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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서 예일대 수료증 받는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3학년 남윤이(22)씨는 지난 2월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의 ‘금융시장’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교수의 수업이다. 그렇지만 남씨가 미국에 갔던 건 아니다. 국내에 머물면서 온라인 강의 서비스인 ‘코세라(Coursera)’를 통해 수강했다. 남씨는 “실질적인 금융 지식을 쌓고 싶어도 마땅한 학교 수업이 없었는데, 인터넷으로 이 강의를 발견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꿈꾸는 목요일 - 진화한 온라인 강의 '무크'
노벨상 받은 실러 '금융시장' 수업
37회 동영상 강의에 10차례 시험

 온라인으로 배웠지만 동영상만 본 건 아니다. 8주에 걸쳐 총 37회의 강의를 듣는 동안 주제별로 여덟 번의 퀴즈(각 10문제)를 치렀다.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라 에세이도 내야 했다. 퀴즈, 에세이, 최종 테스트(25문제)를 합산한 성적 백분율이 70%를 넘겨야 수료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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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6시간 이상 공부한 남씨는 코스를 마친 뒤 대학명과 실러 교수의 서명이 들어간 수료증을 받았다. 요즘 미시간대의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고 있는 그는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어도 사정상 어려워 상심했는데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어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남씨가 이용한 코세라는 ‘에덱스(edX)’ ‘유다시티(Udacity)’와 함께 세계 3대 ‘무크(MOOC)’ 서비스로 꼽힌다. 2012년 등장한 무크는 수강자 수의 제한이 없는 대규모 강의로(Massive), 별도 수업료 없이(Open), 인터넷(Online)으로 제공되는 교육과정(Course)을 말한다.



 하버드·MIT·스탠퍼드 등 세계 유수 대학의 강의를 원하는 시간에, 어디서나 듣는다는 장점 덕에 인기를 끌고 있다. 숙대 디지털휴머니티즈센터 김형률(역사문화학) 교수는 “기존 온라인 강의와는 차원이 다른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 무크는 미국 등에선 대학 입학, 유학 준비, 자기계발, 평생교육 등에 적극 활용되기 시작했다”며 “향후 대학교육의 대전환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리처드 레빈 예일대 전 총장이 코세라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경제학 교수인 그는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예일대 총장으로 재직한 ‘아이비리그 최장수 총장’이다. 무크 서비스의 경영자로 변신한 레빈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게 대학의 주요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가에선 무크를 ‘대세’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크를 도입한 학교들을 거명하며 “대학이 이처럼 혁신적인 방법을 시도하도록 장려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일본·인도·브라질 등도 다양한 무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이용자도 늘고 있다. KAIST 대학원생인 이성규(32·웹사이언스공학)씨는 3월 MIT와 스탠퍼드의 컴퓨터공학 강의를 무크로 들었다. 학교 수업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됐다”며 “요즘엔 외국 명문대는 어떻게 가르치나 호기심에 다른 과목도 들여다 본다”고 말했다.



 무크는 전용 플랫폼과 SNS로 수강신청·출석·숙제·시험·평가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수업 동영상을 제공하는 데 그쳤던 기존 ‘온라인 강의 공개’(OCW)와의 차이점이다. 학습량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 과목을 들은 권민범(29·현대자동차 직원)씨는 “7주 과정, 12번 수업 동안 퀴즈를 네 번 치고 에세이를 세 번 냈다”며 “일주일에 10시간 남짓 공부했다”고 말했다. 전용 토론방, 페이스북·트위터를 통한 수강생 사이의 소통도 매력이다. 권씨는 “수업에 대해 글을 남기거나 동영상을 링크하면 지구 반대편 누군가가 몇 분 만에 의견이나 조언을 남긴다”고 전했다.



 수료증은 대학 진학 등의 ‘스펙’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크 서비스는 강의에 따라 무료 또는 유료(시험료)로 수료증을 발급한다. 지난해 MIT는 이 대학이 온라인으로 제공한 전기공학 강의를 우등으로 이수한 몽골의 17세 학생을 신입생으로 선발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유학을 고려하는 김나현(25·숙대 정보방송학과 졸업)씨는 이달 개설될 이 대학의 무크 강의를 수강하려 한다. 그는 “가고픈 학교의 수업을 미리 체험하고, 이수 사실을 자기소개서에 적을 수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무크 수료증은 ‘링크드인(Linked in)’ 등 SNS의 프로필에 등록할 수 있어 외국 기업들이 채용에 참고하기도 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이수지 선임연구원은 “무크로 수강한 과목에 학점을 인정하는 대학은 미국 내에서도 아직 드문 편이나 향후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공대는 무크 서비스인 유다시티와 함께 정식 석사학위를 주는 온라인 석사 과정(3년, 컴퓨터공학)을 개설했다.



 국내 대학의 관심도 높다. 서울대는 3월부터 하버드·MIT가 설립한 에덱스에 ‘로봇 역학 및 제어’ 등 3개 강좌를 제공 중이다. 국내 대학 가운데 첫 시도다. KAIST도 올해 내 3개 강좌를 코세라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태억 교수학습혁신센터장은 “KAIST 강의를 국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한국형 무크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과기대(UNIST)는 수업에 무크를 활용한다. 수업 전 무크나 유튜브 등으로 강의 내용을 미리 듣고, 수업은 토론·문제풀이·질의응답 중심으로 진행하는 강의가 전체의 약 10%(37개)에 이른다. 임진혁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은 “학생은 창의력과 영어 실력을 키우고, 교수는 강의 부담을 줄여 연구에 전념하고, 학교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천인성·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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