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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총재 오지 말라" 라가르드의 굴욕

크리스틴 라가르드(左), 콘돌리자 라이스(右)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김용 세계은행 총재, 스티브 잡스,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사운드 오브 뮤직’의 줄리 앤드루스 ….

 미국의 대학은 졸업식에 각계의 명사를 초청한다. 전·현직 대통령부터 정치인·최고경영자(CEO)·운동선수·배우·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이 졸업생들에게 축사를 한다.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이 축사만 모은 방송을 할 정도로 명사들이 전하는 지혜와 지침은 늘 화제가 된다.

 그런데 졸업 시즌에 돌입한 올해 미국 대학가에선 연사 선정을 둘러싼 잡음이 거세다. 학생들이 연사의 화려한 경력·직함보다 연사의 견해와 이념을 따지기 시작하면서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명문 여대 스미스칼리지 졸업식 축사를 포기하기로 했다. 서명 운동으로까지 확대된 학생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캐슬린 매카트니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많은 학생들이 나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인 라가르드 총재가 명문 여대에서 축사를 한다는 사실은 기대를 모았다. 세계적인 로펌 ‘베이커 앤 매킨지’의 첫 여성 CEO, G8 첫 여성 재무 장관, IMF 최초의 여성 총재를 지낸 그의 이력이야말로 ‘유리천장 깨기’의 역사인 만큼 여대생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라가르드 총재의 업적보다 그가 몸담고 있는 IMF의 정책에 주목했다. 학생들은 “IMF가 가난한 국가에 실패한 개발 정책을 이식시킨 주범이며, 이것이 여성을 억압하는 제국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시스템을 강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라가르드 총재의 뛰어난 성과는 인정하지만,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한다고 배운 시스템을 공고화하기 위해 일하는 그를 연사로 세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캐슬린 매카트니 총장이 “졸업식 연설자로 초청한다고 해서 그 사람 또는 단체의 견해나 정책을 학교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축사는 브라운대 총장 루스 시먼스가 대신하게 됐다.

 학생들의 반발로 축사가 무산된 이는 또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도 최근 뉴저지주에 있는 럿거스 대학의 졸업식 축사를 취소했다. 교수와 학생들이 “확인되지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전을 일으키고 수십만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부시 행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며 라이스 전 장관의 연설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 역시 같은 이유로 자신의 모교인 스와스모어 대학의 축사를 취소해야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일들은 주로 진보 측의 불만과 관련됐다”며 “보수 인사를 향한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톨릭 학교인 프로비던스 칼리지에서는 동성 결혼을 옹호하는 작가의 축사를 반대한 일도 있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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