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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해야 낙관주의자 될까? 낙관주의자가 성공할까?

『학습된 낙관주의』의 영문판(왼쪽)과 한글판 표지




[좋은 삶, 좋은 책] ⑪ 마틴 셀리그먼『학습된 낙관주의』
"상황에 따라 낙관·비관 오가는 '유연한 낙관주의' 강조"

같은 물잔을 보고 ‘절반이 찼다’ ‘절반이 비었다’는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낙관과 비관은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이 될 수 있다.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 의지력, 자신감, 운(運)….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펜실베이니아대 마틴 셀리그먼 심리학과 석좌교수가 지은 『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1991)에 따르면 낙관주의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어떤 일에 대한 적성과 동기를 갖추어도 낙관주의가 빠졌다면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한 사람이 낙관주의자가 되는 게 아니라 낙관주의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게 셀리그먼 교수가 주장하는 인과관계의 흐름이다.



 4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낙관주의자의 성취도가 비관주의자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낙관주의자는 면역력이 더 강하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더 낮다. 특히 45세 이후 중병에 걸릴 확률도 낮다(45세 이전에는 차이가 없다). 영업, 보험 판매 등 감정노동 분야에서 이직률이 낮고 대성할 가능성이 더 크다. 담배도 더 쉽게 끊는다. 보다 창의적이다. 실연이나 실직, 파산, 친지의 사망 같은 아픔도 더 쉽게 극복한다. 미국의 경우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낙관주의자였다. 개인뿐 아니라 조직이나 집단도 낙관주의적인 쪽이 성과가 좋다.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는 어떤 면에서 다를까. 낙관주의자는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통제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비관주의자는 현실주의자다. 세상을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본다. 낙관주의자와 비관주의자는 특히 세상살이에서 겪는 성공과 실패를 설명하는 방식인 ‘설명 스타일(explanatory style)’이 다르다. 뭔가 잘못되면 비관주의자는 항구적·내적인 요인을 든다. ‘나는 팔자(八字)가 나쁘다’ ‘나는 무능하다’ ‘머리가 나쁘다’ ‘잘생기지 못해 불리하다’는 식이다. 쉽게 체념한다. 상황이 호전돼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반면에 낙관주의자는 일시적·외부적 요인으로 실패를 설명한다. ‘일진(日辰)이 안 좋았다’ ‘상황이 나빴다’ ‘때가 안 좋았다’고 해석한다. 낙관주의자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환경 탓’을 모토로 하는 사람이다.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에 능하다.



 사람은 날 때부터 낙관주의자·비관주의자로 태어날까. 아니다. 5세 아동도 살인한 사례가 있지만, 비관의 극단적인 형태인 자살을 감행하는 7세 이하 어린이는 없다. 낙관주의·비관주의는 자라면서 배우는 것이다. 어머니가 예시하는 ‘설명 스타일’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아버지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비관주의자들은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의 희생자들이다. 실패가 거듭되다 보면 자기 자신에게서 실패의 원인을 찾게 된다. 하지만 학습이 가능한 것은 ‘학습 제거(unlearn)’도 가능하다. 무력감은 학습의 결과이기 때문에 무력감을 없애고 낙관주의로 전향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설명 스타일’은 9세에 확립되지만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낙관주의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일종의 스킬(skill)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은 낙관주의 학습에도 적용된다. 의식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내야 한다. 특히 ‘총체적인 자책’을 하지 말고 구체적이고도 상황적인 실패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즉 낙관주의자들의 ‘설명 스타일’을 본받아야 한다.



 셀리그먼 교수가 설파하는 것은 ‘긍정적 사고의 힘(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이 아니라 ‘비(非)부정적 사고의 힘(the power of non-negative thinking)’이다. 무조건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막연히 기대하는 게 아니라 부정적인 사고를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털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셀리그먼 교수는 결코 낙관주의를 만병통치약으로 내세우는 게 아니다. 셀리그먼 교수에 따르면 안전 문제 등 생사가 걸린 일, 리스크나 불확실성이 큰 일에는 비관주의자가 더 적합하다. 협상가·통계학자 등의 직업에도 비관주의자의 적합도가 더 높다. 셀리그먼 교수가 주창하는 것은 ‘맹목적 낙관주의’가 아니라 ‘유연한 낙관주의’다. 상황에 따라 비관주의의 냉철한 현실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셀리그먼 교수는 문화의 맥락에 따라 낙관주의·비관주의의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하지만 국가·대가족·공동체·종교의 힘이 약화되고 개인주의 성향이 득세하는 문화에서는 『학습된 낙관주의』의 결론이 잘 들어맞는다는 게 셀리그먼 교수의 주장이다.



Martin Seligman

마틴 셀리그먼 뉴욕주 올버니에서 자란 셀리그먼은 프린스턴대에서 철학·심리학(학사)을,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인지심리학(박사)을 전공했다. 부정적·병리적인 인간 심리를 주로 다뤄온 심리학의 연구 전통에서 탈피해 동서고금에 나타난 여러 미덕(美德) 같은 긍정적인 심리 요소에 초점을 맞추자는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 분야를 창시했다. 미국 심리학회(APA) 회장을 역임했다. 우리말로 번역된 저서로는 『낙관적인 아이(The Optimistic Child)』(1996), 『긍정심리학(Authentic Happiness)』(2002), 『플로리시(Flourish)』(2011) 등이 있다.



김환영 기자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중남미학 석사학위와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심의실 위원, 단국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 『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아포리즘 행복 수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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