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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의 마음과 세상] 위험한 관성사회

자주 가던 식당에 몇 년 뜸하다 오랜만에 갔다. 냉면을 먹으면서 제육을 시켰다. 비계가 많고 누린내도 나는 듯했다. 아주머니에게 “오늘 제육이 안 좋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여긴 원래 그래요. 이런 맛이에요.”

아주머니의 대답이다. 식당 문을 나서면서 사장에게 얘기했지만 대답은 같았다. 분명히 전엔 안 그랬는데…. 왜 “원래 그런 맛이니 알아서 먹어라”고만 말하는 것일까? 내가 불평을 해도 여전히 그 식당은 문전성시다.

돌아오는 길에 “원래 그래요”의 원래가 도대체 언제부터일까를 따져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여기저기서 듣는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불편한 점에 대해 누가 문의를 하면 “아, 이거요? 원래 이래요”라고 대답하며 “당신이 몰라서 그런 거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라”고 했다.

일러스트 강일구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문제가 되는 일이라 해도 사회적 관성으로 용인된다. 그로 인해 불편함과 부당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더욱이 계속 지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살면서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감지할 예민함이 없으면 관성에 의해 흘러가는 변화를 잡아내지 못한다. 어느새 노란색이 조금씩 변해서 주황색이 되어버린 다음에도 ‘이건 원래 이런 색이었다’고 여기기 쉽다.

돌아보면 ‘그냥 원래’라는 관성 탓에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하나가 비행기 탑승이다. 좌석의 뒷번호가 먼저 타고 앞번호가 뒤에 타는데, 자리를 찾아가다가 앞 사람이 짐을 넣고 있으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내 자리가 창가 쪽이라면 복도 쪽 자리 사람은 다시 일어나서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참 불편하다.

그런데 외국의 모 매체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반적 방법으로 173명이 비행기를 타는 데 평균 25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창가석이 먼저 타고 복도석이 나중에 타는 방식으로 바꾸면 같은 인원이 타는 데 15분이 소요된다. 자유석 방식으로 지정 좌석 없이 그냥 타라고 하면 병목 현상 없이 약 14분 만에 탑승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데도 항공사나 승객 모두 “원래 그런 거지”라며 불편을 감수한다. 다행히도 이런 문제는 불편하고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뿐 위험을 유발할 일은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위험을 동반하는 관성도 많다. 대부분은 “여기는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부정적인 변화에 눈을 감고 괜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데 익숙하다. 언감생심 “이건 바꿉시다”라고 말을 하지 못한다. 미묘한 변화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위험한 선(線)까지 가게 된다.

최근 발생한 세월호의 화물 과적이나 형식적인 검사 승인들도 모두 “원래 이렇게 해요”란 생각에 마취돼 벌어진 일이 아니었을까. 원래 이 정도는 더 실어도 되고 별 문제 안 생길 테니 늘 하던 대로 승인하고 넘어간 것이다. 그러다 큰 재앙이 일어났다. 이제 “이건 원래 이래요”라는 말을 들으면 눈을 부릅뜨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관성에 의해 흘러가던 왜곡을 잡아내야 한다.

“원래 이런 것이니 가만히 있어”라는 주문에 사회가 모두 마비돼 있다간 또 다른 재앙적 사건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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