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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의 홍명보? 의리는 선수들이 지켜야죠

13일 파주 트레이닝센터. 월드컵 대표팀 소집훈련 이틀째다. 김신욱(울산·왼쪽부터), 손흥민(레버쿠젠), 이범영(부산), 김승규(울산) 등 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이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풀고 있다. 이날 입소한 독일파 4명을 더해 총 23명 중 13명이 모였다. [파주=뉴스1]

“원칙은 홍명보 감독이 아니라 우리가 깨고 있다.” “의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지키는 거다.” 안정환(38) MBC 해설위원의 말투는 현역 시절 플레이와 꼭 닮았다. 민감한 질문에도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은 대담한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던 그를 떠올리게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세 번 연속 월드컵에 출전해 3골을 터뜨렸던 그는 이제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으로 네 번째 월드컵에 도전한다. 안 위원은 월드컵 기간에 중앙일보 해설위원을 맡아 브라질 현지에서 생생하고 날카로운 칼럼을 보내기로 했다. 그를 12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이날은 대표팀의 첫 소집일이었다.

 - 홍 감독의 최종 엔트리 선발을 놓고 원칙을 깼다는 비판이 많다.

 “원칙은 홍 감독이 아니라 우리가 깨고 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이렇게 흔들면 기운 다 빠진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진다. 대회가 끝난 뒤 비판해도 늦지 않다.”

 - ‘홍명보의 아이들’이 대거 뽑히자 연기자 김보성의 유행어인 ‘으리(의리)’를 차용해 홍 감독이 ‘엔트으리’를 발표했다는 패러디까지 나왔다.

 “의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지키는 거다. 국민의 관심과 염원이 쏠린 월드컵을 앞두고 감독이 인맥으로 선수를 뽑는 게 말이 되나. 자기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데? 열심히 뛰어 결과물을 내는 건 선수다. 감독은 어떤 선수와 궁합이 안 맞아도 팀에 도움이 되면 보듬어 안는다. 반면 선수는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다. 이게 감독과 선수의 차이다.”

 - 홍 감독이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 때 박주영 카드를 과감하게 꺼내 성공했다.

 “모험이 통했다. 원래 박주영을 후반에 기용하려 했는데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코치 의견을 듣고 선발로 냈다더라. 이케다 코치는 나도 현역 시절 요코하마·부산에서 함께했는데 누구보다 동양인의 몸상태를 잘 안다. 홍 감독은 독단적으로 하지 않고 코칭스태프와 회의, 데이터, 정신력 등을 두루 고려한다.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 베테랑이 없다는 우려가 있다.

 “남아공 때 나는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입장이 아니란 걸 알았다. 후배를 옆에서 도우려 했다. 하루는 휴식시간에 오락하고 있는 박주영 옆에 가서 슬그머니 함께 게임을 했다. 난 그 게임이 뭔지도 몰랐지만 먼저 다가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주영이가 ‘형님도 이런 거 해요?’라고 놀라더라. 이번 월드컵에서는 주영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안 위원은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축구계에서 수더분하고 예의 바르다고 소문나 있다. 그는 홍 감독을 비롯해 황선홍 포항 감독, 최용수 서울 감독, 신태용 전 성남 감독 등과 친분이 깊다. 이들에게 ‘형’이라 하지 않고 꼬박꼬박 ‘감독님’ 호칭을 붙인다. “홍 감독과 가까운 줄 아는 사람들이 ‘친하니까 홍 감독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묻자 그는 “홍 감독과 친해서 이런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홍 감독이 잘못 하면 내가 먼저 나서 뭐라 할 거다”고 단호히 답했다. 안 위원은 “나는 비판은 안 무섭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칭찬이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안 위원이 방송 해설을 한 지 약 3개월이 지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료를 찾아 공부한다고 한다. 안 위원은 한국의 상대국, 주요 출전국의 스타일과 선수 특징을 훤히 꿰고 있었다.

 - 방송 해설을 해보니 어떤가.

 “쉽지 않다. 해설 중에 ‘지난번’을 ‘접때’로 잘못 말했다. 캐스터가 ‘무슨 접대요?’라고 되물어 ‘술접대요’라고 웃어넘겼다. ‘아싸리’ ‘쇼부’ 같은 일본식 어투를 쓴 적도 있다. 그래서 난 생방송이 거의 없고 대부분 녹화인가(웃음).”

 - 최근 런던에서 첼시와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관전했는데(AT마드리드 3-1승).

 “벨기에 공격수 아자르(첼시)의 봉쇄법을 찾을까 해서 AT마드리드 수비를 집중적으로 봤다. 아자르를 기가 막히게 막았다. 맨투맨이 안 되니 2~3명이 압박했다. 한국도 그래야 한다. 문제는 아자르를 막느라 생기는 빈자리에 협력수비가 될 수 있느냐다. 또 90분 내내 협력수비를 할 수는 없다. 유기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 그 경기에서 눈부신 선방을 한 벨기에 골키퍼 쿠르투아(AT마드리드)는 어땠나.

 “잘했지만 첼시 공격이 무뎌 진짜 실력이라 평하기는 어렵다. 쿠르투아는 키가 1m99㎝다. 한국은 슛을 땅볼로 깔아 차야 한다. 팔이 기니까 구석보다는 발과 손으로도 못 막는 중간 코스로 슛을 날릴 필요도 있다.”

 -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레알 마드리드 4-0승)도 봤는데.

 “레알 마드리드를 보니 안첼로티 감독이 왜 명장인지 알겠더라. 수비 조직력이 예술이었다. 8명이 딱딱 사다리꼴로 움직인다. 공격할 때도 7명이 4-3 대형을 유지한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 사비 알론소(스페인)는 최고였다. 20분 동안 그 선수만 봤다. 사비 알론소 같은 선수가 한국에 있다면 8강 아닌 4강도 갈 수 있을 거다.”

 - 한국의 조별리그 3경기를 예상한다면.

 “한국과 러시아전은 어느 팀이 더 헌신적으로 뛰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알제리도 쉽지 않을 거다. FC 메츠(프랑스) 시절 알제리 동료가 있었는데 정말 체격조건이 좋았다. 몸싸움과 세트피스를 조심해야 한다. 알제리 수비는 종종 집중력이 떨어지니 손흥민·이청용이 뒷공간을 노려야 한다. 벨기에의 악셀 비첼(제니트)이 살인 태클로 살해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의 거친 플레이를 역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축구는 단순히 공만 차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상황도 잘 활용해야 한다. 다 잘못되면 2무1패에 그칠 수도 있지만 러시아와 첫 경기만 잘 넘기면 1승2무 또는 2승1무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윤태석·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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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