑정호수 인근에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 있는 집’이라는 긴 이름의 집필실을 마련했다. 『은교』 이후 홀연히 귀향한 그는 2년여 침묵 끝에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을 썼고, 최근 다시 41번째 장편 『소소한 풍경』을 펴냈다. ‘청년작가’ 박범신(68)이다. 별칭에 어울리게 애플리케이션 문학관을 곧 선보인다. 집필실에서 만난 그는 “논산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 박범신은 1973년 단편소설 ‘여름의 잔해’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41년 동안 41권의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등단 이후 해마다 한 편의 장편을 써낸 셈이다. 그의 식지 않는 창작열과 멈추지 않는 도전정신이 놀랍다.



 최근 발표한 『소소한 풍경』은 국내 문단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내용과 형식을 담고 있어 화제다.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불온한 사랑, ‘하드코어 야동’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파격적인 내용에다 시 같은 소설의 형식이 새롭다.



등단 뒤 41년 동안 장편소설 41권 펴내



어쩌면 그의 마지막 창작무대가 될 논산 집필실로 찾아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물었다. “왜 논산에 내려오셨는가요?”



 “40대 시장이 ‘형님 고향으로 오시죠’ 하길래 내려왔어. 형님 소리가 듣기 좋더라고. ‘논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훈련소잖아.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 ‘작가 아무개가 논산에 살지’ 하면 고향에 뭔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



 ‘절대빈곤’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 때문인지 그의 소설 중에는 논산을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 적지 않다. 논산훈련소 주변 사람들의 밑바닥 삶을 그린 초기 작품 『논산댁』을 비롯해 강경을 무대로 한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소금』이 대표적이다.



 고향에 내려온 뒤 그는 ‘금강문화권’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논산은 조선시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기호학파의 산실”이라며 “차기 작품으로 조선 중·후반기 지배세력의 정치적 배경이 된 논산을 무대로 한 유림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고 말했다.



고향이 준 선물로 독자와 소통



최근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이 논산시와 손잡고 ‘와초 박범신 디지털문학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제작했다. 이달 중 시험운영을 거쳐 독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앱을 내놓은 생존 작가는 그가 처음이다.



 그는 “컴퓨터를 잘할 줄 몰라. 그래도 열심히 배워서 앱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생각이지. 서울이 문화의 중심이라는 생각은 오프라인 시대 얘기지. 논산이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이 처음 제안서를 갖고 찾아왔을 때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스스로를 ‘컴맹’이라 낮췄지만 그는 이미 디지털 출판의 선두주자라 할 만하다. 네이버에 국내 작가 최초로 소설 『촐라체』를 연재했고, 『은교』의 경우 신간은 e북(전자책)을 내지 않는 출판업계 관행을 깨고 처음으로 오프라인과 동시에 펴냈다.



 “소설은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겠지만 독자와의 소통 방법은 다양할수록 좋다. 후배 작가들에게도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앱을 통한 독자와의 소통이 지역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앱을 “고향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앱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면서 논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길 기대했다. 실제로 그는 신문·방송 등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면 종종 “논산으로 오라”고 한다.



 논산 생활을 “쓸쓸한 배회와 가난한 밥상”이라고 표현했다. “어린 시절 고향도 가난했지만 나이 들어 찾은 고향 역시 외롭고 가난하다”는 것이다. 다만 “절제와 나눔으로 얻은 가난함은 호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달라진 점”이라고 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는 많이 먹으려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배가 부른 것도 모자라 곳간을 가득 채우려 했기 때문에 벌어진 참사”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 이후 한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살았다. 소설은 써서 뭐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죽는 날까지 열심히 소설을 쓰려 한다. 그것이 나를 불러 준 고향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박범신 디지털문학관 앱에는 ?

소설 19개 담아…작가가 작품 설명하는 동영상 곁들여




와초 박범신 디지털문학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로 충남문화산업진흥원에서 펼치고 있는 ‘역사문화인물 콘텐츠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앱에 경쟁력 있는 지역 문화콘텐트를 담아 유료 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콘텐트 자체만으로도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범신 디지털문학관 앱의 구성과 내용을 미리 들여다봤다.



“기존 e북 콘텐트 시장에서

시도된 바 없는 기술력 동원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




박범신 디지털문학관은 충남문화산업진흥원과 논산시의 합작품이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충남 출신 명인(현존 예술인), 역사적 인물을 콘텐트로 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충남도 내 15개 시·군으로부터 후보 인물을 추천받았다. 이에 논산시는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작가 박범신씨를 추천했다. 고향 논산에 집필실을 마련해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 작가이고, 논산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써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박범신 작가가 직접 쓴 글로 작품(위)을 만들었다. 그의 최신작 『소소한 풍경』
 박 작가도 논산시의 의지와 진흥원의 기획력을 믿고 수락했다. 진흥원은 단편적인 자료를 쌓아놓은 기존 작가들의 홈페이지 형식에서 벗어나 콘텐트 놀이터로서 융·복합된 소통형 인문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박 작가의 경우 현존 작가 중 가장 많은 작품이 TV 드라마나 연극·영화화됐고, 네이버 블로그 연재, e북 발간의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콘텐트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했다.



 박범신 디지털문학관에는 19개 작품이 들어 있다. 이 중 14개 작품은 유료이고, 『틀』 『토끼와 잠수함』 『풀처럼 눕다 1, 2권』 『불의 나라 1권』 같은 작품은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초기 작품은 절판돼 시중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이 밖에 19개 작품은 박 작가가 직접 설명하는 동영상이 수록돼 있으며 무료로 볼 수 있다. 새 작품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아울러 박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충남도와 논산시 명소를 동영상과 함께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됐다. 비평이나 문학연구사 같은 학술자료도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박 작가를 다룬 다큐멘터리나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드라마와 방송 인터뷰도 볼 수 있다.



콘텐트 경쟁력 확보가 관건



진흥원은 박범신 디지털문학관을 전국 도서관이나 교육기관을 통해 널리 알릴 예정이다. 아울러 충남 지역 명인·명소를 적극 발굴해 이를 담은 앱을 만들어 전국적인 콘텐트 유통망을 확보할 계획이다. 박범신 디지털문학관은 기존 e북 콘텐트 시장에서 시도된 바 없는 기술력을 동원해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화되도록 디자인했다.



 작가를 통한 지역 콘텐트 개발은 단편적인 하드웨어 구축으로 접근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전환되는 환경에 적응하려면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학관 같은 경우 사후 작가들의 기념비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설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아놓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박범신 디지털문학관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젊은 작가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줄 수 있고, 현역 작가들 역시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자신만의 문학관을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문화 콘텐트를 통해 지역에 산재한 관광자원 등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뿐 아니라 관심 있는 누구나가 지역과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성이 밝다.



 다만 콘텐트 경쟁력이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앱 개발자인 오치석 엠솔루션 대표는 “모바일 앱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경우 콘텐트 경쟁력이 사업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라며 “겉으로 보면 앱이나 SNS가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박범신 작가의 경우 40년 동안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작가로, 그만의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업이 전개될 경우 명인이든 명소든 특별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콘텐트인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흥원 황윤이씨는 “박범신 디지털문학관을 시작으로 충남의 인문·역사를 근간으로 한 양질의 문화 콘텐트를 적극 발굴해 대중성 있는 지식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의 041-620-6420



박범신은 누구



194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원광대 국문학과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78년까지 소외계층을 다룬 중·단편 소설을 발표해 문제의 작가로 주목을 받았다. 79년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등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밖에 주요 장편소설로는 『불의 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촐라체』 『고산자』 『은교』 『나의 손은 말발굽으로 변하고』 『비즈니스』 등이 있다. 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 문학상’을 비롯해 김동리문학상(2001년), 만해문학상(2003년), 한무숙문학상(2005년), 대상문학상(2009년) 등을 수상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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