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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죽여 품격 얻은 종묘 … 섬세한 공예품 같은 낙선재

젊은 공예 작가들이 종묘를 둘러보고 있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헤아리지 못했던 우리 문화의 가치를 돌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사진 동양문화디자인연구소]


“단순하되 지루하지 않고, 추상적이되 거북하지 않으며, 장엄하되 위압적이지 않다. 종묘만이 가진 고전적 아름다움이다.” (김봉렬·건축사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디자이너·공예작가 40명 워크숍
종묘, 장식 극도로 절제해 강렬
낙선재, 창호 문양만 60가지 넘어



 “그 앞에 서면 아득한 느낌만 남는다. 하늘과 맞닿으며 수평으로 한없이 연장되는 지붕의 선…. 종묘를 지을 때 건축가는 아마 평소에 쓰지 않았던 비장의 ‘자(尺)’를 하나 꺼내서 썼음이 분명하다.” (임형남·노은주· 부부 건축가)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종묘(宗廟)에 대한 건축 전문가들의 예찬이다. 건축가 승효상(이로재 대표)씨는 『지혜의 도시 지혜의 건축』에서 ‘내 마음 속의 문화유산’ 세 가지 중 하나로 종묘의 정전을 꼽았다. 그가 꼽은 나머지 두 가지 문화유산은 우리 건축의 ‘마당’과 ‘비무장지대’다.



종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왕들의 신위를 모신 곳이라거나 건물의 조형미와 역사성 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이 건축이 기본적으로 우리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죽은 자의 영혼은 불멸하여 산 자의 세계와 끊임없이 교류한다는-에서 비롯된 건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주말 젊은 디자이너와 공예 작가 40명이 이곳을 찾았다. 국민대 동양문화디자인연구소(소장 최경란)가 기획한 ‘전통 공예의 현대화를 위한 전문가 교육’ 워크숍 프로그램이었다. 해설은 건축학자 이상해 전 성균관대 교수(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심사위원)가 맡았다.



 ◆종묘, 극도의 절제미=“종묘는 제례 공간이라는 특성 때문에 모든 요소에서 화려함을 경계한 게 특징입니다. 장식을 배제해 극히 단순하고 검박하게 표현하면서도 최고의 격을 갖추고 있죠.”



 길이 117m에 달하는 정전 앞에서 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7칸으로 출발해 계속 증축해 현재 19칸의 방이 아득하게 수평으로 줄지어 서있는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조 건축물로 꼽힌다. 창건 당시 종묘는 오묘제(태조의 묘와 4대 조상의 신위를 한 자리에 모시는 것)를 따르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신위가 늘어났다. 이곳에는 화려한 단청이 없다. 이 교수는 “종묘에서는 색을 극도로 자제했기 때문에 기둥과 문, 긴 지붕의 선이 더욱 긴장감 넘치고 강렬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종묘에서는 정전 앞 동서 109m, 남북 69m로 펼쳐진 넓은 월대(月臺)와 그 표면에 드넓게 깔린 거친 박석(薄石·얇고 넓적한 돌)도 눈여겨 보라는 게 이 교수의 주문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국보순례』에서 경복궁의 근정전과 종묘의 월대 등 박석을 우리 건축 미학의 중요한 요소로 꼽은 바 있다. 이 교수는 “종묘는 신로(神路)·월대 등 꼭 있어야 할 것만 담고 있다. 단순하고 절제돼 있어 그 자체로 완결적이고 기품 있는 건축 미학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까지 담고 있다”고 말했다. 승효상씨는 “직사각형의 엄정하며 단순한 조영(造營)은 우리 건축의 원형질”이라고 했다.



 ◆창덕궁 낙선재, 단아한 디테일=종묘가 절제미를 갖춘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보여준 반면, 창덕궁은 주변 구릉의 높낮이와 조화를 이룬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이날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창덕궁 하면 언덕 위 주합루와 연못이 있는 부용지 일대, 연경당 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날 많은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낸 곳은 낙선재였다.



 이 교수는 “이곳의 문살과 담의 문양 종류를 합치면 60가지가 넘는다”며 “ 다양한 창호 형식 등 디테일이 섬세한 게 특징이다. 정원과 건물이 어우러진 공간 자체가 하나의 빼어난 공예품”이라고 말했다. 담장의 거북 문양, 다양한 문살, 그리고 계단식 후원의 꽃들은 ‘건물이 정원의 일부이고 정원이 바로 자연’인 한국 건축의 특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날 답사에 참석한 소목장 양석중씨는 “그동안 창덕궁은 여러 차례 찾았지만 종묘를 둘러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증축한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계단, 기둥과 지붕선, 단청을 보며 당시 작업했을 장인들을 떠올렸다. 전통과 첨단의 의미, 상징과 이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장인의 역할 등 많은 생각거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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