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재난 방지·대응 전문가 조원철 교수…지자체 비상대응 조직 살리고 현장 모르는 중앙에선 지원

조용철 기자
조원철(65)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재난 방지 및 대응 연구의 선구자다. 이 대학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소장인 그는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지난 1일 개최한 ‘국가재난 안전확대 최고회의’ 참석해 “국회가 안전 관리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침몰] ‘위험사회’전문가 처방전

그는 1983년 9월의 ‘대한항공 007편 피격 사건’이 안전 문제에 천착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할린 상공에서 옛 소련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의해 269명의 탑승자 전원이 숨진 이 사건으로 그는 어머니를 잃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유학 중인 아들과 잠시 함께 살다가 귀국 길에 오른 그의 모친은 이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 조 교수는 “참담한 심경 속에서 항공 안전 문제를 연구해보려고 캐나다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까지 가서 자료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허망하게 어머니를 여읜 아픔이 지금도 다 아물지 않아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도 아직 못 가봤다. 그곳에 가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토목공학(하천 관리 전공)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그는 1988년 은사인 이원환(현 연세대 명예교수)교수와 김광식 당시 기상청 국장과 함께 재해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연안·하천·기상 재해가 주 연구 분야였다. 이는 93년 연세대 공대 부설 재해연구소로 발전했다. 국내 최초의 재해연구기관이다. 97년 그는 국립방재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차관급인 재해대책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조 교수는 “세월호 사건의 1차적 책임은 관료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여객선 운항 감독 업무를 맡은 관료들 중 한 사람이라도 제 역할을 했다면 세월호 같은 배는 출항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세월호 참사를 빚었다고 보나.
“화이트 월(white wall) 신드롬이라는 게 있다. 흰 벽을 계속 바라보다 다른 사물을 보면 순간 잘 안 보이는 현상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국정원, 안철수, 복지 이런 사안만 바라봤다. 그 사이 안전이나 재난 문제는 등한시됐다. 지난해 가을부터 한국은 심각한 가뭄이다. 그런데 정부나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거의 못 봤다. 중앙정부나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공무원 사회에서는 일을 안 해도 되는 관행이 자리 잡는다. 우리나라 재난의 통계를 보면 대략 20년을 주기로 부쩍 늘어나는 때가 온다. 70년대 중반에는 홍수 같은 자연 재해가 많았다. 90년대 중반에는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그리고 지금 다시 20년이 흘렀다. 안전 사고나 재난에 대한 사회의 경계심이 허물어지면 다시 재앙이 닥쳐온다.”

-정부의 세월호 사고 초기 대응이 엉망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민이 관료들에게 속았다. 대통령은 안전을 앞세우겠다는 뜻으로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꿨다. 그런데 안행부는 자연재해 등의 힘든 일은 소방방재청에 맡기고 자신들은 감독하고 지시만 내리면 되는 사회적 재난 관련 일만 맡았다. 현장을 모르는 이들이 훈련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명령만 내리게 됐다.”

-해경의 초기 구조 작업에도 이해가 안 가는 구석이 많다.
“요즘 해경이 주로 하는 일은 중국 어선 단속이다. 중국 어선에 너무 가까이 가면 위험하니 주변에서 충분히 상황을 살핀 뒤에 제압에 들어가도록 훈련받는다. 초기에 해경의 배가 세월호 주변만 맴돈 것은 이런 훈련의 영향이라고 본다. 평소 구조 훈련을 하지 않으면 위급 상황에서 제대로 작전을 펼칠 수가 없다.”

-새누리당 회의에서 왜 쓴소리를 쏟아냈나.
“예방책이 없는 ‘재난관리법’을 만든 게 국회의원이다. 해수부·해경 등에 대한 국정감사만 제대로 했어도 세월호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 관료들이 감독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교묘하게 법을 고치는 일을 거들어 준 것도 정치인들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책임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났다.”

-재난 대응 시 우왕좌왕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부터 해야 하나.
“234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의 비상 대응 조직을 살려야 한다. 이들이 평소 훈련을 해야 하고, 중앙조직은 점검하고 평가하면 된다. 현장 상황을 모르는 중앙부처는 지시가 아닌 지원 업무를 맡아야 한다. 중앙부처 고위직은 현장에 가지 말아야 한다. 브리핑 준비 등으로 오히려 일에 방해가 된다.”

-재난 방지에 꼭 필요한 일을 꼽자면.
“국가안보 문제에 재난 방지·대응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같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금 보듯이 내부적 안전이 없으면 국가가 위태로워진다. 정치인과 국민들은 재난 방지에 쓰이는 돈을 아깝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손해가 날 것을 막아주는 것을 이득으로 여기지 않는 얄팍한 계산 방식을 바꿔야 한다.”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