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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침체 끝 햇볕 … 태양광·풍력시장에 대기업·펀드 돈 몰린다

이케아·블룸버그 뉴스
# ‘햇살 아래 환하게 빛나는 주가.’ 8일 미국 한 경제지는 태양광업체 솔라시티의 주가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날 1분기 실적 발표 뒤 이 회사 주가는 41.36달러에서 53.60달러로, 하루에 16% 치솟았다. 올 1분기 신규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가 82메가와트(㎿) 용량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79% 늘었다는 발표 때문이다. 200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우리나라 정수기 렌털과 비슷한 사업을 한다. 각 가정에 초기 비용을 받지 않고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준다. 대신 매달 태양광 발전으로 생성된 전기 사용료를 받는다. 미국 15개 주에서 설치 작업을 벌이는 이 회사가 지금껏 체결한 계약은 10만600여 건. 이 계약으로 향후 받게되는 전기료 수입은 25억 달러(약 2조5650억원)에 달한다.

기후변화의 역습 <하> 위기가 기회다

# 미국 스탠퍼드대는 6일 발전기금 운용과 관련해 중대 발표를 했다. “발전기금 중 석탄 관련 업체의 주식에 투자된 돈 187억 달러(약 19조1860억원)를 처분하겠다”는 것이다. 이 결정은 ‘회사 정책이나 사업이 사회에 중대한 해악을 끼치지 않는지를 고려해 발전기금을 투자한다’는 내규를 따랐다. 대학 측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석탄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탄소를 배출하는 주요 연료인 만큼 관련 사업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단 석탄 채굴 사업으로 매출을 올리는 세계 100여 개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탠퍼드가 처분한 발전기금 자체보다 스탠퍼드의 결정이 몰고 올 파급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환경이 돈이다(Green is Green).’ 앞의 Green은 환경을, 뒤의 Green은 녹색 지폐(미국 달러화)를 가리킨다. 2000년대 중반 울려 퍼졌던 해묵은 구호가 다시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재생에너지 시장이 다시 힘을 받으며 관련 기업의 주가가 치솟는다. 금융계 큰손들이 앞다퉈 저탄소 산업에 돈을 밀어 넣고 있다. 일각에선 “재생에너지 사업이 스테로이드를 맞았다”는 말도 나온다.

기술 발전으로 경제성 획기적 제고
가장 들썩이는 게 미국·유럽의 태양광 시장이다. 솔라시티만 질주하는 게 아니다. 미국 태양광 대장주로 꼽히는 퍼스트솔라는 3월 중순 열흘 만에 주가가 40% 가까이 치솟아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태양광 업체들의 주가를 모아놓은 블룸버그 솔라에너지인덱스는 지난해 초 375에서 8일 기준 760대로 두 배로 올랐다. 2010년 이후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태양광 사업에 대해 “구름이 걷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최근 랠리에 불을 지핀 게 정부 보조금이 아니란 점이다. 기술 발전과 구조조정을 통해 재생에너지 시장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3년 가까운 침체 뒤 살아남은 태양광 업체들은 패널 등 주요 설비 가격을 깎아가며 체력을 길렀다. 이 덕분에 태양광 발전설비 원가는 2006년 ㎾당 5000유로에서 2012년 1700유로로 66% 떨어졌다. 투자 대비 효용이 커지며 설치 수요가 급증했다. 기술보증기금에서 녹색기술인증제도 도입을 이끌었던 형경진 차장은 이런 변화를 “태양광 시장이 혼돈기를 지나 채택기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한다. 수많은 업체가 난립해 기술 경쟁을 벌이던 혼돈기를 지나 좋은 기술에 싼 가격을 앞세운 업체가 가려지면서 소비자들이 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풍력 발전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풍력발전기는 기당 발전 용량이 50㎾에 불과했다. 기술이 발전하며 발전기 크기와 효율성이 개선돼 2010년 발전기 한 대 용량은 2057㎾로 늘었다. 이런 기술 도약 덕에 풍력발전 단가는 이미 2012년에 화석 연료를 사용한 발전 단가와 동등한 수준인 그리드 패러티(Grid-parity)를 달성했다는 게 공학계의 분석이다. 도덕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라 싸서 신재생 에너지를 쓰는 시대가 된 것이다.

워런 버핏, 태양광·풍력에 44억 달러 투자
제조업체만 랠리에서 득을 보는 건 아니다. 유통업체들은 태양광 패널을 팔면서 기업 이미지도 높이고 돈도 버는 일석이조 전략을 꾀한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영국 등 일부 나라의 매장에서 태양광 패널을 팔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98㎿ 용량의 풍력발전단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또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과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전량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미국 환경전략 컨설턴트인 앤드루 윈스턴은 “이케아가 지구를 걱정해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사업이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운영비용 절감 효과가 있고 전망이 밝다”며 “이케아가 이런 점을 노리고 누구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자금도 저탄소 산업에 몰린다. 버핏은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태양광 사업에 25억 달러를, 아이오와주에 풍력 발전기 656대를 설치하는 데 19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태양광·풍력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금액을 늘리고 있다. 반대로 소형 원자로 사업에 투자한 자금은 지난해 전액 회수했다. CNN 창업자인 테드 터너 역시 미국 내 7곳의 태양광 사업장에 자금을 투자했다. 미국에선 25달러 단위의 소액 투자자를 모아 태양광 장비 설치 자금을 댄 뒤 달마다 전기료를 받아 채권 이자처럼 나눠주는 대체 투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독일기업 인수한 한화가 선두주자
국내 기업의 저탄소 산업 투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태양광 경기가 바닥을 친 2012년 독일의 태양광 셀 제조업체 큐셀을 인수하는 등 태양광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 온 한화그룹 정도가 “앞선 투자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긴 적자 터널을 벗어나 흑자 전환을 내다보는 태양광 부품업체 OCI, 최근 대대적 설비 투자를 발표한 넥솔론 등도 최근 재생에너지 랠리의 수혜주로 꼽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은 “팔짱을 끼고 시장을 관망하는 모양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장 큰 차이는 절박함이다. 환경경제학을 전공한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기업들이 저탄소 산업을 ‘무조건 갈 수밖에 없는 단 하나의 길’로 인식하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많은 돈벌이 수단 중 하나’로 바라보는 것 같다”며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선진국 기업들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한 시장인데도 한국 기업들은 가능성을 타진하느라 장기적 투자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나 규제를 활용해 기업의 저탄소 산업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환경 산업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꼽히는 영국의 경우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제정해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80% 줄인다’는 목표를 법제화했다. 김지석 주한 영국대사관 선임기후변화에너지 담당관은 “감축 목표의 수준이 높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제거돼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영국 기업들은 오히려 이런 규제를 환영한다”며 “한국은 정부가 정확한 감축 목표를 주지 않아 기업들이 ‘과연 얼마나 줄여야 하나’ 하고 눈치를 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기후 관련 부서를 폐지 또는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경영전략팀을 운영하던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8월 팀 인원을 줄이며 이름을 기술경영팀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강희찬 교수는 “녹색성장을 강조하던 지난 정권에서 기후변화 관련 기획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정부 부처도 대부분 이름과 기능이 바뀌었다”며 “지원 사업도 크게 줄어 기업들이 더더욱 의지를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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