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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론 진품 … ‘아내’ 표현의 진위 놓고 공방 이어져

1982년 7월 15일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한 연구실. 한스 울리히 라우캄프(H U Laukamp)라는 한 독일인이 이 학교에서 고대 이집트학을 전공하는 페터 문로 교수와 마주 앉았다. 라우캄프는 자신이 갖고 있던 낡은 파피루스를 보여줬다. 유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로 교수는 자신의 동료인 페슈트 교수를 불렀다. “아마 2세기에서 4세기 사이의 것으로 보이는데….” 두 교수가 조심스럽게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밝혔다. 페슈트 교수는 “훼손 상태가 심하니 유리판에 끼워 보관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 라우캄프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소유임을 밝히기 위해 파피루스가 들어 있는 겉봉에 이름과 날짜를 서명했다.
17년 후인 1999년 11월 라우캄프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에게 이 파피루스 조각을 포함해 모두 6장의 파피루스를 팔았다. 매매 가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예수의 아내’ 파피루스

이 파피루스가 다시 세상에 공개된 것은 12년 뒤인 2011년 겨울.
‘익명을 요구한 소장자’가 하버드 신학대학 캐런 L 킹 교수에게 이 파피루스 조각을 기증한 것이다. 킹 교수는 파피루스 전문가도, 콥트어 전문가도 아니다. 킹 교수의 주전공은 영지주의(그노시즘)와 초기 그리스도교다. 영지주의는 그리스어로 그노시스(gnosis), 즉 앎을 중시하는 기독교의 한 분파다. 기도를 통해 삼라만상 가운데서 신을 몸소 깨달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불교 사상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한 종파이던 영지주의는 로마제국 이후 이단으로 몰렸다. 예수를 한 명의 인간이 아닌 신으로 봤다는 점 때문이었다. 신의 세계에는 죽음도 부활도 없기 때문에 영지주의에선 십자가 사건이나 예수 부활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파피루스는 왜 킹 교수에게 전달된 것일까. 종교학자들은 킹 교수가 영지주의에 해박한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이 킹 교수에게 당부한 것은 딱 하나였다. “기증자의 정체를 공개하지 말 것.”

“아내는 영적 관계 뜻하는 통상 단어”
킹 교수는 명함보다 작은 꿀색깔을 띤 파피루스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모서리 부분이 모두 손상됐지만 종교사적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앞면에 검은 잉크로 쓰인 문장은 어림잡아 여덟 줄 정도 돼 보였다. 뒷면은 너무 해져 분석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이듬해 봄 킹 교수는 뉴욕의 고대 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the Ancient World in NY)로 파피루스를 보냈다. 이윽고 해석본이 도착했다.

마리아는 그것에 대해 자격이 있다
(Mary is worthy of it)
예수가 그들에게 말하길, 나의 아내…
(Jesus said to them, My wife…)
그녀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he will be able to be my disciple)

“와이프(Wife)?”
킹 박사는 눈을 비비고 다시 들여다봤다. 부인이라는 말이 또렷하게 빛났다. 영지주의에서는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고행을 함께하는 영적(靈的)인 관계의 사람’을 뜻하는 통상적인 단어다. 하지만 그 다음 문장이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나의 제자가 될 수 있다’라니…” 킹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영적인 관계를 뜻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반 년이 흘렀다. 가로 7.6㎝, 세로 3.8㎝의 조그만 파피루스가 ‘예수 아내의 복음서’라는 이름으로 2012년 9월 대중에 공개됐다.
“이 파피루스가 만들어진 것은 7세기께로 보이지만 여기에 쓰여진 콥트어는 2~4세기에 사용됐던 단어들로 추정됩니다. 초기 기독교에서 그리스어로 쓰인 것을 콥트어 사용자들을 위해 번역했고, 이후에 또다시 필사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킹 교수의 발표가 끝났다. 2~4세기 때 쓰여졌던 것을 7세기 사람들이 그대로 옮겨 적었다는 의미다.
킹 교수의 이날 기자회견은 신학계를 뒤흔들었다. 교계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었다.
교계의 입장에선 가뜩이나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마거릿 스타버드, 1993)와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2003)로 그간 이단시되던 이론이 수면 위로 떠올라 곤경에 처해 있던 차였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신학자들이 앞장섰다. 교계 신문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받아썼다.
“킹 교수부터가 여성 아닌가, 여성 사제를 만들기 위한 조작이다.”
“파피루스 자체가 너무 잘 보존돼 있는 거 아니냐. 이건 누가 봐도 조작이다.”
‘예수의 결혼, 예수의 숨겨진 신부, 예수의 여제자….’
모두 신약성서에는 언급된 적이 없다. 니케아공의회를 전후해 수천 년 동안 예수의 인성(人性)과 신성(神性)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인간으로서의 예수를 드높이느냐, 신으로서의 예수를 부각하느냐.” 이 과정에 등장한 파피루스는 해묵은 논란을 촉발했다.
박해를 받던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정통(Orthodoxy) 교회’가 된 것은 4세기 이후다. 네로 황제 이후 재건을 꿈꾸던 로마제국은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절실히 필요했다. 313년 밀라노칙령으로 공인받은 그리스도교와 영지주의, 그리고 마니교가 후보에 올랐다.
로마제국은 그리스도교를 선택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기원전 3세기 알렉산더 대왕 시절을 본보기 삼아 제국을 재건하려 했는데 ‘인간이 곧 신’이라는 당시의 사상과 성서 요한복음 1장에 나오는 ‘신이 인간이 됐다’ 즉 ‘인카네이션(incarnation:성육신)’ 사상이 일맥상통했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 100% 인간이자 100% 신, 신이 예수로 나셨다는 믿음이다. 니케아공의회를 거치며 그리스도교의 ‘정통’은 더욱 강조됐다. 나머지는 모두 이단이 됐다. 그렇게 1600여 년을 이어져 온 믿음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예수의 신부에 여제자라니….
킹 교수의 발표 이후 미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컬럼비아대 소속 고문서 분석 전문가들이 이 문서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파피루스보다 잉크에 집중했다. 탄소연대측정과 산화 반응, 분광기 실험을 거쳤다. 그 사이 콥트어 문장에 대한 분석도 다시 이뤄졌다.
2014년 4월 11일 연구진은 취재진 앞에 다시 섰다. “659년에서 859년 사이에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적으로 ‘진품’이 선언됐다.
교황청은 입을 다물었다. 지난해 부임한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교계의 눈길이 쏠렸다. 교황청은 난감해했다. ‘사제 성추행 사건을 가까스로 수습했는데 파피루스는 또 뭐야….’ 3일 뒤인 14일 페데르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이 나섰다. AFP 통신 기자가 바로 코앞에서 자신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파피루스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니 우리 교계의 유구한 전통을 뒤흔들 만한 변화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더불어 예수에 대한 묘사나 복음서, 그 어떤 것에도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며, 우리 가톨릭 교리에도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겁니다.”

의도적 조작 여부 놓고 논란 증폭
11일 뒤, 이번에는 미국 ‘라이브 사이언스’지가 의혹의 포문을 열었다. 문서에 새겨진 서명을 추적해 그 주인공이 H U 라우캄프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그는 이미 2002년에 숨졌다. 자식도 친척도 없었다. 하지만 같이 일을 했던 동업자가 생존해 있었다.
라우캄프와 함께 ‘미국 마일링&보어워크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이끌었던 공동대표 아젤 헤르즈스프룽이다. 아젤은 또렷하게 라우캄프를 기억했다. “그 사람은 파피루스란 걸 가져 본 적이 없다. 골동품도 모을 줄 모르는 사람이다.”
라우캄프는 평생을 서독에서만 살았다. 그가 이 문서를 취득한 게 1963년 포츠담에서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은 당시 동독 지역이었다. “베를린 장벽을 넘었단 말인가….” 기자는 결론을 내렸다. “라우캄프가 수퍼맨이 아닌 이상 이 파피루스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킹 교수는 아직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라이브 사이언스’지가 지목한 ‘라우캄프’가 파피루스 겉봉 서명에 나와 있는 ‘라우캄프’인지도 확실치 않다. 이를 증명해 줄 베를린 자유대학의 문로 교수는 2008년에, 페슈트 교수는 2006년에 각각 숨졌다.
콥트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브라운대 레오 데퓨트 교수도 4월에 발간된 하버드 신학 리뷰에 18장짜리 반대 의견을 기고했다.
“1945년 이집트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도마복음’을 교묘하게 짜맞춘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데퓨트 교수는 “이 파피루스는 몹시 조악하고, 문법은 엉성하고, 군데군데 단어를 끼워 맞춘 것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첫 문장 ‘어머니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어머니는 내게 생명을 주셨다(As for my mother, she has given me li[fe])’를 봐라. 도마복음 101장에 나온 ‘내 진짜 어머니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어머니는 내게 생명을 주셨다(As for my true mother, then, she has given me life)’와 같지 않나? 그리고 원문을 보면 이 문장에서 몇몇 글자가 빠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문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오류다.”
데퓨트 교수는 문장을 하나하나 풀어 헤쳤다. “그리고 이 문장!” 데퓨트 교수는 세 번째 문장을 가리켰다. “‘마리아는…에 대해 자격이 있다(Mary is (not[an]) worthy of it/her)’라고 해석된 이 문장은 도마복음 56장과 111장에 나온 문장과 흡사하다. 여기엔 ‘세상은 그를 …할 만한 자격이 없다(The world is not worthy of him)’라고 돼 있다. 이 도마복음 문장에서 ‘그(him)’를 ‘그녀(her)’로 교묘하게 바꾼 거다. 이건 옮긴 사람이 실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는 가장 예민한 단어인 ‘부인(wife)’도 건드렸다. 네 번째 문장의 앞부분인 ‘예수가 그들(제자)에게 말하기를’은 도마복음에서도 줄곧 쓰이는 문구다. 그 뒤에 애매하게 ‘my wife’라는 단어가 곁들어졌다. 콥트어 글자로 하면 다섯 자가 더 붙은 셈이다. “글쓴이가 어떤 동기가 있었는진 모르겠는데 도마복음 속 문장에 글자를 짜깁기해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용된 잉크의 연대측정 결과도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것이고….”
킹 교수는 곧바로 응수했다.
“이 파피루스는 영지주의 분파에서 기록한 게 아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문법 형태가 등장한 건 사실이지만 콥트어를 모국어로 쓴 이들이 고대에 기록한 콥트어 문서의 문장 형태와 일치한다. 어찌 문법이 조금 맞지 않는다고 조작이라고 할 수 있나.”
설전은 이어졌다.
지난 6일에는 1976년생, 올해 나이 38세의 젊은 교수가 또 다른 반론을 내놨다. 독일 부퍼탈대학의 미국인 교수, 크리스천 애스컬랜드다.
그는 “의도적으로 필사됐다”고 주장했다.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필체더니….’ 콥트어는 애스컬랜드 교수의 주전공이다. 콥트어로 쓰인 웬만한 고문서는 그의 눈을 거쳤다. 그는 얼마 전 신학 관련 저널에 실린 ‘요한복음 필사본’을 보고 있었다. 1923년 이집트 무덤에서 발견된 요한복음을 그대로 베낀 문서다. “필체가 같다. 요한복음을 필사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예수 아내의 복음서’를 복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눈에 파피루스 속 필체와 잉크는 이 필사본의 것과 일치했다.
예수가 만일 정말로 결혼을 했다면, 그의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은 막달라 마리아다. 논란이 벌어진 이후 수많은 이들이 킹 교수에게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가 실제 결혼했을지를 묻는다. 단순한 호기심, 일종의 스캔들로 치부하기에 막달라 마리아는 역사적으로 억압된, 너무도 큰 존재다. 그가 주류 신학의 권위에 의해 의도적으로 지워졌다는 의혹도 있다. 정통 그리스도교와 이단이 온전히 갈라선 4세기, 당시 예수가 신이 되기 위해선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용어 정립이 중요했다. 어머니 마리아는 성모 마리아, 테오토코스(Theotokos·신을 낳은 자)가 됐다. 대신 막달라 마리아는 역사 속에서 지워졌다는 것이다.
킹 교수는 의문이 생겼다. ‘왜 예수의 결혼 여부는 역사 속에서 지워진 걸까. 신자들에게 있어 예수는 결혼하면 안 됐던 걸까. 독신주의와 순결주의가 꼭 고차원적인 삶의 형태일까.’
킹 교수는 “이 파피루스 조각이 예수의 결혼을 증명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다”라는 간략한 답변만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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