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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털기 인사청문회 바꾸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드러나면서 능력과 소신 있는 인사들이 국무총리·장관 등 정부 요직에 중용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그 직에서 물러날 경우에도 후회 없는 국무위원들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다.



총리 후보 딸 아파트까지 찾아가 몰래 촬영
공직 기피 조장 … 인재들 입각 길 열어줘야
청와대는 도덕성 검증, 국회는 능력 검증을

 인사청문회가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검증에 치중하기보다는 도덕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개인 신상털기식으로 진행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국장을 지낸 세명대 이상휘 교수는 13일 “청와대에서 장관직을 권했을 때 5명 중 2명 정도가 고사했다”며 “특히 해외에 있는 연구원과 기업가 출신의 상당수가 본인과 가족의 신상 들추기에 치중된 청문회 때문에 입각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파적으로 악용되는 청문회 때문에 필요한 인재들을 놓치는 상황이 반복돼 국가적으로 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정권을 교대해왔지만 인사청문회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0년 A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은 재산이 4개월간 1억5656만원 증가한 것을 문제 삼으며 “부적절한 재산 형성”이라고 몰아쳤다. 고심 끝에 A후보자는 야당 지도부를 찾아가 “그 돈은 딸의 이혼 위자료”라고 털어놔 겨우 낙마위기에서는 벗어났다.



 2010년 9월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땐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이 김 후보자의 차량 사진을 제시했다. 촬영 장소는 김 후보자 딸의 아파트 주차장이었다. 의원들 사이에선 “야당이 무슨 파파라치냐. 집 앞까지 가서 몰래 사진을 찍었단 말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 의원은 “김 후보자의 부인이 쓰는 렌터카 운전수가 7급 직원”이라며 “공무원을 사적으로 썼다”고 주장했으나 정확한 지적이 아니었다. 당시 감사원장이던 김 후보자 부인에게 관용차가 나왔으나 김 후보자는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 렌터카를 썼다. 그 차의 운전을 공무원이 한 것이었다.



 청문회 기준도 들쭉날쭉하고 자의적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청문회 직후 제기된 논문 표절 의혹으로 13일 만에 물러났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교육 수장으로서 심각한 결함”이라고 몰아세웠다. 정권이 바뀐 2013년엔 이성한 경찰청장 후보자가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논문 표절 공세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표절을 일부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써 청문회 문턱을 넘었다. 야당 시절 김 전 부총리를 몰아세웠던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 감싸기에 급급했다.



신상털기식 청문회로 좋은 인재를 등용하지 못하는 건 국가적 손실인 만큼 여야가 인사청문회의 기준과 원칙에 대한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야당도 언젠가는 여당이 될 수 있다”며 “신상에 관한 심각한 사항은 비공개로 하는 등 여야 간의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는 정책능력·자질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도덕성 등 개인사에 대해선 청와대가 철저히 스크린하는 방식으로 이원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정부 때 72명의 총리감을 스크린해보니 겨우 한 분이 통과됐다”며 “(청문회 운영을) 좀 탄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청문회가 지금처럼 되면 조그마한 흠이라도 있으면 능력 있는 사람이 일하려고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압축성장 과정에서 원리와 원칙으로만 살 수 없었다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가 인사 과정에서 (국회에) 충분한 자료를 주고 국회는 정책 질의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화·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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