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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는 고은맘] '부모'를 꿈꾸지만 현실은 '학부모'

나라를 잃은 것마냥 울어주신 탓에 100일 사진 촬영 실패. 재촬영 때에도 어김없이 울어주신 고은양. 그 와중에 그나마 건진 샷. 곰돌이 고은양.

뭔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기의 풍모가 느껴지는 고은양.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엄친딸(엄마 친구 딸), 와친남(와이프 친구 남편)...
전설로만 존재하는 이들입니다. 경쟁 사회에 살지만 비교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자꾸 비교하게 됩니다.

자식일 때는 비교 대상이 되는 게 그렇게 싫었습니다. 고딩 시절엔 “누구 딸은 이번에 **대를 갔다더라”에서, 대딩 시절엔 “누구 아들은 사시 합격했다더라”를 지나, 취직하고 나면 “누구 딸은 의사랑 결혼했대”로 넘어오는 비교의 순환 트랙. 누군들 그 트랙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탈선은 사회적 ‘도태’로 취급되니 벗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시골에서 말 잘 듣는 모범생으로 자란 터라 비교가 그다지 큰 스트레스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서른 다섯, 좀 늦은 나이에 결혼한 탓에 결혼 트랙에선 지진아 취급을 받았죠. 누구는 ‘사’자랑 결혼했다더라, 누구 엄마는 매번 사위가 선물한 걸 들고 온다더라 등. 그나마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가 그러면 이해나 갑니다. 일년에 한 번 볼까 말까 싶은 친척들이 오랜만에 만나 할 말 없으니깐 그런 비교를 할 때면 스트레스 게이지가 은하로 뻗어갑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죠.

그런데 엄마가 되고 보니 저도 모르게 고은양을 비교하게 됩니다. 콩알만한 걸(사실 콩알의 수만 배는 됩니다ㅠ) 뭘 비교할 게 있는가 싶지만은 자꾸 비교가 됩니다.

예를 들면, ‘백일의 기적’ 같은 겁니다. 백일의 기적은 태어난 지 100일 전후로 아기가 사람 구실(?)을 하면서 엄마를 덜 힘들게 한다는 건데요. 신생아 때는 정말 자주 먹고 자주 자고 자주 깹니다. 밤낮의 구분도 없고요. 산후 조리원을 나오는 순간 지옥이 시작됩니다. 친정부모님이나 입주 도우미 아줌마가 있다면, 분유를 먹인다면, 그나마 좀 낫습니다. 그렇지만 저처럼 모유를 먹이면서 혼자 아기를 보면 정말 피곤합니다. 산후 붓기는 덜 빠진데다 다크서클은 볼 까지 내려와서 엄마 팬더가 돼 버립니다. 7시간 쭉 잘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듯하고요. 모유수유를 할 때도 깜빡 졸다가 고은양이 쭈주를 잃고 짜증내며 우는 소리에 깨곤 합니다(분유를 먹인 친구는 분유 타다 뜨거운 물에 손을 데기도 했다고 하네요.ㅠ)

그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던(물론 가끔 배냇짓으로 견딜 힘을 주지만) 아기가 100일을 전후로 사람처럼 자게 됩니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니 살만 해집니다.

반면, ‘백일의 기절’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백일의 기적을 엄마에게 선사하기는커녕, 늘어가는 떼와 몸무게, 커져 가는 울음소리와 발길질로 엄마를 기절 상태로 보내시는 아기들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죠.

고은양에게 백일의 기적은 ‘개똥 같은 소리’였습니다. 전(‘고은양이 밤마다 우는 까닭은(4월17일)’)에도 말씀드렸듯 고은양은 동생이 참 싫은지 잠을 자지 않습니다. 지금도 새벽 1시, 4시를 전후해서 쭈쭈를 잡수셔야 성이 찹니다. 잠이 들 만하면 깨고, 수유를 하고 나면 쉬이 잠들지 못하고. 잠 못 드는 밤과 좀비 상태의 낮이 이어집니다.

저를 우울하게 만드는 건 고은양만 유독 그런 것 같다는 겁니다. 조리원 밴드에 올라온 엄마들 얘기를 들어보면 100일도 안 된 아기가 밤중수유를 끊고, 이제 4달을 갓 넘긴 아기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쭉~ 잔다네요. 낮잠은 한 번 자면 한 시간은 기본이고, 두 시간 잘 때도 있고.

고은양과 그런 아기들을 비교하면 참 갑갑해 집니다. 고은양은 언제 사람이 될지...엄마는 벌써 고은양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거죠. 그러면 안 되는데...고은양이 무의식중으로 그런 엄친아 엄친딸들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고은양을 비교하며 수면 지진아 평가를 내린다면, 시어머니는 고은양을 발달 모범생이라고 폭풍 칭찬을 합니다. 아기가 3일 동안 자랐으면 얼마나 자랐겠습니까. 시어머니는 3일 만에 본 고은양을 안아 들고는 “애가 3일 만에 컸어. 아주 달라”라고 하십니다. 고은양이 발가락에 힘을 주고 발길질을 하면 “발가락에 힘주는 거 봐라. 요맘때 아기들보다 훨씬 빠르다” 이러시고요. 청각과 시각이 정상인 아이라면 능히 해야 할, 이름 부르면 돌아보기와 눈 마주치기는 고은양이 머리가 좋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인지 앉지도 못하는 아기에게 앉아서 놀 수 있는 장난감과 보행기를 벌써 한 참 전에 선물해 주셨습니다(보행기는 집안 구석에 고이 모셔두고 있고, 앉아서 놀아야할 장난감은 고은양이 발로 차고 놀고 있습니다). 시어머니에게 고은양은 절대적 비교 우위의 대상입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고은양이 태어나자마자 아파서 치료받을 땐 그저 건강하기만 하길 바랬습니다. 살만해 지니깐 고은양이 다른 아기들보다 조금 더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뭐든지요. 욕심은 끝이 없는지…. 돌도 안 지난 아이에게 경쟁을 강요하는 엄마가 됐습니다. 광고의 한 글귀처럼 저도 ‘학부모’가 되는 걸까요. ‘부모’를 꿈꾸는데 말이죠.

ps. 예민한 고은양은 실눈을 뜨고 잡니다. 잠결에 눈 앞에 사람이 안 보이면 울면서 깹니다. 그러니 오래 못 자죠. 어느 날 고은양을 재우기 위해 옆에 누운 남편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남편도 실눈을 뜨고 자고 있었습니다. [참조 ‘발가락이 닮았네’(5월 8일)]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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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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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