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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국어 술술 '외교관들의 동네 주치의'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이 외국인 환자들과 주고받은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순천향대 서울병원 국제진료센터. 휴일(근로자의 날)이었지만 유병욱(40) 센터장은 “Please, come, come”을 외치며 인도·모리셔스·덴마크·필리핀 출신 환자들을 맞이했다. “외국에 나가면 가장 걱정하는 게 첫째가 애들 학교고 둘째가 병원입니다. 그 두 개가 해결되면 살기 좋은 곳이 됩니다.” 진료실의 한쪽 벽면이 그가 그동안 진료한 외국인 환자들의 사진과 주고받은 편지로 빼곡했다.

 그는 영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로 진료를 본다. 프랑스어와 일본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닌 한국 토박이지만 어려서부터 해외에 나갈 기회가 많았다. “영어는 외가가 호주에 있어서 방학 때마다 드나들면서 말문이 좀 트였고요. 일본어는 아버지가 일본에서 유학하실 때 따라가 좀 배웠지요. 프랑스어는 고등학교 때 학원 다니면서 독학했어요.” 포르투갈어는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어가 아닌 포르투갈어를 쓰는 앙골라 대사관 직원들을 진료하면서 배웠다.

 유 센터장은 처음엔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로 1999년 설립된 국제진료센터 일을 도왔다. 본격적으로 외국인 진료에 몸담은 것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파푸아뉴기니와 페루에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 협력의사로 활동한 이후다. 스페인어는 그때 익혔다. “조지 클루니가 출연하는 ‘ER’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페루에서 인기였거든요. 스페인어 자막이 나오는데 그 드라마 덕 좀 봤습니다.”(웃음) 2006년 귀국해 국제진료센터에 자리를 잡았다.

 병원 인근 한남동·이태원동에 대사관이 밀집한 까닭에 주한 외교관들은 이곳을 동네병원처럼 편하게 드나든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다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이집트 외교관 사례를 소개했다. 고국에선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순천향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5년째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수술하는 건 기술도 중요하지만 (원활한 의사소통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도 매우 중요하거든요.”

 올 초 그는 그동안의 외국인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Dr.유의 진료실 영어회화 매뉴얼』이라는 책을 펴냈다. “우리나라 의료진이 외국인 환자들 말을 이해는 하는데 ‘질문’을 잘 못해요. 현장에서 실제로 쓰일 법한 영어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제 동네병원에서도 하물며 영어 강사로 일하는 외국인들을 불쑥 만나게 된다”면서 “의사들이 다양한 외국어를 익힌다면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의료 인프라가 빛을 더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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