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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섞여도 유기농?

지난 9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한·미 농식품 교역 당국자 간 화상 회의. 한국 정부 당국자가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조금이라도 섞인 가공식품에 대해선 국내 시장에서 ‘유기농(Organic·친환경)’ 표시를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는 즉각 “생산자가 의도하지 않게 미량의 GMO가 섞이는 수준은 허용해줘야 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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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별 성과 없이 끝났다. 두 나라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7월 1일부터 미국은 한국에 유기농 제품을 수출하더라도 ‘Organic’ 표시를 붙일 수 없게 된다.

 한국과 미국 간의 ‘유기농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한국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한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계기로 시작된 신경전이다. 지난해까지 통조림·건강보조식품 같은 가공식품은 제조업체가 자체적 판단으로 ‘유기농’ 표시를 붙일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정부 인증을 받은 제품에만 허용됐다. 제품의 신뢰도를 높여 유기농식품 산업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혼란을 막기 위해 6월까지 유예·계도기간을 뒀다.

 이에 미국은 새해 업무 첫날인 1월 2일 “두 나라가 유기농 표시에 대한 공동 기준을 만들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4월 1차 회의를 하고 지난주 2차 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미국 입장에선 한 해 1555만 달러어치의 유기농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한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렵다.

 회의에선 “양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을 만들어 무역 장벽이 낮아졌으면 좋겠다”는 원론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식품 성분 중 GMO를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이냐는 핵심 사안에서 의견이 부딪쳤다. 한국의 ‘유기식품 인증 기준’은 ‘유전자변형식품이나 그로부터 유래한 원료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 기준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 측 협상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

 미국은 왜 이 규제의 완화를 요구할까.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엔 GMO 재배를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씨알이 날리거나 농기구에 묻어 GMO 종자가 유기농업장으로 섞일 우려가 높다”며 “이 같은 이유로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유기농 제품에 ‘GMO 원천 금지’라는 원칙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GMO 논란으로 자칫 다른 분야에서 무역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GMO 허용 검토안’을 협상카드로 내세워 한국에 불리한 미국 내 규제를 완화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유기축산물에 대한 인증 기준은 미국이 더 엄격하다”며 “우리가 미국 요구 사항을 일부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미국의 축산물 인증 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은 농가의 소·닭·돼지가 병이 들면 의약품을 사용해 전염을 막을 수 있고, 약품 사용 뒤 2개월이 지나면 유기축산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세부 목록을 지정하고, 이외의 약을 처방받은 축산물에 대해선 유기농 인증을 하지 않는다. 이 조건을 완화하도록 유도해 “유기농 인증을 받는 축산물을 늘리고 수출 증가를 꾀하겠다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를 통해 연평균 11.5%씩 성장(2005년 133억 달러 → 2012년 284억 달러)하는 미국 유기식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다.

 문제는 GMO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이다. 이종영(식품의약품안전처 심의위원)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적으론 GMO가 인체에 위해성을 갖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GMO가 사람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고 종교적인 논란도 있어 정부가 이를 미국에 양보해 전체적인 경제적 이익을 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인 농협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대외 협상 능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며 “정부의 꾸준한 대국민 설득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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