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담배 → 폐암’ 사실에 눈감은 대법원 이해 못해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서홍관(56·가정의학과) 박사는 요즘 뉴스메이커이자 일부에겐 ‘트러블메이커’다. 얼마 전 국내에서 갑상샘암 진단과 수술이 너무 과(過)하다는 주장을 펴 사회적 논란거리를 만들었고, 해당 분야 전문의들의 ‘공분’(公憤)을 사기도 했다. 흡연자들에겐 ‘공적’(公敵)이다. 담뱃값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어서다. 담배회사들엔 눈엣가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담배 소송에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인 그가 원고 측 증인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58년 개띠’인 서 박사와 최근 금연과 갑상샘암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금연 전도사’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

-원래부터 담배를 멀리 했나.
“대학(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해가 1977년이다. 당시는 성인 남성 흡연율이 80%에 달했다. 대학생이 되면 으레 담배를 피워야 하는 줄 알았다. 11년간 담배를 피웠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로 일하는 도중 우연히 담배에 대해 발표했다. 흡연의 해로움에 대한 논문을 여럿 읽다가 담배 피우는 것은 미친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금연운동에 동참하게 된 동기는.
“담배를 나만 끊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1000만 명이 넘는 흡연자를 금연시키려면 진료실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연운동협의회를 설립하신 김일순 회장께 전화해 금연운동을 돕겠다고 말씀드렸다. 15년을 금연운동한 뒤 4년 전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성과가 있었나.
“지금은 흡연과 간접흡연의 해로움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성인 남성 흡연율을 과거의 절반 이하로 낮춘 것이 큰 성과다. 그러나 아직도 해마다 흡연 탓에 5만8000여 명이 숨진다. 담뱃값이 9년째 동결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싸고 성인 남성 흡연율은 1등이다. 흡연 피해를 줄이려면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이 급선무다. 담뱃값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난다. 이 돈으로 TV에서 금연광고를 하고 청소년 흡연예방사업을 해야 한다. 담뱃갑에 경고 사진을 도입하는 것도 시급하다. 경고 사진 도입은 국회에서 결정하고 디자인만 정해주면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 경제적인 금연운동이다.”

-금연 활동의 걸림돌은.
“금연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사명감이 부족해서다. 기획재정부가 담배회사를 기업으로 생각해 금연정책을 방해하는 것도 문제다. 국회의원들도 담배회사의 로비를 받고 있다. 담배회사 직원 이름으로 쪼개기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명단을 우리가 확보했다. 담배회사의 집요한 방해공작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대법원이 담배 소송에서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4월 10일 담배회사 KT&G를 상대로 제기한 흡연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15년이나 걸린 소송에서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담배가 폐암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아직도 재판정에서 공방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한심하다. 담배회사들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고등법원은 6명의 원고(흡연 피해자) 중 2명에 대해선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고등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는데도 대법원이 이를 눈감았다.”

-두 번째 쟁점은.
“담배회사의 위법성에 대한 공방이었다. 담배회사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아서 흡연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암환자 4명도 배상받지 못하고 패소했다. 재판부는 담배회사가 대체 설계를 통해 담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설계상의 결함이 없다고 판정했다. 담배회사들이 수백 종의 첨가물을 넣어 니코틴 중독을 쉽게 일으키도록 노력해왔는데 사법부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

-갑상샘암 과다 진단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2011년 국내에서 갑상샘암 환자 4만여 명이 발생했다. 인구 10만 명당 81명꼴로 세계 평균의 10배 이상이다. 아무 증상도 없는 사람들이 검진 목적으로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갑상샘암 검사는 불필요한가.
“갑상샘암을 일찍 찾아내면 좋은 일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갑상샘암의 상당수가 그냥 놔둬도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암이다. 문제는 갑상샘암을 찾아낸 뒤다. 암환자가 됐다는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고 검사를 받아야 하며 수술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 갑상샘암이 발견되면 92%가 수술을 받는다. 수술 후엔 갑상샘 기능저하증 환자가 돼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갑상샘암은 예외 없이 ‘착한’ 암인가.
“모든 갑상샘암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해마다 350명 정도는 갑상샘암으로 사망한다. 갑상샘암 중에서 경과가 나쁜 암들은 진행 속도가 빨라 검진으로도 잘 찾아내기 힘들다.”

-(서 박사가) 갑상샘암 비(非)전문가란 해당 분야 전문의들의 반격에 대해선.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에 속한 의사들은 다 의학박사이고 전문의이고 교수다. 나보고 ‘갑상샘암의 문제가 이렇게 커질 때까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나에게 따끔한 지적이 되겠지만 ‘갑상샘암 과다진단을 지적할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갑상샘을 다루는 의사들이 나서지 않아서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할 것이다.”

-시인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의대생 시절 일기장에 끄적거린 것들이 시가 되었다. 85년 ‘창작과 비평’에 시를 실어 등단했다. 그 뒤 시집을 세 권 냈다.”

-시작(詩作)이 의사 업무에 도움이 되나.
“의사란 직업의 대상은 질병이 아닌 질병을 가진 인간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만 의료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문학 활동은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다.”

-대표 시(詩)는.
“소리꾼 장사익 선생이 곡을 붙여주신 ‘무덤’이란 시가 있다.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내가 쓴 시가 2편 실려 있다. 사실 나는 아직 무명 시인이다.”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