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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 발 묶여 600억 손실 … 돼지갈비집 "회식 예약 없어"

7일 낮 서울 잠실 탄천주차장에 수십 대의 전세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예년 같으면 수학여행 학생들이나 단체관광객들을 싣고 여행지를 돌아다니고 있을 버스들이다. [변선구 기자]


제주도에서 수학여행하는 중·고등학생들을 주로 숙박시키며 영업해온 제주 A리조트 직원들은 지난달 말부터 반(半)근무를 하고 있다. 전체 15명 중 6~7명씩만 출근하고 있다. 객실 50개에 한 번에 최대 500명까지 머무를 수 있는 이 리조트는 단체손님 맞이 노하우를 잘 갖췄다고 소문나면서 예약이 6월까지 꽉 차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이후 모든 예약이 취소됐다. 리조트 관계자는 7일 “3~5월이 수학여행 성수기인데 장사를 못하고 있으니 가을까지 상황이 안 풀리면 진짜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20~30평 되는 방들인데 호텔처럼 두 명씩 손님 받을 수도 없다”고 한숨 지었다.

세월호 그 후 … 찬바람 부는 시장
여행 자제하고 지자체 행사 취소
회식·야유회도 줄여 식당들 울상
일부 관공서, 외식 날 정해 도움
"차분한 행사부터 … 일상 복귀해야"



제주 수학여행 24만 명 취소



 세월호 참사로 인해 관광 명소였던 제주도의 단체 숙박업·음식업·전세버스업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특별자치도청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직후 상반기에 예정돼 있던 수학여행 취소는 958개 학교 24만2293명에 달했다. 지난달 16일 이후 수학여행 일정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영향은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업체들에 바로 왔다. 제주도 전세버스업체들은 전체 57개사의 매출 손실이 다음 달 중순까지 최소 7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평일 하루 4000명 정도 찾던 B랜드의 관람객은 지난달 중순 이후 160명 정도로 줄었다. B랜드 관계자는 “유지비를 어쩔 것인지 막막하다”며 “그저 가을 전에 조금이라도 상황이 바뀌고 관광객들이 움직여주길 바랄 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유명 여행지 역시 사정은 같다. 경주 단체여행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대구 지역 전세버스들의 80% 정도가 운행을 멈췄다. 대구시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후 취소된 단체여행에 따른 올해 손실은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세월호 참사의 후폭풍은 골목 상권과 중소자영업자들에게 더 호되게 몰아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은 그나마 외국인 대상 마케팅이나 할인 전략을 시도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대형마트들은 이달 1∼5일 반전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15.5%로 지난해 매출 신장률(7.3%)의 두 배 수준이었고, 롯데마트가 11.3% 늘었다. 백화점들 역시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을 불러들여 이익을 남겼다. 반면 경기도 광명시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임모(59)씨는 “오늘도 일대 회사들이나 시청에서 회식 예약 전화가 오지 않는다”며 “술손님이나 단체손님이 싹 사라져 점심에만 도우미 아줌마를 둘 쓰고 저녁에는 아내와 둘이 식당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활동은 엄두도 못 낸다고 한다. “하려면 주변 음식점들과 함께 음식거리 축제 형식으로 해야 하는데 아무도 제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택시기사 조영욱(69)씨도 “요즘은 심야 손님이 거의 없다”며 “연휴에도 장사를 공쳤는데 앞으로도 회식하는 사람들도 없다면 야근 손님 태워 돈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협력 업체 줄줄이 문 닫아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벌이던 판촉 행사마저 취소하면서 관련 중소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 9명을 두고 서울 강남에서 행사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윤모(42) 대표는 불과 보름 새 3억원의 손해를 봤다. 예정됐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행사 5건 가운데 3건이 취소되면서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윤 대표는 “나머지 2개 행사도 가을에 나눠서 한 번씩 더 치르기로 했다”며 “이러면 행사를 두 번 준비해야 해 사실상 손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주최 측에서) 차라리 행사를 취소해 위약금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가 거래하는 협력업체 3곳이 문을 닫았다. 해마다 5월이면 웃돈을 줘야 한다는 음향기기 대여 업체 등이 줄도산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겉으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최근 중소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상황은 위축 그 이상”이라며 “차분한 기업·지방 문화 행사부터 시작해 일상 경제로 회복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자영업자 신음 … "민간 소비 살려야”



 일부 관공서는 보다 못해 주변 식당 살리기에 나섰다. 경기도 여주시, 충북경찰청, 충북 영동군·옥천군 공무원들이 일주일에 하루를 외식하는 날로 정했다. 영동군청은 “군청이나 읍면사무소 등에서 단체회식을 다 취소하고 봄 산행도 없애다 보니 식당들이 많이 어렵다고 하소연해와 주변 상인 돕기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AI(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상황이라면 소비촉진운동이라고 할 텐데 이번 참사 후에 외식업자들은 대놓고 판촉 행사도 못하고 있다”며 “거대한 축제 같은 건 못하더라도 가족·동료·이웃의 소중함을 한 번씩 더 생각해보는 방식으로 긍정적인 소비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전인우 선임연구위원은 “도자기축제·산나물축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기획했던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민간 소비 위축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다만 행사 공간에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 설비·요원을 확대해 소비 채널과 ‘회복 채널’을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문병주·이상재·채윤경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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