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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지하철 안전 어떻게 확보하나


논쟁의 초점   지난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를 계기로 지하철 안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지난 9일 2022년까지 8775억원을 들여 노후 전동 차량을 모두 교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울지하철 운영시스템 10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돈이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서울시는 국비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하철노조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무분별한 구조조정이 사고로 이어졌는데 이 부분에 대한 진단과 개선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경영 효율화 중심의 지하철 정책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각과 “지하철 방만 경영을 개선해 안전 부문에 투자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지하철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경영 효율화 그늘 걷어내자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세월호 침몰 사고는 갑자기 발생한 일탈적 사건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향했던 가치들이 모두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가치는 효율, 성장제일주의, 수익이었다. 돈을 위해 어떤 희생도 치를 각오가 돼 있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 전체가 세월호 사고를 오래전부터 합심해서 만들어 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은 세월호 사고로 놀란 시민들의 가슴을 또 한 번 내려앉게 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2호선은 1980년 개통 이후 서울시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고 혼잡한 노선으로 서울시민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동안 서울 지하철이 지속적으로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적자 문제였고 이 적자를 줄이는 것이 지상 과제였다. 적자를 줄이고 경영효율화를 달성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인력 감축이 시행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서울메트로 전체 직원의 20%가 감축됐다.

 주요 업무의 외주화를 통한 비용 절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열차자동정지장치의 데이터 수정도 외주업체의 몫이었고 서울메트로는 공사 시행 결과서만 받았다. 신호시스템은 열차 운행의 가장 중요한 전제이자 핵심 요소로 아주 작은 오류나 이상도 허용돼선 안 된다. 이토록 중요한 작업들이 외주업체의 책임인 것이다.

 1기 지하철로 불리는 1~4호선은 상대적으로 시설과 장비, 운행 차량들이 많이 노후돼 있다. 이 때문에 더 심도 있는 점검이 필요하고 낡은 차량의 교체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새 전동차 10량 한 편성의 값은 100억원을 훨씬 넘는 고가다. 이런 고가의 전동차를 수십 편성 들여와야 하는 운영기관의 입장에서 비용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결국 내구연한이 다 돼 폐차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른 차량을 손봐서 연장 운행을 하는 것으로 비용을 절감해왔다.

 거의 매일 쉬지 않고 25년 정도 달린 차량은 아무리 단단하게 만들었어도 마모될 수밖에 없고, 각종 기계장치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상식이다. 완벽한 정비를 한다고 하지만 이미 수명이 다한 차량을 정비로 보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정비검사의 실효성도 문제다. 세월호 역시 침몰 전 안전검사에서는 모두 양호 판정을 받았다.

 지하철 1편성 10량에는 수천 명의 승객이 타고 달린다. 이번 사고에서도 탈출하는 승객들을 제대로 유도할 수 있는 직원들은 없었다. 부상을 입은 기관사를 포함해 모두 4명의 승무원들이 수천 명의 승객을 대피시키는 것은 역부족이다. 역무직 효율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으로 역무원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봉사활동 점수를 따기 위해 나온 중·고등학생들과 고령의 자원봉사자들이 안내하는 한국 지하철에서 만일의 사태에 몸을 지키는 일은 순전히 개인의 몫이다.

 공기업이 시민들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시민들이 공기업을 위해 존재하는가. 공기업 경영정상화 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시민들이 위험천만한 낡은 차량을 타야 하고 자원봉사만 받아야 한다면 이것처럼 가치가 뒤집힌 일이 또 어디 있는가.

 수익만 좇는 경영 효율화의 그늘은 생각보다 짙다. 안전을 그 대가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효율은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할 때 발생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구지하철 참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70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수많은 생명 손실을 더한다면 단 한 번의 사고가 가져다준 피해는 어림잡을 수조차 없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공기업 효율화의 결과로 얻어지는 단물은 엉뚱한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관료, 관련 학계, 업계의 공고한 카르텔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눈가림 안전점검, 불량부품 허가, 부실 외주공사 등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

 ‘돈이 최고’라는 가치가 과연 깨질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는 절망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어떤 가치도 생명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방만 경영부터 수술해야 한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
계속되는 지하철 안전사고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서울시는 400곳의 대형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진행했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사고가 터진 것이다. 물론 사고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고가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대형사고 발생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이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이다.

 이번 지하철 사고 역시 이미 사고 14시간 전 신호연동장치의 오류가 발견됐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한 사고 당시 앞차의 차량 출발이 지연됐지만 관제소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호 사고와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신고를 한 사람은 승무원이 아니라 승객이었다. 안내방송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이 선로를 따라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드러난 사고 원인은 하나같이 이번 사고가 수많은 안전 절차들을 무시한 결과라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노후 전동차 교체 계획 등을 밝히고 무임수송 보전 등 국비 지원을 요구키로 했다. 서울 지하철 운영시스템 개선에 필요한 투자규모는 총 1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이미 중기 재정계획에 반영된 투자규모를 제외하면 2000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투자 없는 안전이 없는 만큼 이는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에 앞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지하철 요금 인상안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순리다. 부채를 끌어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지금 지하철을 이용하는 세대가 안전이라는 ‘혜택’을 비용으로 ‘부담’하는 것도 필요하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더욱이 서울메트로의 방만 운영에 대한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자구노력이 없었다. 서울메트로의 최근 3년(2010~2012)간 적자는 6400억원 수준이다. 정상적인 민간 기업이라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금 동결부터 했겠지만 서울메트로는 오히려 이 기간에 200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퇴직금 누진제가 감사원과 국회에서 문제로 지적됐으나 철도파업 당시 연대파업 철회의 대가로 퇴직금 손실분 중 50%를 챙겼다.

 나아가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진을 견제하고 조언해야 하는 사외이사의 구성도 그동안 지적돼 왔던 낙하산 인사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전·교통전문가보다 시민단체나 정치인 보좌관 출신들이 사외이사를 차지하면서 안전에 대한 투자나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지하철 사고 이후 무인시스템 도입이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무인시스템에 대해 그동안 노조는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이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무인시스템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인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 영국에서 산업혁명으로 실업의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무인 시스템은 우리 생활 속에 성큼 다가와 있다. 무인 택배와 같이 간단한 영역은 물론이거니와 교통 부문에서도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과거 버스의 안전을 담당하던 버스 안내양이라는 직업이 지금은 추억 속에만 존재하지만 과거보다 버스 사고 위험이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

 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신분당선 등에서 무인 운전을 시행 중이다. 지하철만이 아니다. 단순히 선로 위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량의 움직임까지 고려해야 하는 자동차에서도 무인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구글은 이미 2012년 미국 네바다주에서 무인 자동차에 대한 면허를 발급받기도 했다. 철도안전백서에 따르면 2006~2010년 사이 발생한 열차사고의 63%가 인적 요인이 원인이었다. 이번 지하철 사고 역시 사람에 의한 것이었다.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처방이 내려져야 국민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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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