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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투 0 … 무쇠팔이 사라졌다

프로야구 완투·완봉은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7일 현재 130경기가 열려 시즌 일정의 20%가 지났지만 9개 팀 선발투수 중 누구도 완봉승은 물론 완투를 기록하지 못했다. 최근 3년 동안 완투 경기가 급감했다. 2011년 완투는 55회, 2012년 54회였는데 2013년 21회로 줄었다. 올해는 완투를 구경하기 더 어려울 것 같다.



투수 분업화로 조기강판 당연시
"요즘 선발, 5회만 되면 교체 눈치"
완투율 80년대 54% → 2000년대 6%
최동원·선동열 15회 혈투 전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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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날의 검’ 불펜야구=완투가 드물어진 1차 원인은 투수 분업화다. 선발투수가 6~7이닝을 책임지면 중간계투와 마무리가 나머지를 맡는 시스템이 정착된 게 10년이 넘었다. 이젠 완투를 하겠다는 투수도, 완투를 기대하는 지도자도 별로 없다. 올 시즌 평균 6이닝 이상 던지는 선발 투수는 13명에 불과하다. 1, 2선발을 빼면 5회를 넘기기 어렵다. 하일성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레이스 초반 밀리면 못 따라간다는 생각에 각 팀들이 선발투수를 빨리 내린다. 불펜의 피로가 쌓이다가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3일을 제외하고 매일 10득점 이상 경기가 나왔다. 6일 롯데와 두산은 올 시즌 양팀 합계 최다득점(19-10 롯데 승)을 올렸다. 올 시즌 한 팀이 10득점 이상을 기록한 건 23.1%(130경기 중 30경기)에 이른다.



 NC는 불펜이 약한 팀인데도 평균자책점 1위(4.05)를 달리고 있다. 이재학-에릭-찰리 등 선발투수들이 길게 던져서다. 하 위원은 “1승을 욕심 내다 보면 투수를 막 쓰게 된다. 점수 많이 주는 팀은 정해져 있다”고 했다. 완투까지는 아니더라도 긴 이닝을 맡아주는 선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1980년대 완투율은 53.5%에 이르렀다. 90년대엔 29%로, 2000년대에는 6%로 급격히 떨어졌다. 투수 분업화가 완투형 투수를 줄어들게 했다. 선발투수들이 너무 쉽게 한계를 인정해버렸다. 완투형 투수가 줄어든 만큼 그들의 희소가치는 매우 높아졌다. 장기 레이스에선 선발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기록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완투는 효용이자 낭만=86년 롯데에 입단한 윤학길(53·전 롯데 2군 감독)은 프로 12년 동안 100회의 완투를 기록,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통산 117승 중 완투승이 75회이며 이 가운데 완봉승이 20회로 역대 2위다. 불펜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운드를 지켜 ‘고독한 황태자’라 불렸다. 윤학길은 “등판 다음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완투형 투수로 인정받으면 내가 요령을 피워도 동료와 코치들이 눈감아 준다. 특별대우를 받으며 내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완투는 팀은 물론 투수에게도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한화 시절 27회 완투를 기록한 류현진(27·LA 다저스)이 불펜피칭을 건너뛰고 5일 휴식을 누렸던 것도 연평균 200이닝 가까이 던진 덕분이었다.



 윤학길은 “9이닝 내내 힘 있는 공을 던지는 것은 무리다. 후반에는 힘을 빼고 제구력으로 상대할 수 있어야 완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은 선발투수들이 5회만 넘기면 교체해주길 바라더라. 그게 참 한심했다”며 “선발은 130개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완투하겠다는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하루 던지고 4일을 쉬는데 무엇이 걱정인가. 선수의 어깨는 생각보다 강하다”고 역설했다.



 장호연(54·전 롯데 코치)은 OB 시절 79회 완투로 윤학길과 고(故) 최동원(80회)에 이어 역대 3위에 기록돼 있다. 장호연은 통산 109승, 두 시즌 1점대 평균자책점, 노히트노런 등 여러 기록을 갖고 있지만 ‘9경기 연속 완투(91년 7월 14일 잠실 롯데전~9월 4일 잠실 쌍방울전) 기록을 가장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9회까지 던지다 보면 몸이 견디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 역경을 극복하는 보람이 크다. 완투는 상대와 계속 싸워 이겨야 하는 우리 인생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완투는 투수에게나 팬에게나 낭만이다. 87년 5월 최동원(롯데)과 선동열(해태)이 연장 15회까지 혈투를 벌인 경기는 ‘퍼펙트 게임’이라는 영화로 남았다. ‘퍼펙트 게임 Ⅱ’는? 기대 안 하는 게 낫다.



글=박현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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