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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교육카페] 치맛바람 논란 없게 … 학부모가 학교서 봉사할 길 찾아줘야

한 아이가 커다란 항아리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사다리 가져와라, 밧줄 가져와라 어른들이 법석을 떠는 동안 아이는 숨이 넘어갈 지경입니다. 그때 한 아이가 큰 돌멩이를 가져다 항아리 밑부분을 사정없이 내리칩니다. 중국 북송시대 역사가 사마광이 어린 시절 다른 아이의 생명을 구한 이야기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 지인은 “치밀한 어른들이 단지값 따지랴 책임 소재 따지랴 시간 낭비하다 귀한 생명을 잃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마광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수학여행에 나선 학생들이 희생당한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보며 미국에서 1년 동안 연수하며 겪은 해외 학교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LA의 공립초등학교에서도 버스 타고 학생들이 야외 학습을 떠나는데, 학부모 서너 명이 교사와 동행하는 게 보통입니다. 물론 자발적인 자원봉사의 일환입니다. 아이들 도시락을 담은 가방을 들어주기도 하고, 박물관 견학 때면 학생 서너 명을 맡아 가이드를 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부모를 칭하는 ‘샤프롱(Chaperon)’이란 용어도 있더군요. 짬을 낼 수 있는 시간에 교실을 찾아 교사가 수업하는 동안 학생들에게 나눠줄 유인물을 복사하고 철하는 작업을 뒷자리에서 조용히 수행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미국만이 아닙니다. 홍콩에서도 학생 야외 체험학습에는 원하는 학부모가 동행하고, 숙박하는 경우 아이들이 모여 자는 방마다 어른 한 명이 함께 자며 안전을 돌봅니다. 스웨덴에선 학급별로 수학여행을 가는데, 자원봉사 학부모가 반드시 따라가 긴급 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한답니다.



 돌이켜보면 국내에서도 초등학교 소풍에 어머니나 할머니가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운동회 날이면 가족 모두 학교를 찾아 아이들 달리기를 응원하곤 했습니다.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 체험학습에도 부모를 동반하는 학교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학생들 행사에 부모가 빠지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과도한 교육열이 원인인 측면이 있습니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 부모가 바빠지긴 했지만 치맛바람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이죠.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하는 엄마들은 “우리 아이만 불이익 받는 게 아닐까” 불안해하고, 촌지(寸志) 파문도 간간이 터지니 일부 학교에선 아예 학부모의 학교 방문을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한국의 왜곡돼 있는 학부모 봉사 문화를 바꿀 방안을 찾았으면 합니다. 미국 초등학교에선 아침 등교시간에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교문까지 안내해주는 봉사 일정 1년치를 모든 학급이 돌아가게 배정한 뒤 학기 초에 학부모에게 배포해 참여 계획을 세우게 합니다. 소수 학부모가 학기 내내 교통지도 봉사를 하는 한국에 비해 유연하고, 많은 학부모가 참여할 길을 터주는 묘안입니다. 연간 체험활동 계획표를 학교가 만들고 학부모에게 미리 안내하며 신청을 받는다면 직장인 부모도 연차 내고 한두 차례 봉사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요.



 “공부 못해도 좋으니 내 옆에만 있어 달라”고 말하는 부모가 늘었다고 합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국내 교육 현장의 괴이한 항아리, 이번에 깨뜨려보지 않으시렵니까.



김성탁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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