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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엄마, 사랑해"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를 사랑해, 행복할 때나 슬플 때나 말썽을 부릴 때나 심술을 부릴 때도 너를 사랑해.’



 아이를 키워 본 엄마라면 낯익지 않을까. 스테디셀러 동화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보물창고)에 나오는 글귀다. 모든 문장이 ‘사랑해’로 끝나는 책은 아름다운 여운 덕에 얼마 전 본지가 조사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어린이 책 50권 중 1위에 꼽혔다(본지 4월 19일자 18면).



 나 역시 아이에게 이 책을 읽혔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머리카락과 코와 귀를 어루만졌다. 그러면서 ‘사랑해’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땐 감정이 묘해졌다. ‘엄마도 나를 이렇게 사랑했겠구나’라는 깨달음 때문인지 ‘사랑해’라는 그 한마디에 찡해지곤 했다. 그러다 마지막 문장,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부분까지 가면 코끝이 빨개졌다.



 요 며칠,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난 건 한 동영상 때문이다. 한 소셜 커머스 업체가 제작한 3분짜리 동영상은 일반인이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도록 하고,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처음엔 머쓱해하며 전화기 앞에 앉은 젊은이들. 장난처럼 ‘사랑해’ 를 외친다. ‘너 나쁜 짓 한 거 아니냐’ ‘돈 필요하냐’ 등 재치 넘치는 답변이 나오지만 그것도 잠시, 부모들은 ‘아냐 아냐 내가 더 사랑한다’ ‘사랑은 내가 너한테 하는 거야’ ‘나도 사랑한다’라는 말을 이어간다. 뭐 필요한 거 없느냐는 자식의 물음에도 ‘아들, 너’ ‘너만 있으면 돼’ ‘네가 아침밥 챙겨 먹는 거’ ‘하루 한 번 안아주는 거’라는 답이 돌아온다. 아들·딸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SNS에서 동영상이 올라가자 ‘울컥해진다’ ‘반성된다’는 댓글이 줄을 이뤘다.



 가족 간의 ‘사랑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슬픔으로 다가오는 5월이다. 세월호 침몰이 만든 상처다. 당시 한 단원고 학생이 엄마에게 보냈다는 문자는 지금도 마음이 아려 온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 이를 본 엄마는 어떤 상황인 줄도 모르고 “왜? 나도 아들~~사랑한다”는 답을 보냈다.



 이뿐이랴. 아이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해 가슴 치며 후회하던 엄마, 아이가 브랜드 있는 운동화를 신지 않아 시신 확인을 제대로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던 엄마, 아이가 좋아하던 피자를 꺼내놓고 팽목항에서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엄마들이 있었다. 언제든 전화하면 목소리 들을 수 있는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우리는 뒤늦게야 깨달았다.



 두둑한 용돈도, 화사한 카네이션을 안겨도 좋은 오늘이다. 하지만 더 기뻐할 선물은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라 믿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당신을 사랑해 주는 이에게,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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