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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세월호 아이들이 보내 온 편지

소녀의 얼굴을 처음 본 건 지난달 18일 비바람이 불던 진도 팽목항에서였다.

어머니의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소녀는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액세서리와 음악을 좋아한다던 소녀. ‘심성이 참 고운 아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발을 동동 굴렀다. 아버지는 말없이 야속한 바다만 바라봤다.

지난 9일 밤. 소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우리 반 아이들 잘 있겠죠? 선상에 있는 애들이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진심입니다. 부디 한 명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갔다 올 수 있도록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JTBC 뉴스9은 이날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고(故) 김시연(17)양의 스마트폰 속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 말미에서 시연양은 마지막 기도를 남긴다. 같은 반 아이들이 모두 무사하길, 안전하게 집에 돌아가길 빌었다.

JTBC는 지금까지 네 차례 ‘바다로부터 아이들이 보내 온 편지’를 보도했다. 스마트폰 동영상 속 아이들은 때론 천진하게, 때론 의연하게 서로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걱정했다. 참혹했던 사고 순간은 아이들이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남았다.

대부분의 해상 사고가 휴대전화 수신 지역을 넘어선 망망대해에서 벌어지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는 휴대전화 수신지역 내에서 벌어졌다. 아이들은 사고를 당한 순간 가족과 통화하고 인스턴트 메신저로 대화를 나눴다. 사고의 순간을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의 곁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있어 세월호 침몰 사고는 더 참혹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두 시간 동안 어른들은 이기적이었고, 무책임했으며, 어리석었다. 이른바 ‘골든 타임’ 동안 누군가 ‘밖으로 나오라’고 외치기만 했어도 아이들을 더 살릴 수 있었을 텐데. 뒤늦게 한탄을 쏟아낸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생명줄’이 될 수도 있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순간, 사고 현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통제할 ‘컨트롤타워’가 있었다면 아이들의 스마트폰을 통해 ‘밖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었을 게다. 굳이 누군가 소리치지 않아도, 침몰하는 세월호 안으로 뛰어 들어가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었다. 문자메시지가 됐든, 인스턴트 메신저 단체 대화방이 됐든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던 아이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전할 수 있었다. 어서 객실 밖으로 나와 바닷물에 뛰어들라고.

아이들의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묻고 있다. 우리가 애타게 당신들을 찾고 있을 때 무엇을 했느냐고. 왜 우릴 구하지 않았느냐고.

트위터, 페이스북, 인터넷 게시판…. 지금 산 자의 스마트폰 속에선 공허한 목소리만 귓가를 맴돈다. 그중에서 아이들의 질문에 떳떳하게 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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