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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고수에게 듣는다] 2000포인트 고개, 왜 이리 긴가

1976년 주가지수가 처음 100포인트(p)에 접근한 다음 이 선을 넘어 새로운 상승 추세가 나타날 때까지 9년이 걸렸다. 1000포인트 때는 더 했다. 89년 처음 1000포인트를 넘은 이후 주가가 추세적인 상승을 통해 이 선에서 멀어질 때까지 17년이 걸렸다. 지금은 2007년 주가가 처음 2000포인트를 넘은 후 6년 반 동안 박스권 내에서 헤매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든다. ‘혹시 지금 주식시장이 100포인트나 1000포인트를 넘을 때와 같이 장기 정체 상태에 빠진 게 아닐까?’

4년째 줄어든 영업이익이 발목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어 계속 상승하려면 이익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커져야 한다. 1000포인트 때가 그랬다. 90년대에는 상장기업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5조원이 채 안 됐다.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6조~8조원 정도였다. 2004년에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분기별 영업이익이 9조원에서 16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면서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었다. 이후 영업이익이 계속 증가해 2010년에 25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익 증가 덕분에 해당 기간 주가 역시 2000포인트를 넘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 2000포인트까지 상승은 이익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10년 정점을 기록한 영업이익이 4년째 줄면서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 이 현상이 1분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지난달 한때 2000포인트에 육박하던 주가가 힘을 잃었다. 외국인 매수가 약해진 이유도 있지만,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줄어든 게 더 큰 부담이 됐다. 실적 구조도 나빠져 매출이 1.5% 늘어난 가운데 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우리 상장기업의 영업 형태가 박리다매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외환위기 이전 우리 기업의 이익 구조도 똑같았다. 외형 중심의 성장을 추구해 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폈는데 성장률이 높을 때에는 이 부분이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기업들이 이를 소화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난 10여 년간 우리 기업들은 적게 팔더라도 이익을 많이 남기는 영업 형태를 추구해 왔는데, 1분기 실적을 보면 이런 흐름이 약해지고 있지 않나 걱정된다. 1분기 실적은 수치 이상으로 내용 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이 부분을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매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단가만 회복되면 이익이 늘어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이익에 선행하므로 지금은 이익이 방향을 틀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는 매출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익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일러스트 강일구
누적 수익률 낮아 외국인·기관도 외면
2000포인트를 넘으려면 주식을 더 많이 사줄 주체가 있어야 한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을 당시에는 외국인이 그 주역이었다. 2003년 5월 이후 한 해 동안 외국인이 시가총액의 10.3%에 해당하는 주식을 사들였다. 지금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1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4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셈이다. 당시 외국인 매수는 구조조정 이후 이익 개선 기대와 주가 저평가가 원인이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99년에 상장사의 이익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심리적 위축으로 투자자들이 이 부분을 등한시했다. 주가수익배율(PER)이 6~7배까지 떨어질 정도로 평가가 낮아지자 이런 상황을 이용해 외국인이 주식 매수에 나선 것이다.

2000포인트 돌파의 주역은 기관투자가였다. 2005년 말 10조원대에 불과하던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이 2007년 말 140조원으로 늘어났는데, 이때가 우리나라 금융자산이 저축에서 투자로 넘어오던 시기였다.

당분간 2500포인트 꿈꾸기 어려워
지금은 외국인도, 기관도 주식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 호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한국이 선진국 정도의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 이머징마켓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선진국과 같은 안정성도, 이머징마켓 같은 성장성도 없는 상태로 변했다는 의미가 된다. 경기 회복이 한창인 올해 역시 성장률도 3%대 후반에 그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이 시가총액의 35%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희소성에 따른 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매수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사들이려면 금융자산의 구조적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 부분은 검증된 과거 수익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데 주식에 불리하다. 지난 3년간 누적 수익률을 보면 주식은 제자리에 머문 반면 채권 수익률은 15%에 가까웠다. 입증된 수치로는 주식이 다른 투자 상품보다 우월했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

당분간 종합주가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어 2500포인트, 3000포인트로 전진하는 상황은 생각하지 않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런 그림이 만들어지려면 상장기업의 분기별 영업이익이 3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가의 방향이 정해지는 건 일러야 하반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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