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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러시아라는 동아시아의 불확실한 변수

[일러스트=강일구]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러시아의 상징은 쌍두(雙頭) 독수리다. 두 머리는 각기 서쪽과 동쪽을 향하고 있다. 실제로는 유럽을 향한 머리가 크렘린에 항상 더 중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서구 문제에 끝없이 집착해 왔다.

반면 그의 동아시아 정책은 불명확하다. 동아시아의 러시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다. 도움이 되기도 하고 불확실성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푸틴과 서구 사이의 긴장 심화를 배경으로, 러시아의 최근 행태는 동북아에서 새로운 우려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항상 어느 정도 예측이 불가능했다. 2002년 푸틴은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를 파이프라인으로 북한을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수송하자고 제안했다. 모스크바는 이 제안이 신뢰구축조치라고 내세웠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러시아의 경제적 이득이 빤한 목표였다. 따라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국가 수뇌가 없었다.

2003년 초 부시 대통령이 푸틴에게 6자회담을 제안하자 푸틴은 미국은 그저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계획에 동의하고 평양에 양보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가 러시아를 배제한 다자회담을 추진하기 시작하자 푸틴은 방향을 틀며 역내 외교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 다음에 러시아는 꽤 도움이 됐다. 제1차 6자회담 전날 밤 러시아 대표단은 자신들이 북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 대표들에게 귀띔했다. 푸틴이 북한과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회담에서 러시아인들은 미국 편을 들며 미국이 평양을 핵으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에 북한 측은 러시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회담이 결렬되자 러시아 대표들은 “특수한 관계는 이것으로 끝이군요”라고 우리에게 귓속말을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후 유엔안보리 회의에서도 러시아가 중국보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더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러시아는 안심보다는 우려가 되는 외교적·군사적 움직임을 감행했다. 러시아는 현재 수천만 달러로 추산되는 돈을 북한에 지불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북한 벌목공들의 강제노동에 대한 대가다. 북한은 또한 불법 현금 거래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 쪽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4월 말에는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가 냉전 이후 최고위급 러시아 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다. 북·미, 남북, 북·일뿐만 아니라 북·중 대화까지 동결됐거나 긴장된 현 상황에서 모스크바는 평양을 진정시키려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나라들을 배제한 채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일까?

 러시아 군부도 동아시아에서 몸풀기를 하고 있다. 시진핑은 주석 취임 후 첫 해외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했고 소치 올림픽과 주요20개국(G20) 회의에도 참석해 푸틴의 고마움을 샀다. 러시아와 중국은 최근 동중국해에서 합동 해군 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일본·필리핀 등 해양 국가들에 던지는 날카로운 메시지다.

허버트 칼리슬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고 5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발표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미래에 모스크바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러시아의 국력은 줄어들고 있다. 수출의 70%, 정부 세수의 반을 석유와 가스가 차지하는 러시아보다 한국이 현금도 많고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앞선다. 또한 러시아는 전형적인 석유 경제의 함정에 빠져 있다. 부패가 심화되고 혁신은 막혀 있다. 컴퓨터와 관련 서비스 수출은 필리핀보다 순위가 낮다. 남성 기대 수명은 아이티보다 짧다. 한편 북미에서 셰일 가스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러시아의 경쟁력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쇠퇴 전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와일드 카드가 될 수 있다. 만약 푸틴이 자신의 우크라이나 계획을 감행하고 이에 대해 미국·유럽·일본, 그리고 아마도 한국이 새로운 제재를 부과한다면 푸틴은 북한을 둘러싼 외교를 복잡하게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다. 평양을 독자적으로 지원하거나, 극동러시아에서 군사적 압박을 가하거나,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저지함으로써 동북아에서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

한·러, 러·일 관계의 중요성과 러시아의 냉전식 행동이 불러올 서구의 반격을 감안할 때 러시아는 역효과만 볼 것이다. 하긴 크림반도 합병도 러시아에 자멸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21세기형 국정 운영의 논리가 아니라 18세기 차르의 체스판 놀음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는 푸틴은 멈추지 않았다.

 동북아 지역의 이익에 대한 위협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연합이 유럽에서 주권국가의 국경을 침범한 러시아의 처벌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지구의 반대편에서 어떤 일이 전개되건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 외교를 위해 러시아와 계속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가 동북아 지역에 미칠 영향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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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